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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법 -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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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법<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밥상머리에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먹기 위하여 살든 살기 위하여 먹든, 혹은 혼자 먹든 함께 먹든 식사는 우리에게 몸의 영양뿐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 식상하거나 시사적인 그 어떤 주제도 반찬이 될 수 있다. 지난 설날, 차례상을 물린 뒤 온 가족이 둘러 앉은 밥상에서 어른들은 진지를 잡수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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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법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밥상머리에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먹기 위하여 살든 살기 위하여 먹든, 혹은 혼자 먹든 함께 먹든 식사는 우리에게 몸의 영양뿐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 식상하거나 시사적인 그 어떤 주제도 반찬이 될 수 있다. 지난 설날, 차례상을 물린 뒤 온 가족이 둘러 앉은 밥상에서 어른들은 진지를 잡수는 일도 잊은 채 저마다 계엄과 탄핵에 관하여 성토하고, 서투른 젓가락질에 계속 집중한 탓인지 몰라도 아이들 역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면이 우리집에서만 연출된 것은 아닐 듯싶다. 병풍처럼 켜놓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뉴스 진행자를 비롯한 기자들과 전문가들도 우리나라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시의적절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속시원하게 대답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냉수 한 잔 들이켜서 내려갈 체증이라면 좋겠으나, 명절 귀성 차량으로 언제 뚫릴지 몰라 꽉 막힌 도로처럼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는 급체가 아니라 만성 소화불량과 비슷하다. 갑자기 누군가 밥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책상 위에 두 손을 모은 의사처럼 한국이라는 환자에게 고쳐 묻는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는 한국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처방하려는 의사(意思)를 숨기지 않는다. 오늘날의 한국은 정치, 헌정, 법치, 정당, 선거, 교육, 언론, 사회 등 다방면에서, 무엇보다 오랫동안 '안이한 언어와 게으른 상상력에 의존(15쪽)'하여 한국을 이해하려 했기 때문에 빚어진 실패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간밤에 국민의 두 눈들이 스르르 감긴 사이를 노려 정치권력의 손에 장난감 블록 같이 와르르 무너뜨린 한국을 어떻게 다시 쌓아올릴 수 있을지 고심하던 그가 차트를 꺼내든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환자의 몸과 마음 상태를 다시금 새로이 살펴볼 작정이다. 모두가 익히 들어 알지만 속뜻까지 헤아리기 어려운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세워진 정치 공동체가 단군신화, 불교, 유교 등 '종교'라는 씨실과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에 이르는 '역사'라는 날실로 짜놓은 천 위에 그들만의 
'선택적 기억과 망각(65쪽)'을 기록해왔음을 재발견한다. 무수한 고비를 넘기며 명맥을 이어가던 일국(한 나라)이 타국의 침략으로 존망의 기로에 선 순간은 이 나라에 있어 분수령이 된다. 그의 색다른 시선을 따라 산마루 넘듯이 강제된 식민 체험과 독립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좇다가 멈춰선다. 
  당시에 쓰여진 시 「님의 침묵」 앞에서다. 여기서 
'욕망의 동학(126쪽)'이라는 정치신학을 찾아낸 점이 퍽 흥미롭다. 욕망은 충족되지 않을 때 가장 강하고 반대로 충족된 후에는 약해지는 법이다. 님이 침묵(부재)하여도 사랑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님이 부재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의 욕망이 불타오른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망국이 애국의 가장 강한 동력으로 작용하여 조국 해방이라는 당대인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셈이다. 지난겨울, 소설 『소년이 온다』, 영화 『서울의 봄』 속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도 재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며 되풀이된다는 말을 실감한 동시에 오발탄 같이 쏘아올린 욕망의 동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도 절감했다.
  어떤 면에서 한국의 군사정권은 시민사회로 하여금 민주화를 낳고 더불어 억압과 불의에 맞선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일조한 배역으로도 볼 수 있다. 그의 표현대로 '못생긴 쿠데타'를 일으킨 정치 세력과 부역자들의 민낯을 민주주의라는 거울에 비춰 화장(火葬)시키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다. 다행히 그 불 같은 심지는 촛불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양초의 그것으로 화(化)하여 빛을 내며 희망찬 세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촛불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혁명을 끝내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이 반전처럼 다가와 뜨거움은 사라진 자리를 서늘함이 채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 『그랜 토리노』의 주인공을 소환하여 그야말로 촌철살인 같이 현재를 사는 한국의 보수에게 '자살'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가 내린 처방 또는 차린 밥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인용한 어느 사상가의 말처럼, 주어진 선택지는 집어던지고 더 나은 선택지를 궁리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러고 나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서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제 그가 누구인지 밝힐 차례이다. 바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이자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컬럼에서 명절을 보내는 법과 아울러 여러 저작들을 통해 'ㅇㅇ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온 김영민 작가이다.
  이번에 나온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는 법에 대해 줄곧 생각했다. 우리는 빛과 달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투과할 수 없기에 시간과 공을 들여 온 몸과 마음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존재임을 새삼 깨닫는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당신을, 나아가 우리와 한국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면 외국에서 외국인과의 첫 만남을 상상해보자. 십중팔구 내 이름은 아무개이고 나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할 텐데, 한국이 '나'라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끄트머리에 위치한 까닭이다. 물론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나의 정체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나, 그와 가까워지는 길 위에서 정체(停滯)하지 않고 내 
정체(正體)를 잘 드러내야 마땅하다. 
  또한 책은 뒷걸음질친 한국이 또다시 앞으로 한걸음씩 내딛는 법으로 읽힌다. 앞서의 외국인 친구와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나 자신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체된, 아니 퇴보한 한국을 전진시키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삶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는 그 무엇을 찾기 마련인데, 그 가운데 한국은 나와 당신이라는 개개인이 상호작용하는 작고도 큰 세계로서 기능한다. 아침의 밥상과 대낮의 책상을 지나 또 저녁의 침상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펼쳐본다. 어찌됐든 오늘도 무사히 이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안녕하고 불행하지 않은 한국(인)이 되면 좋겠다. 우리의 나태한 인식과 나날들로 인해 위태로워진 한국이 변태(탈바꿈)하여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이달의 사락 k*****o 2025.04.13. 신고 공감 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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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알려주는 <한국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알려주는 <한국이란 무엇인가?>" 내용보기
이 책은 진부한 문장, 틀에 박힌 표현, 전형적 사고방식이 없다는 게 놀라운, 새삼스럽게 다시 놀란, 책이다.특정 정당, 특정 집단, 특정 세력, 특정인에 대한 찬사나 지지도 전혀 드러냄이 없이 한국 사회, 한국 정치를 평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놀랍다. 오히려 한국의 두 거대 정치 진영/세력을 싸그리 비판하고 있는 듯하지만 뻔한 양비론은 아니고, 또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고 저자 나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알려주는 <한국이란 무엇인가?>" 내용보기
이 책은 진부한 문장, 틀에 박힌 표현, 전형적 사고방식이 없다는 게 놀라운, 새삼스럽게 다시 놀란, 책이다.

특정 정당, 특정 집단, 특정 세력, 특정인에 대한 찬사나 지지도 전혀 드러냄이 없이 한국 사회, 한국 정치를 평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놀랍다. 

오히려 한국의 두 거대 정치 진영/세력을 싸그리 비판하고 있는 듯하지만 뻔한 양비론은 아니고, 또 비판으로만 끝나지 않고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비판은 그들이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글에 실린 리듬감, 운율, 유머러스함에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워 책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실제로 나는 김영민 선생님의 어떤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을 의지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책에는 여러 인문학과 사회학의 여러 이론들과 학설들이 살짝살짝 언급되고 저자의 사유의 깊이가 살짝살짝 엿보이지만, 그 역시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잘 드러났다. 이 책의 난이도는 보통의 고등학생 문해력 정도도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보지만, 문해력의 고저에 따라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사회계열의 박사 수준의 독자들도 만족시킬만한 깊이가 있다고 본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령에 대해 김영민 선생님의 시각이나 견해가 궁금했지만 많은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 점은 직접 뵙고 오프더레코드로 들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

요즘 같이 볼 만한 에세이가 없는 시대에 성찰을 하게 만드는 소중한 에세이가 나와서 참 반갑다.
책에 대해 더 할 말은 많지만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마친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5******n 2025.04.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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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 책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 책" 내용보기
나는 이 책을 읽고 한국인에 대해 성찰하며 한국에는 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자각함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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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고 한국인에 대해 성찰하며 한국에는 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자각함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y*****7 2026.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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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발상의 전환" 내용보기
“희한한 곳이 있다. 시간이 돈이라고 분초를 다투어 뛰어다니며 실없는 모임이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세상이지만, 엿새를 꼬박 일하고도 쉴 줄 모르고 줄기차게 매주 수백 명씩 한데 모여서 별 생산성 없는 프로그램을 경건하게 진행하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곳이 있다. 기이한 곳이 있다. 온갖 원심력으로 찢어져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믿을 수 없이 견고한 구심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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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곳이 있다. 시간이 돈이라고 분초를 다투어 뛰어다니며 실없는 모임이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세상이지만, 엿새를 꼬박 일하고도 쉴 줄 모르고 줄기차게 매주 수백 명씩 한데 모여서 별 생산성 없는 프로그램을 경건하게 진행하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곳이 있다. 기이한 곳이 있다. 온갖 원심력으로 찢어져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믿을 수 없이 견고한 구심력으로 뭇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냉소와 허탈이 만연한 세상에서 열정과 광기가 살아 번득이며, 이기적 보신주의로 살벌한 세상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득의한 듯 희희 거리는 곳이 있다. 그러나 정녕 이상한 일은 그 놀라운 자산과 열정과 에너지가 여름 강물처럼 사회로 밀려들어가 정화와 연대와 정의를 위한 변혁의 힘으로 기능하지 못한 채 필경 파편처럼 분분히 날아가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김영민 교수가 1999년에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이다. 교회를 향해 쏟아낸 날 선 비판이었다. 2018년에는 경향신문에 실린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으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한겨레에 칼럼을 쓸 때만 해도 한일장신대 교수였던 그가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몹시 놀랐다. 동명이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철학자이고, 동일인이라 여길 만큼 문체나 행간에서 풍기는 느낌이 너무 비슷했다. 공교롭게 두 사람이 쓴 책을 모두 몇 권씩 읽은 게 오히려 혼동을 부추겼던 모양이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신간 소식에 얼른 사기는 했는데,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 후회가 들었다. 그동안 검색해가며 읽었던 칼럼을 모아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읽은 걸 잊을 만큼 시간이 지난 글이 많아 새롭게 읽을 수도 있었지만, 저자 특유의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문체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어 다소 식상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어느샌가 그 방식과 문체에 빠져들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물으라는 칼럼은 개그의 소재로도 쓰였지만, 사실은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글이었다. 그렇게 만만하게 소비될 주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못생겼다고 평가할 때 잘생긴 구석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잘생겼다는 게 무엇이냐, 사람을 잘생겼나 못생겼나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냐, 누가 너더러 그런 거 평가하라는 자격을 줬느냐”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핏 추석 칼럼이 떠오를 전개 방식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이 글에서 “학문적 자유란 선택지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선택지 자체를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비로소 자기주장의 바탕을 설명한다.

저자는 보양식과 인문학 강연을 절묘하게 대비해 이면에 감춰진 실체를 끄집어낸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섭생과 규칙적인 운동을 마다하고 보양식을 찾는 이들”과 “마음의 잔근육 단련을 통해 정교한 ‘생각의 힘’을 얻으려 하지 않고 몇 번의 인문학 강의로 대신하려는 이들”을 등치시켜 한국 정치가 왜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으로 정치적 모멘텀을 얻으려 했는지 원인을 찾아낸다. 체계적인 의제 발굴이나 담론의 성숙을 이룰 여유도 없고, 그러다 보니 그럴 능력마저 없어졌다는 말이다. 결국 정치에서 상생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모두가 과로에 젖을 만큼 너무도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니, 또 다른 김영민 교수가 “놀라운 자산과 열정과 에너지가 여름 강물처럼 사회로 밀려들어가 정화와 연대와 정의를 위한 변혁의 힘으로 기능하지 못한 채 필경 파편처럼 분분히 날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허망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 면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주역들이 조롱과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절제되고 균형 잡힌 섭생과 규칙적인 운동이 아닌 보양식으로 건강을 유지했으니 한번 ‘가두시위’로 소진한 힘을 충전해 ‘가두시위의 정신’을 유지해나갈 여력이 없었을 것이고, 마음의 잔근육을 단련해 정교한 생각의 힘을 얻는 대신 몇 번의 인문학 강의로 소양을 쌓았을 뿐이니 혁명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처럼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기초를 갖추지 못한 결과가 그들이 밀어낸 군사 정권의 자리를 민간인 교주가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랬는데도 그들은 자신들이 혁명을 완수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그만큼 큰 보상과 관심을 당연하게 여기고, 시민단체에서 정치권으로 옮겨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당연한 자기 몫으로 여긴다. 그런 이들에게 시민단체의 목표가 비판과 견제라는 것을 깨우쳐준들 그들이 귓등으로나 듣겠는가.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그치면 돌아서서 한번 흉이나 보고 말일이다. 저자는 그런데도 그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 자신이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여전히 도덕적 잣대가 자신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일갈한다.

내가 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게 바로 이 점이다.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걸 인정하는 나쁜 놈은 침 한 번 뱉고 돌아서면 그뿐이다. 나쁜 놈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인간들이 남들을 도덕적으로 비판하는 꼴은 그들을 증오하게 만든다. 그들은 정녕 그걸 모른다는 말인가. 그래서 춘향전은 암행어사 출두로 끝맺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들의 죽음으로 끝맺게 했을 거라는 저자의 추측에 공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가두시위가 끝난 그 어간 어디에서 시간이 멈췄더라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이다.

저자가 <어른 김장하>에 대해 쓴 글이 있는 걸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호평이 줄을 잇는 데도 그다지 볼 마음이 들지 않아 미뤄두었다가 최근에야 보게 되었다. 그런 유형의 프로그램이 대체로 미화와 윤색으로 덧칠하게 마련인데, 유독 그런 걸 편히 보지 못하는 내 까다로운 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인물을 생각보다는 훨씬 담담하게, 크게 꾸미지 않고 그려낸 모처럼 만나는 수작이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이 저자에게는 어떻게 비쳤는지 더욱 궁금했다.

“김장하는 현실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직업적 정치인이 아니어도 공적 관심을 유지하고 사리사욕이 아닌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사회의 핵심이다.”

저자는 김장하를 바라본 소회라고 쓴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것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의 메시지로 들렸다. 한국 정치 어디에도 희망을 걸어볼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정치에 무관심한 데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그러니 그럴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라는, 그렇게 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것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를 취재한 김주완 기자에 대한 설명이었다.

“<어른 김장하>는 김장하에 관한 이야기만큼이나 그를 취재한 김주완 기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기득권자의 비리와 악행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주로 써왔다. 그러나 그런 방식을 통해서는 이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 그토록 폭로하고 비판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비리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은퇴를 맞은 그는 나쁜 사례를 폭로하고 비판하기보다는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선양하기로 결심한다.”

기득권자의 비리와 악행을 고발하는 기자들의 노고에 비해 그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하다. 고발 기사에 분노하고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분노를 터트려 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이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이지 그를 타개하기 위해 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다고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일에 내 시간을 쓰는 게 낭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휘청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얼마큼 걷고 나서 돌아보면 그래도 아주 조금은 세상이 나아져 가는 건 냉랭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끊임없이 비리와 악행을 고발하는 것으로 세상을 고쳐보려는 이들,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것으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들 때문이 아닐까.

관객 모두 그 영화를 보면서 김장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에 저자는 그 영화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근원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사지선다형 문제의 선택지에 묶여 그중에서 답을 고를 생각을 버리고 선택지를 거부하는 게 학문의 출발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그래서 철학을 학문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뜬금없이 동명이인인 다른 김영민 교수로 글을 시작했다. 두 김영민 교수 모두 철학자로서 독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을 깨우쳐주는 데 힘쓰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본 결과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철학의 범주로 분류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YES마니아 : 로얄 b*****3 2025.07.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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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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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네요. 경제적 위기 상황과 정치적 경쟁구도의 심화로 서로가 견제하고 좋은 시너지를 내야할 사회가 한쪽으로 너무나 치우치는 듯 한데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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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네요. 경제적 위기 상황과 정치적 경쟁구도의 심화로 서로가 견제하고 좋은 시너지를 내야할 사회가 한쪽으로 너무나 치우치는 듯 한데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b****n 2025.06.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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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나를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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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정채성은 내가 나고 자란 국가의 정체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에 나를 탐구하고 이해하듯 내 나라 대한민국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들의 실체를 보게되고,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실은 나의 욕망과 기대의 투영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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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정채성은 내가 나고 자란 국가의 정체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에 나를 탐구하고 이해하듯 내 나라 대한민국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들의 실체를 보게되고,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실은 나의 욕망과 기대의 투영이었음을 알게 된다.
s*****9 2026.02.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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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나도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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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한밤중에 단행된 대통령의 불법 계엄 이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 와 있는가? 한국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이 무너지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는 현실 속에서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생각해본다이런 심각한 일이 있을경우 첨으로 돌아가서 다시 기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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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한밤중에 단행된 대통령의 불법 계엄 이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 와 있는가? 한국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이 무너지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는 현실 속에서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생각해본다
이런 심각한 일이 있을경우 첨으로 돌아가서 다시 기본부터 진행해야 한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YES마니아 : 로얄 d****y 2025.06.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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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바다에서. 건져온. 대어들
"고전의. 바다에서. 건져온. 대어들" 내용보기
많은. 책. 가운데. 좋은. 책을. 선정해서. 요점을. 알려줍니다 유시민. 작가의. 내공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역작입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후에. 관련. 책의. 원전을. 다시. 찾아. 독서하면. 훌륭한 길ㄹ잡이. 역할을. 할. 수있습니다. 특히 나이어린.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책을 고르기가. 힘이 들때. 이. 책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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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k*******7 2025.05.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