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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다큐멘터리 속에 나오는 열세 살 소녀가 결혼식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생계를 위해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멀리 아프리카의 어느 광산에서는 내 나이와 똑같은 아이들이 신발도 신지 않고 맨손으로 돌을 캐며 하루를 보낸다. 그걸로 하루에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보다 무거운 돌을 옯겨놔야 그날 저녁 가족이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아이는 전쟁이 난 마을에서 부모님과 헤어져, 다른 나라로 끌려가 이름도, 국적도, 삶도 바뀌기도 한다. 놀랍게도 10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나는 역사책에서 조선 시대 아이들의 삶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밭일을 하고, 물을 긷고, 동생을 돌보며, 어린 나이에 시집가고 장가를 가야 했던 이야기들이다. 내가 읽게 된 <1922 방정환, 어린이날을 시작하다>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이 인정 받지 못하며 살았다는 내용이 다 들어있었다. 또한 이 책에는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 시절도 담겨 있다. 아버지에게 자주 혼났고 마당에 벌을 서며 자랐다.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자란 것이다. 그런 기억은 방전환 선생님에게 다짐이 되었다. 아이들도 숨 쉬고, 꿈꾸고,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리고 싶었던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세상에 외쳤다. 어린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고, 잡지 <어린이>를 펴내고, 글을 쓰고, 거리로 나섰다. 내가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방정환 선생님이 코피를 흘리면서도 어린이날을 준비하던 모습이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거르면서 신문을 만들고, 글을 쓰고, 전단지를 돌리고, 깃발을 들었다. 그 마음이 담긴 문장도 책에 적혀 있었다. “어린 사람에게 잠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해 주세요.” 짧은 문장이지만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여전히 방정환 선생님이 꿈꿨던 세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 많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으로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끌려가 이름도, 국적도, 가족도, 삶도 모두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어린이날은 그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의 선물이 될 수도 있는 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나처럼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