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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에 본 영화인데 아직도 이 영화는 어제 본 듯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실없이 끼어드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젊은 날 그들이 청춘의 한 가운데를 지나오는 과정을 그린 참으로 애잔한 영화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영화를 보다가 할머니의 등과 보살핌 속에서, 그 다음 츠네오의 등으로, 그리고 이후에는 전동휠체어 위를 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내가 아는 한 친구가 생각이 났고, 그 친구도 이 영화를 보았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사실, 그녀의 생활방식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제 나이또래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처음 집에서 밖으로 나온 것이 성인이 되어서인 경우가 주변에서 자주 보아온터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욕구들이기에, 산책을 하고자하는 욕구, 할머니가 쿠미코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 등 영화속의 구성자체도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평범함 그 연애이야기 속에서 사랑의 또다른 모습인 에리히 프롬이 말한 '분리'로 인한 완전한 독립, 그리고 그녀의 용기가 그토록 내게 와 닿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영화를 보기전에 이전의 나의 그 용기는 어디로 다 날아가 버린 것일까..라는 말을 농담삼아 이야기 하다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조제(쿠미코)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시 찾아 온 츠네오를 붙잡는 장면에서 그녀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모습이 참 이뻤다. 후회할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그녀가 참으로 부럽기도 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일년 후에'라는 소설의 이야기를 영화구성에서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그 책을 통해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그들은 비록 헤어졌지만 츠네오와 조제의 사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을 불완전하게 이세상에 태어난 우리에게 왜 타인의, 타인을 향한 사랑이 필요한지, 그 사랑을 통해서 완전에 이르게 하는 것을 보여준다. 비로소 그 사랑을 통해서, 한 사람의 존재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다시 그 사랑이 떠나간다 할 지라도 우리는 진정 사랑함으로서 다시 태어나고, 다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형제를 통해서도, 자식을 통해서, 부모의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신의 사랑을 통해서 만날 수 있지만 사실 가장 빨리 배우고 느끼는 것은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의 사랑과 신의 사랑을 그저 받는 것만으로 알다가 뒤늦게야 그 사랑을 더 크게 알지만.. 그녀의 독립은 츠네오와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처음 영화를 보기전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나열이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조제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호랑이(이는 할머니와 보러갈 수도 있었으나 그 의미가 다르다)를 보러 감으로서, 그리고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해저속에서 마치 그녀의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인어공주처럼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살아왔지만 눈을 뜨고 헤엄을 쳐서 나온 것은 츠네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것, 비로소 삶의 의미가 츠네오를 통해서 드러남을 보여준다. 그녀 역시도, 언젠가는 츠네오와 헤어지고 사랑도 사라지게 될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해저속 조개껍질처럼 살아간다고 해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설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멀리 번지고 흩뿌려져서 다시 생각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이 그렇게 오랫동안 남고 남아 우리를 키워주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과 장면은 우리나라와 그리 다를 것도 같을 것도 없고, 심지어 영화속에 등장하는 멋진 바다의 모습도 아니다. 그냥 황량한 겨울 바다의 모습이다. 평범한 우리네들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 영화가 그토록 눈에 송글 송글 맺히는 것은 두 주인공의 연기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헤어지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무서워 처음부터 사랑하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다. 영화속에서는 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이 견학을 나오고, '장애인이면서 내 애인을 빼앗다니' 하는 대화 장면에서 처음에는 어찌 좀 그렇다 싶었는데 그녀 역시도 그녀의 학업이전에 그저 사람이라는 것에서 이해를 하고 싶었다. 어차피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그것은 아니엇을 터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장면을 통해서 알수 있는 것은 타인들의 시선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나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예요,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될 거구요. 그렇게 시간은흘러가는 것..'이라고 사강의 소설을 통해서 들려주던 음성, 그렇지만 츠네오는 그녀와 헤어진 뒤에 그녀와 평범하고 편한 친구사이로 남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츠네오의 사랑과 조제의 사랑은 물거품이 아니었다. 사라져 버리는 그런 물거품 같은 사랑이었다면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온전한 독립된 생활로서 새로 시작되는 삶을 살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전히 전처럼 쿵하고 방바닥에 떨어지지만 이전과는 다른 소리, 다른 모습이다. 이쁜 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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