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에서 못본 작품이기 때문에 DVD를 구입하기에 좀 망설여진 것은 사실이다. 주변의 이야기도 스토리라인이 엉성하다든지, 너무 황당하다든지 등의 소박한 악평(?)들이 좀 있었던 것도 구입을 주저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장예모 감독 특유의 색감이 짙게 배인 화면과 환상적인 무술연출등(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주연의 "영웅"을 기억하며)을 믿고 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를 볼 때는 많은 선입견의 필터를 거치게 된다. 영화의 리얼리즘에 대한 논쟁과 이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요즘 서플먼트 답지 않게 엉성한 영화제작 뒷이야기를 보면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영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작이었다. 물론 스토리 자체가 무리가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장예모 감독에게 기대하고 그의 영화세계에서 기대하는 바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오히려 칭찬해주어야 할 부분이다. 그의 영화는 그야말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중국 무협영화가 아니다. 그의 영화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을 동양으로 옮겨놓은 의미로서의 동양판적인 환타지 영화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무술에는 환상적인 와이어 액션과 그림과 같은 배경, 등장인물들의 환상적인 연출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연출을 두고 너무 황당하다든지, 스토리가 엉성하다든지 하는 등의 이야기는 장예모 감독 영화의 일부분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연인'의 각 장면장면은 그야말로 수채화를 방불할 정도로 놀라운 색감이 주류를 이룬다.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은 이 영화가 일반 무협 영화로서가 아닌 환타지로 인식하게하며, 그렇기 때문에 리얼리즘은 이 영화랑 무관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대나무 숲에서의 전투신과 우크라이나 벌판에서의 눈발아래 최후 결전등의 장면은 색감과 주제의식,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인상을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화려한 무술신으로 치장되어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그야말로 남여간의 사랑이야기이다. 그 사랑의 화두안에서 냉혹한 3명의 무협인들은 점차적으로 파괴되어 간다. 비도문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사랑이 하나로 어우러져 복잡 미묘한 관계성을 양산한다. 그러나 영화자체가 화면이 주가 되다보니 대사등 스토리를 이끄는 힘이 좀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옥의 티라고나 할까? 이찌됬건 심리적인 처리(대사나 연출)는 조금 미흡한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는 나무랄데 없다고 생각한다.(요즘 우리나라 영화가 워낙 시나리오가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당연 대사가 적은 영화는 욕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플먼트는 그야말로 별로다. 물론 장예모 감독을 밀착해서 취재한 성의는 놀랍지만 요즘 미국영화에서 기대하는 완벽한 구성은 아니다. 단지 이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이를테면 비도문의 두목이 원래는 얼마전에 작고한 '매염방'의 역이었다는 등의)가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화려한 영상미학과 무술, 그리고 춤으로까지 승화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DVD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