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7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3%
  • 리뷰 총점8 20%
  • 리뷰 총점6 5%
  • 리뷰 총점4 1%
  • 리뷰 총점2 1%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10.0
  • 20대 9.0
  • 30대 9.0
  • 40대 9.0
  • 50대 9.0

포토/동영상 (10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여행의 이유』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
"『여행의 이유』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 내용보기
몇 년 전 김영하 작가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예스24에서 주관한 행사였는데, 지방에서 먼 서울까지 가서 귀한 강의를 접했다. TV에서 간간이 보던 모습과 일치했고, 유려한 말솜씨에 새삼 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말솜씨를 발휘했다. 그렇잖아도 인기 많은 작가인데 더한 인기를 얻은 작가가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후 작가의 신
"『여행의 이유』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아 떠나는 것" 내용보기

몇 년 전 김영하 작가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예스24에서 주관한 행사였는데, 지방에서 먼 서울까지 가서 귀한 강의를 접했다. TV에서 간간이 보던 모습과 일치했고, 유려한 말솜씨에 새삼 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말솜씨를 발휘했다. 그렇잖아도 인기 많은 작가인데 더한 인기를 얻은 작가가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후 작가의 신작이 나오게 되면 다 구입해 읽게 되었고, 이 책 또한 그렇게 해서 예판때 구매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홍보를 위해 나온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작가의 말솜씨를 다시한번 듣게 되었고,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책을 읽게 되면 같은 분야를 연이어 읽게 되는데, 최근 여행 에세이가 그랬다. 이다혜 작가의 일본 교토 에세이, 야고보의 고행길을 일컫는 대성당과 대성당을 잇는 에세이, 김영하 작가의 보다 근원적인 여행에 대한 사유였다. 일반 작가와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가 다른 점은 뭐랄까. 보았던 장면과 그에 따른 생각과 감정 들을 다룬 글에 비해 소설가의 여행에 대한 사유는 철학적에 가깝다. 소설과 여행에 대한 연관성, 여행에 대한 깊은 사유가 남다르다. 만약 소설가가 작품을 쓴다면 여행지에서 더 잘 써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그 장면들을 생각하며 쓴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에세이의  시작은 집필을 위해 몇 달 간의 중국 체류를 계획하고 떠났던 중국 여행에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추방된 이야기에서부터다. 이 이야기는 라디오에서도 자세히 한 바 있는데, 말로 듣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의 차이는 크다. 더군다나 작가이고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꽤 돈독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비자가 없다고 강제 추방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을 시작으로 그의 여행에 대한 사유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여행에 대한 경험이 짤막하게 수록되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제를 정하여 꽤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과 여행에 대한 차이점 혹은 공통점을 이야기하는데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 사는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면 아마 여행자가 아닐까. 뉴욕에서 몇 년, 캐나다에서 몇 년, 부산에서 3년 간을 살았고, 현재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뉴욕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엔 충분히 뉴욕을 여행중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여행하고  싶다'라는 아내의 말을 옮겼다. 몇 년간 지내다 보면, 생활인이 되고 만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행자라고 할 만하지 않는가.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중략)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138페이지)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에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것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109~110페이지)

 

발췌 문장에서처럼 '환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기호 작가의 소설에서도 환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환대란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한다는 뜻을 가졌다.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여행자에게 버스비를 내주는 것, 이십 년 전 발리를 여행하는 저자에게 현지인 남성이 베풀어 준 친절. 이 모든 것이 환대다. 환대해 준 사람에게 갚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게 또한 환대라고 했다. 여행의 묘미는 이러한 신뢰와 환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지에서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는 것.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 벗어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것. 비로소 나의 내면과 가까이 하는 것이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주말에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그 시간들이 즐거운 이유, 여행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9.04.29. 신고 공감 112 댓글 105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여행의 이유_김영하
"여행의 이유_김영하" 내용보기
#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생각과 말, 그리고 경험들이 가볍지 않게 느껴져 충동적으로 작가님의 책들을 여러권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소장하는 것에 취미를 둔 나는 아직 읽지 못한 숙제같은 책들이 많아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가 이번에 발리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이유'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여행 도중에는 거의 펴보지 않았지만 이번 여
"여행의 이유_김영하" 내용보기
#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생각과 말, 그리고 경험들이 가볍지 않게 느껴져 충동적으로 작가님의 책들을 여러권 구매했다. 그러나 책을 소장하는 것에 취미를 둔 나는 아직 읽지 못한 숙제같은 책들이 많아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가 이번에 발리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이유'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여행 도중에는 거의 펴보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후 이것저것 갑자기 의욕이 넘치게 되었고, 그 넘치는 열정을 표출해 낼 첫번째 출구이자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돌아온 이번 여행의 특별한 이유를 찾고자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 최근엔 문장 하나하나 나의 생각을 덧붙여가며 읽은 책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나의 여행 경험을 자꾸 떠올리고  다시 느껴보게한다. 그리고 나조차 몰랐던 나를 마주하게 한다. 그 과정이 거의 모든 문장, 모든 장, 책 전체에서 이루어진다. 
# 나는 여행을 통해 어떤 내면적 목표를 이루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갈망하는 사람인가? 평소에 나는 여행은 현실에서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행이 현실과 어떻게 다르기에 나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생각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워커홀릭이라고 불릴 만큼 가만히 쉬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면 오히려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유연하게 바뀐 일정을 즐기고, 빽빽한 일정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가만히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평온하게 느끼며,  평소엔 하지 않을 경험에(예를 들면 쏟아지는 비 속에서 수영하는) 텐션이 더 올라간다. 어쩌면 나는 여행을 통해 규칙, 책임과 같은 경직된 삶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채워진 에너지로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나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특히 이번 발리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달라진 나의 태도 중 하나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영어는 늘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 정도가 극복해야지!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주 회피하고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행지에서 나의 생각을 내가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영어가 업무적으로, 학업적으로 평가될 요소로 느껴져 뒤쳐짐이 부끄럽고 거부감이 들었는데, 여행지에선 영어를 조금 못해도 함께 간 친구, 번역기로 큰 문제 없이 지냈지만 내가 경험하는 환대에 대한 고마움, 새로운 경험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잘 표현하고, 불편한 점에 대해 조율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심이 생겼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은 발리 여행에서 얻은것이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잘 정리하지 못하고 모호하고 미약한 생각으로 흘러가게 두었을 것 같다. 
 # 이외에도 책은 끊임없이 나에게 생각과 질문을 던져주었다. 환대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나는 낯선 곳에서 헤매는 이를 도운 적 있을까, 환대 받은 기억은 많은데 다른 이에게 환대해주고 신뢰를 받은 적은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고, 떠나는 이를(가족, 가족과 같은 동물들) 여행자로 생각하는 작가의 태도에 나도 그런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이런 마음과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 이 책과 함께 여행해보면 내가 누구인지고 확인하게 되고,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러 떠나고 싶어하는 나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여행이라는 주제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나를 조금 더 알아갈 기회가 되었다. 작가가 여행에 대해  뻗어낸 생각의 발자취를 한 발 한 발 함께 따라가보니 나의 삶, 나의 여행도 살짝 끼워넣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h****3 2024.03.13. 신고 공감 29 댓글 2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삶" 내용보기
단 한 번의 삶이고 그 무대의 주인공이 바로 '나'인 것을 종종 잊는다.  마치 주변인처럼 ,크게 휘몰아치는 물결 위를 둥둥 떠다닌다. 그저 숨은 쉴 수 있을 정도로만 헤쳐가면서 산다. 큰 파도가 나한테는 몰아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이 번 에세이는 작정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겠다고 결심한 듯 싶다.  작가의 뿌리가 되는 부모님 이야기, 작가님의 정체성,
"단 한 번의 삶" 내용보기
 단 한 번의 삶이고 그 무대의 주인공이 바로 '나'인 것을 종종 잊는다.  마치 주변인처럼 ,크게 휘몰아치는 물결 위를 둥둥 떠다닌다. 그저 숨은 쉴 수 있을 정도로만 헤쳐가면서 산다. 큰 파도가 나한테는 몰아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이 번 에세이는 작정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겠다고 결심한 듯 싶다.  작가의 뿌리가 되는 부모님 이야기, 작가님의 정체성, 방향성, 가치관, 지금까지의 여정들이 잘 묻어나오는 이야기여서 굉장히 친밀하게 다가왔다.  속 깊은 일기장을 들여다 본 듯한 짜릿한 느낌마저 들었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첫 문장부터 와 닿는데 이런 문장을 이전까지 아무한테도 들어 본적이 없었나? 신선하다. "인생이 일회용인 것도 힘든데, 그 인생은 애초에 공평치 않게, 아니 최소한의 공평의 시늉조차 없이 주어졌다. " 어떻게 이렇게 맞는 말씀을 잘 찾아 쓰시는지 속이 다 시원해진다.  시니컬한 이런 문장들이 마음을 두드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29쪽) 성당 지하에서 열여덟 살에 처음 경험해 본 생일 축하 케이크와 초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생일 축하는 고난의 삶을 살아온 인류가 고안해낸, 생의 실존적 부조리를 잠시 잊고, 네 주변에 너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부드럽게 환기하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동료들이 주는 이런 의례마저 없다면 삶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우울한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31쪽) 생일 축하 의식에서 이렇게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존경스럽다.  작가의 주변 인물과 사건, 삶의 여정 가운데에서 느꼈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문장들이 어찌나 절묘한지 여기저기 포스트잇을 붙이고 인용하고 싶어진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도 함깨 돈다." (61쪽) "우주의 만물이 그러하고, 내가 그러했듯, 그럴듯한 이유 없이도 인간은 얼마든지 변하고 ,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니 이 자연스러운 결과에 굳이 '도발적 사건'을 갖다붙여 설명할 필요는 없다."(80쪽) 생물학적으로도 우리의 세포들은 꾸준히 소멸과 생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예전의 내가 온전한 예전의 나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예전의 나일 필요도 없다. 은근히 위로가 된다.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라게 할 만큼 짜릿한 문장을 만나게 되면 너무 기쁘다.  바로 이런 문장처럼 말이다.  "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 나라고 하는 것은 수 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102쪽)  이런 문장은 어떤 생각들이 모이면 지을 수 있는 실체가 되는 걸까요?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문장들의 나열로 끝을 맺어야 겠다.  # 이렇게 스스로 부과하는 고통은 성장과 변화의 동력이 된다. (107쪽)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129쪽)   (지금 생각해보니 내 꿈도 바로 유능과 교양이었던 듯 싶다.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 내려가고 있는 듯) #스크린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은밀히 믿고 있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152쪽) #몸은 충동적인 내 정신의 순종적인 노예로서 모든 부당한 처사를 묵묵히 감당했다. (157쪽) 한 10년 정도 더 지나서 혹은 20년 정도 지나서 [단 한 번의 삶 2]를 써주셨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7 2025.04.14. 신고 공감 27 댓글 18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여행의 이유 - 김영하" 내용보기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활동적이지 않다.  집에서 꾸물거리기를 좋아하고, 밖으로 나가도 근처 몇킬로미터 내에서 움직인다. 익숙한 길로만 가고 자주 가는 극장만 가고 똑같은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날마다 똑같은 생활, 변화 없는 생활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이 여행한 이야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아한다. 그렇기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내용보기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활동적이지 않다.  집에서 꾸물거리기를 좋아하고, 밖으로 나가도 근처 몇킬로미터 내에서 움직인다. 익숙한 길로만 가고 자주 가는 극장만 가고 똑같은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날마다 똑같은 생활, 변화 없는 생활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남이 여행한 이야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아한다. 그렇기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알쓸신잡에 출연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아는 사람, 조리있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쓴 책, 여행의 이유는 아직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온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인생 여행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어제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충실히 살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삶,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 내일 배고프지 않기 위한 준비 등등

 

어쨌든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했든 착륙했든 우리는 이미 와버렸기에 인생이라는 여행을 잘 준비하고 행동하고 사랑하자. 여행의 끝자락에 뒤돌아보면 여행이 참 짧았다고 느낄 것이 틀림없으므로 내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 여행을 잘 하자.  그리고 우리 이후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두손 두발 들고 환대하자. 그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 한페이지 정도가 이 책의 전부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도 훌륭하고 쉽고 교훈적이고 재밌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명은,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를 배웅하듯이 망자를 대한다. 관 속에 노잣돈이나 길동무 인형을 넣어준다. 철저한 무신론자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면 그들이 다음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있다."

 

 

k*****7 2019.07.03. 신고 공감 26 댓글 32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내용보기
제목 : 단 한 번의 삶저자 : 김영하출판사 : 복복서가단 한 번의 삶글쓴이김영하 저출판사복복서가 평균 별점 5.0(932) -->  예스24 바로가기 닫기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작가 후기좋은 경험을 해보는 것은 너무 중요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내용보기

제목 : 단 한 번의 삶

저자 : 김영하

출판사 : 복복서가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삶
글쓴이
김영하 저
출판사
복복서가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작가 후기


좋은 경험을 해보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20대때 여행을 왜 그렇게 다녔나 싶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허술하게 다니고 좋은 경관과 건축물을 보는게 아니라 놀기 바빴던 게 아쉽지만,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도 나만의 여행 스타일이 생길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젠 어느 나라를 여행하는게 적합할 지 상상이 가고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건 비단 여행뿐 아닐 것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집을 잘 찾고 그 맛을 잘 기억할 것이고, 어려서부터 좋은 노래를 듣고 자란 사람은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생기고 저절로 좋은 음악을 찾아 듣는다. 


나는 영화를 좋아해 정말 많은 영화를 보았다. 삼류 코미디부터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까지 장르도 가리지 않고 보았지만 지나고 나면 생각나는 명작이 많이 있다. 흥미 위주인 작품도 있지만 의외의 작품들도 있다. 게다가 당시에는 다들 봐야 한다고 해 어느정도 의무로 봤던, 당시에는 재미 없었던 영화인 경우도 많다. 지루하기 짝이 없기도 했고 너무 옛날 영화라 화질이 복원이 안된 영화도 많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을 지금 다시 보면 새삼 감동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렇게 좋은 영화였나?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나? 이것도 다 내가 그동안 많은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영화를 알게 된게 아닐까.


이렇듯 사람은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좋은 게 뭔지 알게 된다. 심지어 창작자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이 작품을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구나 하고 느껴지기도 하고, 창작자의 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아무리 설정이 화려하고 미사어구가 좋은 책이나 영화도 특유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도 허다하다.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작가 후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고 후기에서 이 문구를 읽었을 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삶과 가족, 삶의 의미를 담은 이 책은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내가 에세이집을 이렇게 빠져들어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완벽하게 끓인 곰탕 한 그릇을 천천히 먹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고기국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곰탕을 말이다.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라는 것이 있다.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돌아올 때 탄 배이다. 그 배는 아테네인들에 의해 후대까지 보존되었는데 나무의 특성 상 꾸준히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낡은 나무 판자를 뜯어내고 새 목재로 교체하기를 반복하니 나중에 같은 배이지만 원래의 목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요즘 요가를 즐겨 한다고 한다. 꾸준히 해 아마추어들이 하기 힘든 '머리서기' 동작도 가능하단다. 아침마다 커피를 그라인딩해 내려먹는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요리도 즐겨 한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며 꽃과 식물을 잘 아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아이패드로 그림도 많이 그린다. 하지만 식물을 가꾼지는 구 년, 요리를 한 지는 십칠 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은 이십 년 정도 그렸고 요가도 띄엄띄엄 했지만 이십 년 수련의 결과이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지만 정작 성인이 되고 시작한 일들이다. 스무살 때는 하나도 하지 않던 일이 어느샌가 꾸준히 하다보니 취미가 되었고 경력이 쌓이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 날 알던 사람들이 내가 독서 블로그를 쓰고 있다는 걸 알면 정말 많이 놀랄 것이다. 당시에는 공부와도 거리가 멀었고 술 먹고 놀기만 좋아했던 사람이 이렇게 차분해보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니(물론 술은 지금도 많이 마신다). 하지만 나도 벌써 블로그를 3-4년은 쓰고 있나보다. 최근에 글 쓰는 것은 뜸해졌지만 그래도 습관이 좀 들어서 책을 꾸준히 달고 살긴 한다.


십년 전과 비교하면 전혀 하지 않던 운동도 한다. 물론 취미를 붙인 것은 아니고 건강을 생각해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골프도 취미로 가졌고 어릴 때와 비교하면 쉬는 날 집을 정리하며 그 평온함을 즐기기도 한다. 돈 무서운줄 모르고 쓰던 내가 출퇴근길마다 경제 팟케스트를 들으며 재테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글을 혹시 누가 읽게 된다면 다들 생각할 것이다. 새삼 어릴 때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다르다고. 이게 당연하다. 테세우스의 배는 시간이 더 흘러 목재를 또 한번 바꾸더라도 테세우스의 배로 남을 것이다.


모른다


제자가 삼십대에 아내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 년을 살았다고 한다. 캠퍼스 안의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았는데, 목조건물이라 화재경보가 자주 울렸다고 한다. 한번 울리면 모든 주민이 아파트 밖으로 나와야했고 복귀하라고 해야 복귀할 수 있었다. 그 시절 저자는 돈이 많지 않던 시기라 절약을 하기 위해 커피를 사먹지 않고 직접 로스팅해 먹기로 했단다. 생두를 직접 사 팬에서 볶아 로스팅을 하는데 도중에 멈추면 안된다. 커피콩이 팝콘처럼 터지기도 하고 탄 껍질과 연기가 자욱해 어수선해진다. 


하루는 로스팅을 시작해 일차 파핑이 일어난 직후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지금 불을 끄고 대피하면 로스팅을 망한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대피하지 않으면 소방대원에게 끌려나갈 수 있어 하는 수 없이 로스팅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하필 커피콩을 볶던 때 화재경보가 울려 대피하는 일이 발생해 커피 로스팅을 망치게 된 것이다. 어느날 아내와 얘기하며 '혹시 커피 볶는 것 때문에 화재경보가 울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이후 로스팅을 중지했다. 그가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화재경보는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아나? 이 드라마는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7왕국이 왕좌에 앉기 위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이다. 나는 책은 보지 않았지만 책은 내용이 훨씬 더 복잡한 것 같다. 시리즈 전체에 등장하는 인물이 천 명이 넘는다는 것 같다. 이러다보니 저자도 쓰면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이 작품에는 너무나 유명한 팬이 있다. 가르시아라는 팬인데 작가가 그에게 연락해 질문하면 즉각 설정에 대한 답을 해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유명한 작품들은 팬들끼리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무협소설 같은 경우 세계관에서 직접 맞붙은 적 없는 인물들끼리 무공 서열을 두고 팬들끼리 승패를 논한다. 이미 이쯤되면 작가가 만든 세계이지만 이후 소비는 팬들이 하고 이차창작이 이루어진다.


그럼 부모님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일까? 나를 만든 '창작자'이지만 정작 태어난 후 성인이 되어 따로 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님은 나를 잘 모르지 않을까? 


이탈


저자는 대학교때 국악연구회 동아리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동아리를 꾸준히 남아 있었지만 막상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떠난 사람을 우연히 캠퍼스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눈다. 요즘 동아리 왜 안나와? 나가봐야 되는데 시간이 안 나네. 조만간 나갈게. 등의 말이다. 사실 떠난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저잘 말대로 우리는 모임을 떠난 사람들이 불행하기를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 그냥 떠나고 남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위해 남느냐, 뭘 하고 싶어 떠나느냐가 중요하다. 내 친한 친구는 작년부터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 교수에 뜻이 있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며 하다보면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한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며 아직도 길을 못정하고 이것저것 해본다고 걱정을 했었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친구는 생업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선택지를 넓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한ㄷ나고 진로가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도중에 그만둔다고 인생에서 큰일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그냥 그만 두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직장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한창 열심히 해야될 시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고 성공하거나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루저도 위너도 아닌 그냥 선택을 한 것이다. 


사공이 없는 나룻배가 닿는 곳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중략... 청춘의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언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잘 모르겠단다. 기자도 되고 싶고, 여행가도 되고 싶고 혁명가도 되고 깊었지만 결국 작가가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대답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그는 미이지진구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작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단다. 하지만 누가 이렇게 결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 결심대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기에 저자의 말처럼 누구든 성공한 뒤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조금씩 자기의 과거를 편집하거나 윤색할 것이다.


나는 왜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까? 20년 뒤에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생각을 해본다.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지금보다 나은 삶일까? 부자가 되는 삶?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삶?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도 옳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 그냥 해봐야겠다. 운동, 독서 등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보고, 새로운 일에는 또 한번 도전도 해봐야겠다. 



30살을 이립이라 하여 마음이 확고하게 올바른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나이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강가의 갈대처럼 흔들리며 살고 있다. 40살이 되면 불혹이라 칭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흔들리지 않고 결정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김영하 작가는 지천명에 잘 이른 것 같다. 하늘의 뜻을 안 듯 인생을 돌아볼 줄 알고 그 인생을 바탕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이 책이 에세이이고 정말 짧은 책이지만 뜻하는 바도 깊고 감명깊다.


저자가 인생에서 한 번 쓸 책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솔한 얘기를 전부 꺼냈고 특히 부모님과의 이야기를 서스럼 없이 꺼냈다. 최근에 이런 비슷한 주제로 쓰여진 '폭싹 속았수다'란 드라마가 새삼 떠올랐다. 물론 폭싹 속았수다는 부모님의 사랑, 희생을 담았고 이 책에서는 부모님의 삶, 부모님과의 갈등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더욱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느껴졌다.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면 이 책은 좀 더 진솔된 마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드라마는 맛을 잘 드러낸 떡볶이라면 이 책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평양냉면 같은 책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읽어볼 것 같은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r*********9 2025.07.12. 신고 공감 22 댓글 2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에세이가 이렇게 감칠 맛 나도 되는가? 여행과 글 쓰기
"에세이가 이렇게 감칠 맛 나도 되는가? 여행과 글 쓰기" 내용보기
에세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던가? 언어의 조각이 날렵하고 기묘해서 읽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이든지, 생각의 편린이든지 모두가 잘 벼린 칼날 같은 멋이 있다. 피천득이 ‘수필’이란 글에서 표현했던 맛과 멋이 그대로 축적되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그 감칠맛 나는 언어의 기술에 놀랐다. 그래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구나! 하는
"에세이가 이렇게 감칠 맛 나도 되는가? 여행과 글 쓰기" 내용보기

에세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던가? 언어의 조각이 날렵하고 기묘해서 읽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이든지, 생각의 편린이든지 모두가 잘 벼린 칼날 같은 멋이 있다. 피천득이 수필이란 글에서 표현했던 맛과 멋이 그대로 축적되어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으면서 그 감칠맛 나는 언어의 기술에 놀랐다. 그래 이렇게 글을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곱씹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글을 쓰기 위해 이리저리 글 쓸 장소도 물색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외국이 되기도 하고, 방안이 되기도 하는 등 대중이 없다. 주어지는 대로 자리가 정해지고, 글의 수원이 형성되면 물줄기를 틔우면 된다. 그러면 물은 시내를 만들며 흐르고, 많은 가지들이 함께 뭉치기도 하여 강을 이룬다. 강이 되면 글의 흐름은 거의 잡힌다. 잘 얼개를 엮어 마무리를 하면 된다. 그 처음이 중요하고, 그 출발지가 중요하다. 저자는 중국에서 글을 쓰기를 정하고 중국행에 몸을 실었던 기억을 얘기한다. 그리고 글 쓰는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말한다. 저자는 중국 공항에 도착하여 비자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 글을 쓰고자 예약하고 모든 마음을 준비를 해두었던 중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출국 당했다. 황당한 상황이 그에게 전개되었다. 동네에는 벌써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비운다는 얘기를 해두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집에 있는 것은 거의 망신에 해당된다. 하지만 저자는 깨닫는다. 글을 쓰는 것은 중국이나 집의 방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중국인 양 생각하고 두문불출하면서 글에 몰두한다. 오히려 진도가 잘 나가는, 물줄기를 잘 뽑아내는 글쓰기가 되고, 탈고까지 이루어진다. 글을 쓴 것은 중국이나 집이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이렇게 생각한다. 순서가 바뀐 중국 나들이라고.

 

중국비자가 금방 나온다더라며 설득했지만 아내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자기를 추방한 나라에 왜 다시 가? 이참에 그냥 집에 틀어박혀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소설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그러면 상하이에 간 거나 진배없다고 했다. 추방당하고 돌아왔다고 동네방네 떠들지도 말라고 다짐을 두었다. 나는 시킨 대로 했다. 두문불출하고 글만 쓰고 있자니 소설은 의외로 진도가 쭉쭉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상하이에서 당한 추방이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순서가 살짝 바뀌었을 뿐 아닌가? 원래 계획은 출국- 상하이 체류- 집필-귀국이었는데, 그게 출국-(극단적으로 짧기는 했지만)상하이 체류-귀국- 집필로 바뀐 것뿐이지 않을까? 결과만 보면 그렇게 봐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장편소설이라는 게 한 번 탄력을 받으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정말로 집필에 전념한다면 그가 실제로 어디에서 쓰고 있는가는 거의 중요치 않으며, 때로는 아예 잊어버리게 된다.(p26)

 

여행은 많은 것들을 겪게 한다. 몸의 조정 기능도 보게 하고 사물의 인식 능력도 찾게 한다. 만나고 바라보는 모든 것이 스승이다. 배움은 끝이 없다. 글 속에서 난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시간 대마도를 가는 와중에 배 안에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적이 있다. 현해탄의 물결도 물결이지만 건강한 몸이라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미리 반응을 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몸의 격정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불일치할 때 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것쯤이야 하면서 물길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반응을 했다. 평소와 다르다고.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몸을 지켜야 하겠다고. 그것이 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일로 나타나고 진한 고통이 된 것이었다. 여행은 그렇게 생각도 못한 일을 겪게도 한다.

 

높은 파도에 앞뒤로 흔들리는 쾌속선의 선실에서 나는 멀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않았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을 비상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멀미를 겪지 않는다.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그에 맞춰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멀미는 뇌의 예측과 현실이 다를 때 일어난다고도 할 수 있다. 멀미약 패치를 귀 뒤에 붙이고 나타난 나의 무의식은 아마도 중국에서 내가 겪게 된 현실, 그것이 야기할 일종의 정신적 멀미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p50)

 

소설을 쓰는 것은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일이다. 낯선 세계를 내 안으로 들이는 일이고 그것을 재구성해 만들어 나가는 세계다. 인물도 마찬가지고 배경도 그렇다.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것이 되고 또 다시 나가서 나와는 격리된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소설 쓰기를 자신의 내면과 싸우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그 프로그램에 입력된 것처럼 삶이 이루어져 가는 것이라 하고 있다. 창작의 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은 그렇게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싸우며 의지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그것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짜여 지는가? 가 문제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싱그러운 도전이고 찾음이 된다. 여행을 무척이도 닮아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쓰던 2013년에 나는 막연하게나마 내가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 왜 다른 일로 달아나지 않았는지 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쓰기는 나에게 여행이고, (비록 내가 청조했지만) 낯선 세계와 인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때로는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는 모르는 채로.(p63)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p68)

 

여행은 저자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그것은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공간일 때 더욱 그렇다. 해외로 나가고, 숱한 이름 모를 곳을 떠도는 것도 그런 이유가 되지 않을까? 늘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는 마음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떠남은 오히려 넉넉함의 의미가 될 듯하다. 저자는 그렇게 여긴다. 모국어로 만든 모든 것이 너무나 잘 다가오는 공간에서는 숨 쉴 수 있는 여지가 좁다고. 모국어가 때로는 상처가 되고 고문이 된다고. 글쓰기에 독촉을 당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는 제대로 인지될 것이다. 그러기에 모국어가 사라진 공간에서 무심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여행이다. 그것은 편안함이다. 또한 번역된 글의 한계도 나름의 해답을 찾고 있다. 나를 떠나면 독자적으로 생명을 가진다고.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그 언어권의 문화 중 일부가 된다고.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당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평안하다는 뜻은 아니다.(p80)

나 역시 일련의 일들을 통해 태도를 정했다. 나는 내가 모국어로 쓴 것까지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작가와 독자로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모국어로 한정했다. 번역된 작품은 더 이상 내 소유가 아니라 해당 언어권 문화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외의 초청에 응할 때는 그저 일종의 상징이나 증인으로 모셔지는 게 내 역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두 시간 정도 연단에 앉아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자가 되어 보내면 되는 것이다.(p170)

 

여행자가 가지는 마음도 분석적으로 보여준다. 여행자들이 타인의 신뢰와 환대가 절실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때 여행자들의 삶은 제대로 굴러간다. 만일 여행자가 현지인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근 분란이 일어난다. 현지인들의 태도는 언어가 아니라도 인지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 그것이 여행자들의 삶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 간다. 이런 여행자들은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낯선 곳에서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을 키클롭스를 찾은 트로이의 영웅을 통해 전해 준다.

 

남의 땅에서 우리의 힘은 약해진다. 약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존재를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의 환대와 인정, 선물이 필요하다. 물론 자본주의는 이런 습격을 부드러운 거래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 거래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어서 누군가는 동굴로 돌아온 키클롭스의 마음으로 외부인을 적대하거나 무시한다. 그럴 때 여행자는 더 큰 불안과 좌절을 겪고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행은 습격이 되고 여행자는 침입자가 된다. 그 결과는 불필요한 고난으로 여행자 자신에게 돌아오곤 한다.(p185)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간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 계속될 일이다. (p213)

 

저자는 달의 뒷면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을 거론하면서 푸른 지구별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체들이 공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아옹다옹할 이유도 없고 서로 위하면서 도우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당연시 되는 생각으로 인식한다. 그렇다. 작은 지구별에서, 작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 서로에게 고통이 될 이유가 없다. 서로 위하면서 서로 나누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니랴 생각해 보고 있다. 여행을 통해 큰마음이 되고, 그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저자의 삶을 보면서 고마운 생각이 든다.

 

여행과 소설, 서로 무척이나 다른 듯하면서도 동질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선 그들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같은 점을 언급한다. 조직적이고 전체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가급적 제외된다. 그리고 각 부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소설이고 여행이다. 소설은 여행 속에서 살아 있고 여행은 소설의 가장 중요한 받침대가 된다. 김영하의 산문은 그렇게 감칠맛 나게 여행과 소설을 만나게 하고 있다.

j****3 2019.08.03. 신고 공감 21 댓글 1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여행은 오직 현재를 찾는 과정이다. [여행의 이유]
"여행은 오직 현재를 찾는 과정이다. [여행의 이유]" 내용보기
책을 선택하면서 가능한 피하려는 책이 있다.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책이나 베스트셀러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별 망설임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책의 진가가 확인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읽는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그의
"여행은 오직 현재를 찾는 과정이다. [여행의 이유]" 내용보기

책을 선택하면서 가능한 피하려는 책이 있다.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책이나 베스트셀러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내용에 흥미가 있다면 별 망설임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책의 진가가 확인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읽는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그의 글쓰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 [여행의 이유]는 광고가 너무 요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여행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지 않은지라 선뜻 마음이 끌리지를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의 서평도 괜찮고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고르다가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단순하게 자신이 했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쓴 ‘여행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고 부딪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여행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 놓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상념들을 여행의 목적과 이유에 빗댄 그의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상념은 또 다른 상념을 낳듯이 그의 여행은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게 만들고 있다. 먼저 그는 여행기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가 얻어서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9개의 산문 속에 풀어놓는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이는 글을 쓴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하다보면 오로지 그 여행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도 전혀 관심 없는 해외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듯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그는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무슨 이유든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직 현재 안에 머물기 위함이라는데 눈길이 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다. 단지 지금의 상황에 맞춰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뿐이다. 저자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하나의 여행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117쪽)

 

이렇게 얻어진 여행의 경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여행이 끝나면 나는 변함없는 내 일상으로 돌아오고 여행은 과거 속에 자리하지만, 이제는 그 과거가 예전의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과거는 현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는 한번쯤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는 것이 아닐런지?

 

여행에 관한 단상들을 통해 자신만의 여행이유를 찾을 것이라는 애초의 생각은 책의 첫 편을 읽는 순간부터 사라졌다. 한 편 한 편이 제법 긴 산문 속에는 저자 자신이 여행 중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그 방향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지루하고 불안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창하게 여행이란 이름을 붙여 떠나고 돌아오는 것에 관심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여행을 꿈꾼다. 때로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오롯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형편에 맡기기도 한다.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쏘다니기도 하고 한곳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여행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말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206쪽)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삼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일상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그것이 내 여행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k*****1 2019.09.18. 신고 공감 21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김영하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 -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 - 단 한 번의 삶" 내용보기
지난 번 독서모임에서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소설을 읽고 토론하면서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 즈음 그의 신간인 '단 한 번의 삶'이 출간되었고, 그의 책을 한번 더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었다. 인기작가답게 도서관에서 대출하기가 힘들었다. 예약은 꽉 차있고 해서 결국 구매해서 보게 되었다. 돈을 지불하고 봤음에도 그의 다른 책에 대한 흥미가 느껴
"김영하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 - 단 한 번의 삶" 내용보기
 지난 번 독서모임에서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소설을 읽고 토론하면서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 즈음 그의 신간인 '단 한 번의 삶'이 출간되었고, 그의 책을 한번 더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었다. 인기작가답게 도서관에서 대출하기가 힘들었다. 예약은 꽉 차있고 해서 결국 구매해서 보게 되었다. 돈을 지불하고 봤음에도 그의 다른 책에 대한 흥미가 느껴질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그는 경영학과 출신의 소설가이다. 나도 복수전공이긴 하지만 경영학과를 졸업했기에 그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 그 내용이 언급된다. 아버지의 바람에 의해 글씨를 잘 쓰는 회계사가 되려고 하였으나 회계를 배우면서 경영의 언어인 회계보다 문학의 언어에 더 이끌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20대에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계속 밀고 나간 점에서 참으로 부러웠다. 나는 대학생 때도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대본 것 같은데 결국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할 때 제자들이 그에게 본인이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 대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그 제자들처럼 '하고 싶음'보다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지 않은가 싶다. 그 부분은 최근까지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고 싶은 부분을 찾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듯도 하다.   작가와 나와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요가다. 나도 둘째를 임신하기 전까지는 머리서기를 너무나 하고 싶어서 요가를 다녔었다. 결국 무중력 상태를 선생님의 도움으로 1번 성공해보았기에 작가가 언급한 느낌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요리, 정원 가꾸기, 그림 등등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잘 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30대 중후반인 나에게 희망을 주는 듯한 메시지 였는데 나도 이것저것 손을 대지만 결국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오래도록 관심을 가지면 한 두개 분야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부모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담백하게 써 놓은 것 같으면서도 자녀로서 상처받았던 부분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부분에서 '인간실격'에서도 느꼈던 작가의 담담함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나는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엄마가 되어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기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도 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런 나의 마음을 좀 내비쳤더니 엄마는 몰랐다며 그랬구나 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셨다. 사실 나도 알고 있는 것이 엄마도 그 상황에선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현실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 마음은 뒷전인 채 살다가 2주동안 엄마와 해외에서 (남편, 아이들의 방해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과 말을 하게 된 듯 하다. 서로의 오해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고 또 그와 동시에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끼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참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작가의 생각을 풀어낸 에세이라서 배울 점도 있었다. 나 자신을 너무 뽐내려고 하기 보다는 묵묵히 내 인생을 살아가라는 내용이었는데 최근에 나도 이런 점에서 내 자신을 많이 내려놨다고 느낀다. 예전엔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이야기하면서 (심지어 과거의 나를 미화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초라함을 감추려고 했던 듯 하다. 최악의 나를 최선의 내가 덮고 지내온 그간의 세월이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공허하다는 생각을 한다. 알차게 기억할 수 있는 나의 인생을 텅 비게 내버려둔 느낌. 남의 생각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실감하게 되었다. 어떻게 내 인생이 채워지고 있는지 계획은 하지 않더라도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여행을 가도 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 시차적응에 애를 먹었다. 어제는 12시간을 잤다. 자는 동안 꿈을 3~4개를 꾼 듯 하다. 내 꿈은 정말 스펙타클하게 재밌어서 나는 가끔 꿈을 잊기 전에 바로 휴대폰 메모장으로 기록을 해두기도 한다. 그렇게 꿈꾸는 것을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에 비유한 작가의 표현이 신박했다. 내가 가끔 꿈이 너무 재밌어서 신랑하게 이야기해주면 신랑을 이야기로 써보라는 말을 종종 건넬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재주가 좋은 작가 같은 글쟁이들은 꿈을 꾸면 그 소재로 재미있게 소설을 짓겠지? 글쓰는 작가에 대한 선망이 있는 나로서도 한 번쯤은 내 꿈을 재미있게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 이젠 작가가 되겠어요 라는 장래희망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겠다는 나이는 지난 것 같다. 그러나 내 인생을 더 재미있게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글쓰기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일기라도) 써봐야겠다.  *기억에 남은 문장 - p.61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부모를 포함해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해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리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 p.77 인간은 평생에 걸쳐 테세우스의 배보다도 더 큰 변화를 겪는다. 이십대의 나는 길에서 마주쳐도 지금의 나를 알아보지 못랄 것이다. 지금의 나 역시 십대의 나를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 사람이 과거의 그 사람과 같은 존재라고 애써 믿으며 살아간다. 변하지 않은 어떤 것들을 애써 찾아내, 사람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 p.141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 줄 수 없었다. - p.151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p.152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 p.172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려면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첫인상은 전부가 아니며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셀카가 남이 찍은 사진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가장 괜찮게 보이는 각도로 찍기 때문이라고 한다. - p.179  그러므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작심하고 꿈을 꾸겠다는 의미다. 현실이 여기 있지만 나는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잠시 넘어갔다가 안전하게 돌아올 것이다, 라고 결심하는 것이고, 실제로도 독자를 안전하게 제자리로 돌려보내준다.  - p.189 삶을 사유하다보면 문득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YES마니아 : 골드 v*******a 2025.06.24. 신고 공감 17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여행에도 이유가 필요하다고?
"여행에도 이유가 필요하다고?" 내용보기
흔히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정주하고 있는 곳’을 떠나면 그것이 몇 시간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그곳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날 며칠 동안 집을 떠나 타지에 머무른다면 분명 계획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여행에도 이유가 필요하다고?" 내용보기

흔히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우리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정주하고 있는 곳’을 떠나면 그것이 몇 시간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그곳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날 며칠 동안 집을 떠나 타지에 머무른다면 분명 계획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말은 ‘지금’, ‘이곳’에서의 ‘벗어남’이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그것은 단 몇 시간이라도 괜찮고,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혹은 알지 못했던 곳에 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몰랐던 것을 알고, 내가 그곳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또한 나는 그런 여행을 하면서 구속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상황과 형편에 따라서 움직이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자 한다.

 

나는 여행에 관한 책에 대해서는 이중적이다.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답사기라든지, 여행을 빌미로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산문집은 부담없이 찾아서 읽기도 하지만, 혹 그러한 책이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닐까 하는 의심에 망설이기도 한다. 그런 책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알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곳에 대한 나의 호기심 또한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그의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를 읽으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 [여행의 이유]를 만났다. 처음에는 여행에도 꼭 이유가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선뜻 마음이 끌리지 않아 읽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 주위 사람들의 서평도 괜찮고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작가가 단순하게 자신이 했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쓴 ‘여행기록’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고 부딪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여행을 소재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하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상념들을, 여행의 목적과 이유에 빗댄 그의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었다. 결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상념은 또 다른 상념을 낳듯이 그의 여행은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게 만들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행이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가 얻어서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여행을 하면서 특별히 목적이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가 풀어놓는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이는 글을 쓴 그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하다보면 오로지 그 여행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도 전혀 관심 없는 해외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듯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오로지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래서 그는 여행이 ‘우리를 이미 지나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무슨 이유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직 현재 안에 머물기 위함이라는데 눈길이 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다. 단지 지금의 상황에 맞춰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뿐이다. 작가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를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하나의 여행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117쪽) 이렇게 얻어진 여행의 경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여행이 끝나면 나는 변함없는 내 일상으로 돌아오고 여행은 과거 속에 자리하지만, 이제는 그 과거가 예전의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과거는 현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는 한번쯤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만든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여행, ‘지금’, ‘이곳’을 벗어난다는 것이 바로 과거와 미래의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는 매일같이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는 것이리라.

 

여행에 관한 단상들을 통해 단순하게 자신만의 여행이유를 찾을 것이라는,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애초의 생각은 책의 첫 편을 읽는 순간부터 사라졌다. 한 편 한 편이 제법 긴 산문 속에는 작가 자신이 여행 중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그 방향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 같다. 지루하고 불안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었다.

 

나는 거창하게 여행이란 이름을 붙여 떠나고 돌아오는 것에 관심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여행을 꿈꾼다. 때로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오롯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형편에 맡기기도 한다.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쏘다니기도 하고 한곳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여행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206쪽)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나 또한 그러했음을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고 있다. 새삼스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일상이 지루하고, 어두운 두 그림자가 또다시 나를 압박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게다. 그것이 내 여행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k*****1 2019.12.20. 신고 공감 1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단 한 번의 삶』김영하의 인생사용법
"『단 한 번의 삶』김영하의 인생사용법" 내용보기
김영하 작가의 메일링 유료 서비스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 편씩 배달되는 인생사용법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내용을 생각하게 했다. 작가의 가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는 그의 산문 중에서 거의 처음인 거 같아 각별했다. 다른 메일과는 다르게 즐겁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간된 책을 받아보니 종이책이야말로 진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치거나 겉돌았던 내용이 머릿속에
"『단 한 번의 삶』김영하의 인생사용법" 내용보기

김영하 작가의 메일링 유료 서비스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 편씩 배달되는 인생사용법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내용을 생각하게 했다. 작가의 가족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는 그의 산문 중에서 거의 처음인 거 같아 각별했다. 다른 메일과는 다르게 즐겁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간된 책을 받아보니 종이책이야말로 진짜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치거나 겉돌았던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역시 종이책이다.




연재 글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과 개인적인 사진을 실어 글과 조화가 좋았다. 단 한 번뿐인 삶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의 우리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 다만 종이책에서는 메일링 서비스와 다르게 작가의 개인적인 사진이나 그림이 수록되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라는 첫 문장부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궁극적인 이유는 영원하지 않은 우리 삶 때문이라는 설명이 와닿았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죽은 것 같았던 주인공이 다시 살아나 뭔가 사건을 해결하지 않나 말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않는 삶, 상상 속의 삶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장소가 엄마의 빈소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그동안 엄마는 자기의 삶을 말하지 않은 게 많았던가 보다. 엄마가 과거에 여군이었다는 것. 아마 군대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을 텐데 그걸 죽을 때까지 숨겼다.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이나 남성상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건 작가의 소개 글에서 보았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는 건 드물다. 군인으로서 글씨를 못 쓰는 아들을 가르치고자 우물 정 자 천 개를 쓰라고 했던 일화도 말한다. 오래전에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공했다. 하지만 컴퓨터 혹은 워드프로세서가 나올 줄은 모르셨겠지. 지금은 손글씨로 작품을 쓰는 작가가 귀해진 시대다. 노트북 하나 들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나. 더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군대 선임들의 행동 또한 너무 익숙하다.





내가 좋아하는 언어는 문학의 언어였다.

그 언어는 모호하다. 이것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것을 말하고, 저것을 말하면서 이것을 말한다. 때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언어이며, 사람에 따라 무한히 다르게 해석된다. 회계가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이다. 그런데 문학은 그래도 된다. 그래서 좋았다. (48페이지)




이 글을 쓰다가 커피 생두를 볶았다. 로스팅된 원두를 주문해서 마시다가 원두값이 인상되어 생두를 직접 로스팅을 하려고 구매했다. 처음 했을 때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탈까 봐 조심스럽게 볶다 보니 로스팅이 덜 됐다. 쓴맛이 나는 강배전보다는 산미가 느껴지는 약배전을 더 좋아하는 터라 더 살살 볶게 된다. 작가가 캐나다 밴쿠버의 대학교 기숙사에 머물렀을 때 울렸던 화재경보 사건을 말한다. 화재경보가 커피 로스팅 때문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던 에피소드였다. 문제는 1차 파핑이 일어난 시점에 화재경보가 울린다는 거다. 한방향으로 나무 주걱으로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모든 걸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야 했던 때를 떠올렸다. 커피를 볶다가 그 생각이 나 혼자 웃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썼던 작가 조지 R. R. 마틴의 작가와 독자의 경계에 대하여 말한다. 작품 속 인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작가일 것 같은데, 장편을 쓰다 보면 많은 인물 때문에 헷갈린다는 거다. <왕좌의 게임> 작가도 등장인물이 헷갈려 가르시아라는 팬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드라마 제작진도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하는데, 독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말하는 부분이었다.




어떤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 뇌를 차지해 잊지 않고, 어떤 기억들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적당히 잊고 적당히 기억하는 습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작가가 기억하는 것들, 혹은 살아오며 느꼈던 감정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해답을 본 느낌이다. 단 한 번뿐인 삶.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간직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한다. 명쾌한 해답을 위한 질문을 건네는 책이다.




#단한번의삶 #김영하 #복복서가 #책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인생사용법 #영하의날씨 #책의날리뷰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5.04.16. 신고 공감 1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