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에 하루, 저는 집에 없습니다. 아이는 열쇠를 들고 다니지요. 아이가 홀로 문을 따고 들어왔을 때 엄마가 없는 쓸쓸한 분위기를 싫어할 것 같아서, 저는 항상 예쁜 메모지에 '사랑하는 딸에게'로 시작되는 글을 써 놓고 갑니다. 남편과 인연을 끊고 사는 제 선배는 아빠랑 사는 딸에게 휴대폰을 사주고 날마다 전화를 걸고 문자 메세지를 보낸다고 합니다. 눈과 손끝이 다 어두워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문자를 치지만, 어쨌거나 아이와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애절합니다. 목걸이 열쇠를 들고 다니는 이 책의 주인공 향기의 엄마는 메모로도 전화로도 초등 고학년인 딸과 끈을 맺어놓지 않는군요. 그 엄마가 메모를 해 놓긴 합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메모. "쇠고기 500그램, 무 한 개, 두부 한 모 부탁한다."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이 아니라 장을 봐 달라는 부탁 뿐입니다. 아빠는 어떻구요, 아들이 없다고 은근히 불평하며 친구 아들을 대신 데리고 낚시를 가 버리는군요. 이런 엄마 아빠에게 향기는 서운함과 섭섭함이 지나쳐 언젠가 비밀 경찰이 되어 엄마 아빠를 벌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초록 공책을 들고 다니며 '체포 1호, 체포 2호'등을 적고 그들에게 줄 벌을 써 넣곤 하지요. 향기가 사랑을 쏟아붓고 있는 건 수탉 삼삼이. 병아리때부터 키웠지요. 아빠는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가 다 그렇듯 금방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삼삼이는 쑥쑥 잘 자랍니다. 그런데 하도 잘 자라다 보니 홰를 칠 나이가 되어버려 향기는 전전긍긍합니다. 아파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아서죠. 비록 집안은 쓸쓸하지만, 향기의 마음 속에는 향기롭게 자라고 있는 친구와 이웃들이 있습니다.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호주에서 일하고, 할머니와 함께 삼촌네서 살고 있는 또래 진주는 속이 깊어 향기를 잘 이해해주지요. 또 중풍에 걸려 있는 아버지를 위해 피아노를 잔잔하게 연주해주는 대학생 오빠네 식구들도 향기는 아주 좋아합니다. 이들을 알게 되면서 향기의 초록 공책에서는 사람들에게 줄 벌이 하나씩 지워집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에 대한 벌은 나날이 늘어만 가지요. 드디어는 홰를 치게 된 삼삼이. 바로 이 부분에서 작가는 예리하면서도 유쾌한 면을 보여줍니다. 수탉 삼삼이를 이젠 치우라는 아빠와 엄마에게 서운해서 비밀 경찰의 초록 공책에 엄마 아빠에게 줄 벌을 향기는 이렇게 적어 넣지요. "일 년 동안 닭이 되어 살아 볼 것!" 나중에 삼삼이는 시골로 이사가게 된 대학생 오빠네로 딸려 보내고, 방학 동안 아빠 계신 호주로 가게 된 진주를 따라 같이 가기로 되어 공항까지 가게 된 향기. 아빠엄마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가출 연습을 해 보는 거지요.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려니 떨려 진주와 할머니만 보내고 향기는 삼삼이가 있는 김포로 찾아갑니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삼삼이를 보며 마음이 가라앉은 향기는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하게 됩니다. 이미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뛰어난 면을 보인 작가 황선미는 이 책에서 날마다 빈 집에 들어가야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의 외로움과, 수탉과 친구, 그리고 이웃을 통해 그 외로움을 아무리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는군요. 우선, 진주와 진주 할머니를 따라 호주로 가려는 과정에서 향기는 일부러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공항까지 갑니다. 그런데, 여권도 없이 그렇게 가는 게 가능한가요? 호주가 캐나다처럼 비자 없이도 간다 쳐도 외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최소한 여권은 마련해야 하는데, 어른 없이 아이가 그걸 해결했을리는 없고.... 이 부분에서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전화 한 통으로 엄마아빠와의 갈등 구조가 해결되는 과정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여태까지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향기가 "아빠, 나 지금 버스를 탈 건데,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쯤 뒤에 도착할 거예요. 정류장으로 마중 나와 줄래요?" 하니 아빠는 "그래, 그러마.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이라고? 너무 멀리 갔구나...." 아빠와의 갈등이 봄눈 녹듯 녹아버리는 마지막 부분이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등 해결을 위해 엄마 아빠는 한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인데, 그럼 향기의 그 갈등은 혼자 마음 속에서만 춤추고 가라앉는 그런 것이었는지요...? 이런 점들이 좀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사춘기에 막 접어든 꼬맹이 여자아이의 심리 상태가 시시콜콜히 잘 나타나 있어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제 딸에게 권했습니다. "읽어 봐. 재미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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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열쇠...외로움을 넘어 소중함으로?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과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에 이은 세 번째로 접한 작품이다. 항상 동물이 등장하는 특징을 갖고 있고 의인화를 통해 대신 마음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등 여러 이유로 저마다 목걸이 열쇠를 차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해 하던 작가가 창작의 아이디어를 불어넣은 내용으로 이웃과의 소통부재, 외로움으로 가득한 채 방황하는 아이들, 어느 누구하나 돌볼 겨를이 없는 현대인. 그런 가운데 동물들은 어느새 친구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제나 기다리는 건 수탉 뿐, 내게 필요한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는 주인공 향이의 고백에서 결코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나 역시 애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처지이기. 코코, 향이는 5학년, 12살 여자아이다. 최근 들어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걱정도 되고 심지어 또래 친구인 동수에게 태권도 대련 중에 가슴을 차여 아프기까지 하지만 위로해 줄 이 없는 아파트에 돌아와 이불 속에서 엉엉 대성통곡한다. 향이에겐 꿈이 있다. 그건 바로 비밀 경찰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호신술 차원에서 태권도도 배우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야 하는 당위성을 알기에 수영, 외국어도 익힐 계획이다. 스스로 범인 혹은 관찰 대상자를 물색, 지켜보고 발견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향이의 초록 공책엔 비밀 경찰 기록으로 가득하다. 지목된 그들에겐 각각의 벌칙도 부여된다. 법에서 규정한 사회봉사 명령과 같이 그들에겐 예를 들면 1호로 지목된 엄마는 온종일 보육원에서 아기 돌보는 벌을, 아빠는 빈집에서 언제까지나 가족을 기다려야 하는 벌을, 2호 환경미화원에겐 평생 쓰레기나 치우라던지, 3호 신경질 아줌마에겐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스피츠 애완용 강아지를 위해 노래를 불러야 하는 벌을, 4호 동수에게 역시 맞는 죄값을 치룰 것을 기록한다. 한 번씩 어긋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록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죄값을 부과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감형?하기도 한다. 중풍 환경미화원의 사연을 알게된 후 기록을 없애주기도 하고 죄값을 없던 일로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작은 단서나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지나치지 않고 기억해서 비밀 수첩에 적었던 것이다. 한편, 어릴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 부도로 인해 현재 할머니와 함께 작은 아버지 집에서 더부살이 사는 진주는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친구도 없고 외롭게 보이고 도도한 성격의 소유자로 향이 눈에 비춰진다. 진주는 꿈이 여행가이드로 아빠가 돈 벌러 호주로 갔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어한다. 자연스럽게 둘은 친구 사이가 된다. 가출하여 버스 타고 가수 공연장에 가기도 하고, 단짝이 되어 어울려 다닌다. 진주는 자신의 예전 살던 아파트 집 열쇠가 매달린 목걸이 열쇠를 향이에게, 향이는 비밀노트 열쇠가 달린 목걸이 열쇠를 진주에게 준다. "가장 소중한 걸 나눠 가져야 친구(P.104)"라면서. 우유배달 아줌마와 환경미화원 이야기는 참으로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음대 다니는 아들 때문에 서울로 이사온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향이와의 오해에 의한 악연으로 시작된 만남이지만 아저씨가 중풍에 걸려 일을 그만둔 후, 우유배달 아줌마와 부부 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아들이 소음공해의 당사자인 피아노맨이었던 것도 진주를 통해 알게된다. 아버지 치료목적으로 금요일 밤 9시에 피아노를 쳐드렸지만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그만둬야 했고 이후 시골로 내려간다. 향이의 친구 수탉 삼삼이는 병아리 때부터 향이에 의해 자라나 어느새 수탉의 면모를 갖춰 울음소리도 거창한 “꼭끼오”를 외치지만 이와 함께 신경질적인 아빠와 아파트 주민의 반대로 더 이상 아파트에서 키우지 못하고 시골로 이사가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에게 맡긴다. 이후 시골에서 암탉을 만나 알까지 낳는 등 변화에 재빨리 적응을 하지만 정작 아직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향이는 노심초사하다 우연한 기회에 진주와 함께 호주가는 걸 포기하고 시골로 가서 수탉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부모를 걱정시킬 요량으로 진주 아빠가 계시는 호주로 가출하고자 진주와 함께 떠나던 날 공항에서 고민 끝에 발길을 돌린다. 차마 엄마 아빠를 두고 떠나는 게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거짓말을 할 수 없기도 했고. 어떻든 도시 아이들의 메마른 정서에 혼을 불어넣어 친구를 통해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와 부모와의 소통부재로 인해 갈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 및 이웃과의 소통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하나되는 따뜻한 내용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권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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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인 향기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혼자 지내는것에 익숙하다. 맞벌이로 일하시는 부모님은 향기에게 신경 쓸 겨를이 늘 없으셨고 학교에 돌아와 목걸이 열쇠로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혼자 밥을 먹거나 엄마대신 시장도 보고 집안일도 혼자 알아서 척척 해낸다. 향기의 꿈은 경찰이다.마치 형사처럼 주변 사람들을 관찰도 한다.아파트에서 나는 피아노 선율에 향기가 동네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고.....향기가 진범을 찾기 위해 알아보다가 진주라는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어릴때 늘 엄마가 집에 계셨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빈집에 들어왔을때의 공허함이나 쓸쓸함은 잘 못느꼈다. 오히려 엄마가 집에 안계시는날 너무 기뻐하면 빈집에서 나 혼자 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내던때가 생각난다. 요즘 초등학생 아들녀석을 키우면서 이 책에 주인공인 향기가 너무 안쓰러웠다. 우리 아이가 늘 빈집에 혼자 밥을 먹고 쓸쓸히 지낼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감기를 앓고 있는 엄마가 혼자 있을 생각에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성장해 가는 향기의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뭔가 마음이 따뜻하고 코끝이 찡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책이다. 아이들을 헤아리고 따뜻한 엄마가 되야 겠다는 다짐도 항께 생긴다. |
| 이 책은 맞벌이 부부의 외동딸이자 사춘기 소녀인 ''향기''의 시선으로 쓰여진 성장동화다. 작가 황선미의 뛰어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도 맞벌이 엄마가 된 나로서는 향기의 투정 섞인 입장보다는 잘 묘사되지 않은 향기 엄마의 입장이 더 이해가 되었다. 어쩜 향기는 힘들게 일하는 엄마의 어려움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을까? 우리 딸도 향기처럼 저렇게 행동했다면 난 정말 하루하루를 버틸 힘이 없어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향기의 입장이 되어보기로 결심하고 다시 책을 고쳐잡았다. 분노, 걱정, 슬픔, 서러움, 외로움, 부러움, 미안함, 고마움 등 향기의 감정이 나타난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책을 읽으니까 향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열쇠 꾸러미에서 현관 열쇠를 찾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아파 왔다. 문을 채 열기도 전에 향기는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향기는 꾸역꾸역 솟아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울음을 떠뜨리고 말았다. 엄마 아빠는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혼자서 울 때마다 거기가 아픈 걸 보면 바로 거기에 외로움이라는 혹이 자라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엄마 아빠의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밤늦게까지 외톨이가 된 향기의 꿈은 비밀 경찰이다. 향기는 체포해야 할 대상들을 관찰하고 초록 공책에 벌칙을 하나씩 적어나간다. 체포대상 1호가 엄마 아빠라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향기와 부모의 관계를 보며 안타까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향기가 엄마 아빠를, 자신과는 다른 처지인 친구 진주를, 이웃집 환경미화원 아저씨와 우유아줌마를, 그리고 신경질 아줌마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살면서 느끼는 건 진정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잘 몰라요. 아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부모님들을 이해하고 친구들을 판단하고 어른들의 세상을 생각하는지. 아이들의 눈은 어른들보다는 순진하고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에 그리고 행동하는 모습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어른들의 자신들이 가진 관념 속에서 아이들을 해석하려 하죠. 한국 사회는 일등만이 존중받는 사회니깐요. 목걸이 열쇠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친구들간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그리고 사춘기 소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이야기들이 많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씨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보다 많은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써 주셨으면 합니다. 목걸이 열쇠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자신의 고민 지점과 주인공의 고민을 맞추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속에서 맞벌이 부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