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요즘에 나온 음악들 너무 좋아하며 열심히 듣다가 어쩌면 이리 좋을까 자꾸 듣게 되고,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아 노래만 듣다가도 죽어버릴 것 같다가 또 어느 순간 더 이상 듣는게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때가 있다. 책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어서 푹 빠져 읽다가 어느 순간 읽는게 꺼려져 조금씩 조금씩 미루게 된다. 경제 관련 서적들, 자기 발전서, 일본 소설류, 심리학 책, 철학책, 신간, 베스트 셀러 등 책 서평도 보고 출판사 의도도 읽어보고 하는데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이제 나는 너무도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요즘 책들에 조금 질린거다. 그 기교와 화려함에, 그리고 훌륭한 지식에. 그래서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를 한번 골라 읽어봤다. 대성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족들이랑 아니면 친구들이랑 수박 한통 번쩍 들고 집 근처 공원 대청마루에 누워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반드시 옆에 사람이 있어야한다. 안 그러면 2% 부족하다.
이 책의 출판 의도는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생각인 문화유산의 맥을 이으려 하는 것이고, 세태가 변했어도 옛이야기의 값어치는 각박한 현실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옛이야기 하듯 ~하더라, ~했어, 있었어, ~란다, ~거든. . . 라는 문투들이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가 옆에서 얘기해주는 듯하다. 직접적인 대화체는 구연동화를 하듯 연극을 하듯 맛깔스럽다. 그 이유로 누군가와 함께 읽으면 10배는 좋은 책. 서로서로 번갈아 가며 읽어주고, 결국에는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글을 신나게 얘기해주듯이. . 어린 아이도 아닌데 옛날이야기 너무 재미있다. 신기하다고 해야하나. 요즘 책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 같은걸 다르게 전해주는 것들. 어른들이 읽어도 소중한 글들. 무지개가 왜 생기게 됐는지, 바람은 왜 불고, 비는 왜 오는지, 물론 과학과는 거리가 먼 허구지만 상상력도 불어 넣어주고, 자신만의 얘기 보따리가 생겨 자꾸 보따리를 풀게 될 것 같다. 짹째글짹째글 새소리, 찍찍 찍찍 쥐소리, 번쩍번쩍, 떼굴떼굴, 얼렁뚱땅. 이런 의성의태어들을 들어본지가 얼마만인지. 처음에는 모두 해피엔딩에 권선징악에 뻔한 결말들이 좀 시시해 “치, 뭐야..” 하지만 읽을수록 “더더, 그다음은? ” 하며 매달리게 된다.
총 4부로 모험과 기적, 인과응보/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 각각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과응보를 읽으며 나는 착한사람이 됐다가, 교훈을 얻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슬기와 재치로 현명한 사람이 되고, 마지막 풍자와 해학으로 날카로운 한 치의 혀를 가진 사람까지 되었다. 그럭저럭 모아 놓은 옛날이야기가 아닌 작가 심정오가 진정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은 책이다. 반드시 읽어 달라고 하기를. 자기 전 아빠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옛날얘기와 함께 부정을 가슴에 품고 반드시 좋은 꿈 꿀 것이다. 그 다음은 우리 신화까지.
이야기 하나 - 무지개는 왜 뜨나? ... 그렇게 한 오백년 지나서 맨 처음 땅에 내려온 두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이 죽으니까 땅에 묻을 것 아니야? 옥황상제가 두 사람을 땅에 묻어 놓은 걸 보고는 "저 두 사람은 이제 죄를 다 씻었으니 다시 살려서 하늘로 데려오너라" 해서 하늘나라 사람들이 그 둘을 다시 살려서 하늘로 데리고 갔어. 데리고 가면서 다리를 놨지. 그 다리가 무지개야. 그 뒤에도 어쩌다 바른 일하고 착한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옥황상제가 보고서, "저 사람은 죄를 다 씻었으니 다시 살려서 하늘로 데려오너라." 하고 분부를 한다지. 그러면 하늘에 무지개가 딱 걸리는 거야. 무지개는 꼭 비가 온 뒤에 뜨잖아? 그게 말이야. 땅에 사는 사람들 못보게 하려고 비로 자욱하게 가리는 거래. 그렇게 자욱하게 가린 다음에 착한 사람을 데리고 가려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무지개가 자주 떴는데 요새는 잘 안뜨네. 옛날보다 착한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건가?
ㅋㅋ 허무맹랑하지만 앞으로 무지개를 보면 이 이야기가 생각 날 것 같다. 네가 잘 읽어준 것두 토닥토닥. . .
BOOK MARKER : 효자가 된 불효자 P.128~133 |
|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권과 함께 구매한 책이다. 1권과 2권의 출간시기가 각각 어떠한지 확인하지 못했는데, 목차가 1권과 마찬가지이면서 책은 1권에 비해 두께가 반(물론 가격도 더 낮다.)인 것을 보아, 1권에 미처 실리지 못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나온 것이 2권이 아닌가 생각 된다. 1권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1권을 읽은 후 재미있어서 2권을 마저 구입했다.) 우리네 다양한 옛이야기를 충실히 채록한 이런 책이 있다는 데에 아기 엄마로서 기뻤고, 아기 엄마들이 아이 책을 고르기 전에 일독하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
참 오래 잊고 있었던 세계이다. 아이들에게 줄 이야기 자료가 필요해서 찾던 중에 구한 책인데 정말 재미있다. 말 그대로 재미있다.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일 년 동안 수업을 할 수도 있겠다. 한 시간에 한 편씩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인성교육도, 예절교육도, 충효교육도 모두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 해 볼까?
일단 내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의 반응을 보아야지. 이야기라는 게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것인지 이 책을 읽어 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옛날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오랜 풍습을 이 책을 읽히는 것으로 바꾸어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책을 만드신 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라는데 너무 고맙다. 아이들의 상상력의 근원이 '이야기'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이제야 발견한 것이 아쉽다. 지나가버린 나의 어린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지도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부터라도 널리 읽혀야지.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분명히 유익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