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은 'Dream'이다.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이루기는 어려운. 그러나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낯선 곳의 향기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기행문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말 좋은 기행문은 만나기가 참 쉽지 않다. 낯선 곳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에 대한 느낌을 간결하면서도 살아있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가를 헤매이다 정말 좋은 책 한 권을 만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영미 문학 개론서이겠거니 생각했다. 표지가 예뻐서 넘겨 본 책은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 있는 책이었다. 셰익스피어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녀 시절에 읽었던 고전 작품들의 작가들을 만났고, 영국의 문화를 접했고, 함께 길을 떠나며 익숙하고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영국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본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작가의 고향을 돌아보는 것이다. 별다른 것은 없다. 작은 시골 마을들이며 우리네와 같은 삶도 있고 다른 삶도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작가 김인성 씨는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껴'본다. 고전 작품들의 향기를 떠올리며. 그것이 단순한 관광객과의 차이이다. 나는 이 책을 서둘러 읽지 않았다. 참 놀라운 일이다. 보통 나는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도저히 한 번에 다 읽어 '버릴' 수가 없었다. 한 단원 별로 읽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작가가 따라가는 마을을 조금씩 나도 같이 따라갔다. 천천히 읽으면서 마음에 그 정경이 그려지고, 친숙한 작품을 떠올리며 그 장소와 연관을 지었다. 그렇게 한 발씩 영국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디킨즈가 '런던이 재미없는 사람은 세상을 다 산 사람이다.'라고 했던 시끄럽고 거대한 런던도 돌아보았으며,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하디가 세상으로 꺼낸 테스의 아픔도 같이 느꼈고, 쓸쓸한 목초지와 정겨운 시골의 풍경도 맛보았다. 그렇게 2주간의 여행이 끝나자 영국을 다녀오지 않았건만 영국을 자세히 돌아본 듯한 감상에 젖어 버렸다. 이 책이 좋은 이유 또 하나는 문학에 대하여 문외한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흥미를 가지고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아기 곰 푸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며 디킨즈는 모른다 할 지라도 구두쇠 스쿠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안 읽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문학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엮어 나가며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함께 하였기에 더욱 빛나는 보석과 같은 책이다. 또한 곳곳에 숨겨진 저자의 유머 감각은 자칫 감상에 젖어 가라앉은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여행에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가 배운 작가의 발음과 현지의 발음과 현저하게 틀리거나 비슷하지만 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지옥의 문이나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가 로뎅의 발음이 현지 발음으로는, 무엄하게도 '오뎅'에 가깝다는 것을 읽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전에 읽다가 접어 버린 '유럽 음악 기행'이 생각났다. 그래. 문학과 함께 영국을 여행했으니 이번엔 음악과 함께 유럽 대륙을 다녀 보자. 그러나. 결과는 쓰디쓴 것이었다. 처음에 로마의 분수와 로마의 소나무 주제를 따라서 이탈리아 광장을 돌아보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 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기행이 아닌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에 가면 누가 살았던 저택이 있고 무슨 성당이 있고 그냥 그런 식이었다. 음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그러한 고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감흥을 나는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음악과 함께 하는 여행에 실패한 후, 나는 김인성 씨가 지은 '셰익스피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위대한 작가들의 소산인 세계 3대 기행문에는 들어가지 않을 지도 모르고, 나중에 더 좋은 영국 기행문이 나온다면 그냥 잊혀질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명저라 불리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내가 아직도 3년째 읽으려는 시도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명성과 읽히는 정도는 꼭 비례하지 않음을 느낀다. 고전은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는 책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런 점에서 살펴보면 '셰익스피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그 전달력이나 문장 구성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달하는 가치가 큰 책이다. 가을이 문턱을 넘어 이제는 겨울로 향하려 한다. 위도는 우리와 비슷하고 국토 크기도 비슷하지만 온도가 크게 틀리며 기후도 틀리고, 문화도 틀린 영국이다. 이 아름다운 시기에 그 영국을 실제로 돌아보기 어렵다면 책으로 돌아보는 것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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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정도 출근 중에 버스에서, 집에서 틈틈히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왠만하면 하루 이틀만에 한권의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시간적 틈과 여유가 일하는 시간과 맞바뀌어서 그런지 읽는 속도며 내용들이 마음 깊숙이 다가오지 않아서 나에게 아주 조금 실망했다. 늦더라도 읽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감각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일 것이다. 하루라도 손에서 책을 놓치게 되어 그 흐름이 끊기면 영원히 책을 읽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과 두려움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읽은 책이 '영문학과 영시'에 관한 책이라니........ 19세기 영국에서의 낭만주의의 시작과 그 위풍당당한 영국 소속 시인들의 삶과 발자취들을 따라 가는 여행길.... 그리고 이런 책들은 집중해서 읽어도 정말 낯설고 생소한데.... 하필이면 출근길에 오며가며 읽게 되다니.... 흐름이 끊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지만 늦었지만 한권을 읽어내었고(?) 난 또 세기를 넘은 위대한 시인들의 흔적들을 엿보았고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영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시인의 자리를 찾아서>란 영국문학기행이다. 영국 런던을 포함해 알려지지 않은 후미진 곳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그야말로 영문학을 대표하는 휘황찬란한 글쟁이들(작가, 시인)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 이름만 간간히 알았던 인물, 작품과 함께 매칭된 인물, 정말 또렷하게 각인된 인물, ...... -초오서, 브라우닝, 오웰, 콘라드, 엘리엇, 밀턴, 워즈워드, 콜리지, 사우디, 로버트 번즈, 바이런, 셸리, 키츠, 테니슨, 딜란 토머스.. 그들의 사생활, 그들의 어릴적 모습들,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작품과 사상과 열정들,... 작품속에 녹아져 있었다.
사실 영미문학들을 접할 기회들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한번씩 책에서 영어와 함께 쓰인 번역어를 볼때면 참 이상하게 느낀 부분들이 있었다. 원어의 감정이 이렇게 유치할 수 있을까? 시인들이 시를 쓰고 그 시를 읽은 자국민들이 열광했다면 분명 그 전율케하는 감동과 감정의 남다름이 분명할진대.... 영시를 우리말로 번역한 시를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의미 그 자체인 것 같아 약간 실망스러웠다. '뭐야,..... 이게 시야.....' 성급한 내 마음의 잣대를 드러내놓고 만다. 훌륭한 시인과 시를 도매급으로 그냥 넘기는 불순한 독자가 되는 것 같다.
이 불순한 독자가 있다면 바로 또 세기를 거슬러 무명의 불순한 시인도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한 시인이 투박한 생활언어와 노민들의 거친 일상생활을 시의 소재로 다루면서 영국 전역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이 불순한 시인이 제대로 팡~팡~ 한방을 날렸다. 그 시들이 낭만주의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낭만'이란 말이 먼 나라에서 뚝 떨어진 유리된 삶의 영역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 삶의 터전 속에서 표현되어진 말들임에 어느새 친밀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반면 영국의 낭만주의가 워즈워드와 콜리지의 <서정시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관습화된 일종의 약속된 기호가 아닐까 싶다. 스코틀랜드의 '농부시인'이야말로 '낭만주의'를 정의하는 우리끼리의 암묵적인 동의의 약속쯤 될까?
낭만주의의 시작, '워즈워드'가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온다. 저자도 말했지만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시인..... 워즈(worth,가치)+워드(word, 말).......... 말의 가치.... 영국의 모든 시인의 작품 가운데 워즈워드의 짧은 서정시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이름과 이름 속에 담긴 뜻과 그의 생애가 어쩜 이렇게도 잘 맞아떨어질까..... 생각이 들었다. 소박한 언어로 화살처럼 예리한 감동을 남기는 시인.... 시인 생전에 듣지 못한 찬사였지 않았을까 싶다. 늘.... 그런것 같다. 예술가들(음악, 미술, 문학...)의 삶은 참 구차했음을..... 그 구차한 삶 속에서 주눅들지 않았던 것은 바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온 맘과 몸의 열정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캔버스가, 악보가, 악기가, 펜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향한 자존감이었겠지.
그들의 삶이 어떠했든지 그들의 문학사적 평가는 후대의 몫이었다. 점수가 후하든 박하든 그들은 그리워했고 정들었던 정신적 터전이었던 장소에서 영원히 잠들고 있다. 무감각한 채 책을 읽고 정리하고 갑자기 드는 생각 한 조각은............ 때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계 때문에 목숨처럼 아끼던 자식같은 작품들을 도매급으로 넘기고, 때로는 무엇이 그렇게 힘든지 술과 여자로 삶을 낭비하고, 가정을 돌아보지도 않고, 호색한으로 말년을 보내기도 하고, 여행으로 방랑생활을 하기도 하고....
그들 '시인'은 정말 행복했을까?
행복이란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임에 그나마 위로가 될 듯 싶다. 詩가 바로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겠지. 자신의 삶과 마음을 온전히 묘사할 수 있는 그들만의 언어. 영국처럼 불규칙적인 날씨, 잿빛 하늘 스산한 공기와 영국 시인들의 삶의 자리들이 같이 떠오른다. 그들이 누워있는 어느 시골 한적한 교회 조각과 묘석 앞의 쓸쓸한 비문들. 이런 눈에 보이는 것들(사람들의 찬사와 찾아오는 발걸음까지)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생전 외로움과 고통과 힘겨움들에 대한 보답이 될까..... 문득 시인의 자리는 그들 생전의 작품들의 꿈틀거림과 울림 속에 남아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 하다. 그 여운과 그 느낌들을 찾아 맛보아 알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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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인성씨의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 전 헌책방에서 우연히였다. 그 때의 책 제목은 "시인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1999년 판이었고, 책장을 몇 장 넘기다가 결국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찬찬히 읽어 봤는데,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영국에 살면서 영문학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에 대해 얽힌 얘기와 그들의 저작들, 그리고 그들이 살던 곳에 관한 얘기들을 잔잔히 풀어나가서 아주 감명깊게 읽었었다.
그 책의 2권도 있었으나 책이 절판되고 2005년에 다시 "시인의 자리를 찾아서"와 "소설가의 길을 따라" 1,2권을 나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순서와 내용도 변화가 있고, 더 보충되어져 있어서 이 책들을 다시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번 읽는 책이 거의 없는 나에겐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사실 원래 계획은 세익스피어에 관한 글까지 3권으로 나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찾아봐도 없는 것을 보니 3권 출판 계획은 어떤 사정인지 무산된 것 같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어봐도 참 재미있다. 영국이 나에게는 은근히 정이 가는 나라이며, 또 내가 몇 년간 기거했던 곳이라서 영국에 관한 글들은 우선 관심을 가지고 읽는 편인데, 김인성 씨의 글은 참 정갈하면서도 아주 정성 들여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글에서 작가의 성격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문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영국의 역사와 영문학의 역사, 그리고 자신들이 방문한 곳들과 또 말하자고 하는 작가들의 글들을 같이 엮어 풀어나가는 모습이 참 부럽다. 내가 영국을 방문하기 전에 그의 글들을 읽었더라면 나도 또한 그가 걸었던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1권은 영국 시인들에 관한 얘기들이고, 나는 시라면 한국시도 안 읽기 때문에 여기에서 인용된 시인들과 시의 내용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으나(그럼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끝까지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그의 능력을 참 높이 사고 싶다.), 2권은 소설가들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된다. 어떻게 보면 나와 거의 상관이 없는 먼 나라의 작가들의 이야기임에도 이렇게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을 보면 '작가'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어있나 보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들에게 남긴 작품이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 주어서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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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자리를 찾아서]는 영국 시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영국 땅을 답사하며 보고 느낀 것을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영문학 및 영시에 무지했는가와 저자가 이 책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 공들여 만들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그간 내가 알고 있었던 영국 시인을 생각해보자면 아무리 떠올려봐도 시인과 그 시인의 대표작이 제대로 매치 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 적잖이 놀라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런던을 시작으로 옥스포드, 캠브리지,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에 이르기까지 영국 전역의 장소를 돌며 그 지역의 대표 시인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한 권의 영국여행서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각 지역 요소요소에 대한 안내가 돋보인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문학에 자부심이 강하고 그것을 아끼고 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유명한 시인이 거주했던 집들은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그 집 앞의 길은 그 인물의 이름을 딴 길 이름이 되었으며, 그 시인이 주로 산책했던 코스도 어김없이 그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 산책코스로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영국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으로는 명성과 명예를 얻은 시인들이 계속해서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었다. 부와 명예를 동일시 하지 않는 점에서 강한 그들만의 자부심이 느껴졌지만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도 심각할 수준의 가난에 시달려야 했던 시인과 그 가족의 입장을 헤아려보자니 답답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괜찮은 고정수입을 보장하는 계관시인의 자리를 대부분의 시인들이 고사하게 만들었고 생계를 위해 그 자리를 받아들인 시인들에게는 세상에 타협했다는 냉정한 눈길이 쏟아지게 했다. 시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일화들도 책의 흥미를 더한다. 염세주의자의 대명사인 쇼팬하우어 자신은 장수했을 뿐 아니라 살아 생전에도 열심히 부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게다가 헤겔에게 개인적인 증오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키우는 개를 ‘헤겔’이라고 이름 짓고 “헤겔”하고 부르면 달려오는 충직한 개를 발로 차버리고 했다고 한다. 세상의 대한 회의와 불신으로 절망적인 시를 쓴 [황무지]로 유명한 엘리엇은 나중에 독실한 영국 성공회 신자가 되었다. 많은 젊은이들을 자살하게 만든 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괴테도 장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길고 긴 서사시의 작가로 알려진 존 밀턴은 장님이었으며 꼼꼼하게 지출을 관리하고, 남에게 돈을 빌려주어 이자를 챙기기도 했다.캠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이었던 바이런은 학교에서 개를 기르지 말라는 규칙에 따라 새끼 곰을 길렀다고 한다. 덧붙여 책에서 본 재미있는 표현을 하나 옮겨본다. 잉글랜드인들은 이렇게 스코틀렌드인을 무시하지만 스코틀랜드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존슨 박사는 최초로 ‘영어 사전’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진짜 폭넓게 아는 것도 많은 박사’다. 그는 자신의 영어사전에서 ‘귀리(oats)’를 정의하기를 ‘잉글랜드인들은 말에게 먹이고 스코틀랜드인들은 자기들이 먹는 곡물’이라고 했었다. 그를 숭배했던 제임스 보스웰은 스코틀랜드인인데, 그는 존슨의 이러한 개념 정의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아. 그랬었군요. 그래서 스코틀랜드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고, 잉글랜드에는 뛰어난 말이 많았군요”라고 말했다. 누구든 이 정도의 여유와 유머가 없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p173] 과거 영국 시인의 아내가 되거나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가난을 견뎌야 하는 것 말고도 많은 수난이 예고된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과 동급으로 보인다. 셸리의 아내였던 웨스트브룩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떠나버린 남편에게 일부일처제만이 결혼의 유일한 형태는 아니니 셋이서 함께 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서펀타인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실락원]을 쓴 밀턴은 눈이 먼 후 긴 서사시들을 딸들에게 받아 적게 했지만 평소 딸들에게 가혹하고 엄격하여 자신의 책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급기야 딸들과 나이차가 얼마 나지도 않는 세 번째 아내가 딸들을 집에서 내쫓을 수 있었던 것도 밀턴이 딸들의 거취에 대해 거의 무관심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선 더 확고한 삶의 방식과 사랑의 원칙이 있었을 것 같은 그들이지만 아무튼 그들의 일생은 일반인들이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신에게 부여 받은 삶이란 꽤나 공평하여 뛰어난 예술적 자질을 가진 그들이 대신에 가정의 행복과 본인의 영달 및 긴 수명을 가질 수는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제 꼭 기회를 만들어 독서에 열심인 영국인, 차(tea)와 산책을 정말 즐기는 영국인, 나라가 하나의 커다란 공동 묘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라를 위해 꽃처럼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영국인, 그리고 작자가 찾아 다녔던 시인들의 자취를 부족한 안목으로나마 둘러보러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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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영국여행을 하면서 만난 위대한 시인들의 이야기이다. 말로만 듣던 그 위대한 시인들의 이야기들~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영미문학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 너무 기대를 하고 본 책이었다. 유명한 시인들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그들의 시들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너무 좋았다. 초반부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의 러브스토리가 참 좋았다. 고전이든 현대문학이든 간에 어디에나 사랑은 존재하고 그 사랑은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국에서 4월이라는 달이 갖는 특별한 의미들을 보여주는데 그또한 새로운 문화의 발견이었다. 잠깐 나온 동물농장의 조지오웰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또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번즈였다. 잉글랜드와 숙적의 관계인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시인 번즈. 우리에게 친숙한 올드랭자인의 번즈의 엄청난 사생활도 공개된다. 조금은 복잡한 그의 사생활이지만 늘 사랑과 함께 했던 그였기에 스코틀랜드가 칭송하는 그의 작품이 나온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또한번 해본다.
또 한사람 워즈워드. 낭만주의의 대표자 워즈워드는 시골에서 자연에 묻혀 살았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프랑스 혁명에 참가하게 되고 혁명에 대한 환멸감 또한 생긴다. 어떻게 전쟁과도 같은 혁명에 참가한 그가 낭만적인 시를 쓸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혁명후 돌아온 틴턴사원의 이야기들도 보여주는데 그곳의 전경을보며 꼭 한번 그곳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가 있던 호수지방도 말이다. 워즈워드 때문에 유명해졌다니 그곳에 들러 그의 생애를 느껴보고 싶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시인의 이야기들과 더불어 보여지는 멋진 사진들이다. 시에는 문외한인 내가 생소한 작가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사진과 시인이 함께한 거리, 시인이 살던 오두막집들을 보여주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웠다. 처음엔 컬러사진으로 보지 못한점이 아쉬웠지만 아무래도 고전시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흑백사진을 보는것도 또하나의 재미였다.
주로 브라우닝. 밀턴. 번즈 등의 위대한 시인의 삶을 보여주고 그 상황에 씌여진 시들을 보여준다. 영문학에 관심은 많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나에게 또다른 학습의 기회를 준 책이다. 김인성의 두번째 영국문학기행인 소설가의 길을 따라는 더더욱 기대가 된다. 두고두고 곁에두고 읽어보고 싶다. 한가지 책을 읽은 후 할일이 많아졌다. 이제 책에 소개된 멋진 책들도 읽어보고 그들의 시를 느껴 볼 차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