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건너 뚜리네 말이야. 아주머니가 안되셨더라. 젊을 때부터 그랬지만, 증상이 심해져서 사람이 정신이 없어..." 가끔 친정에 가면 엄마가 동네 소식을 전해 주신다.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줄줄이 꿰어서 이야기를 풀어주신다. 이 책은 꼭 그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반 룬의 <관용>은 고대국가로부터 시작해서 서양사를 써내려 간 책이다. '관용과 불관용'의 입장에서 풀어나간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불관용으로 일어난 불행들과 그 불행속에서 관용을 이루기위해 애썼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콕콕 찝어내어 역사를 이야기한다. 사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불관용과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음모의 결혼은 정신병자가 날뛰는 듯한 모습이다. 더럽고 냄새나고 끔찍하다. 하지만 반 룬은 곳곳에 투덜거림과 야유 그리고 품위있는 비꼼을 재치있게 툭툭 던져놓아 엄마의 동네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하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에라스무스, 라블레, 몽테뉴, 스피노자, 볼테르 등등 곰팡이 냄새 나는 사람들을 바로 얼마 전에 옆집에서 살았던 사람처럼 꺼내 놓고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바꾸었는지 말해준다. 지금도 역사의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가끔은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언제나 맞으니 너는 틀린거야' 라는 막무가내는 아직도 존재한다) 이 나라가 저 나라를 때려 눕히는 것을 보면 여전한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나라 뿐만이 아니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관용'이라는 지혜의 여유로움으로 살면 칙칙한 색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