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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은 때때로 하나의 수술실 같다. 어둡고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인간의 가장 깊은 고통과 연약함이 드러나며, 그 중심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생과 사, 그 너머의 의미를 응시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영화란 그런 수술실과도 같은 곳이었다. 스크린의 빛 속에서 인간은 해부되고, 그의 고통과 환상, 병과 치유는 조명 위에 펼쳐진 진실처럼 드러난다. 그리고 그 장면들 앞에서 나는 관객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혹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의사’로서,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왜 병들며, 왜 상처 입고, 또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가.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언제부턴가 인간을 해부하는 영화에 더 깊이 이끌리기 시작했다. 액션도, 멜로도 아닌, 사람의 마음과 뇌와 영혼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들. ‘정상’이란 무엇이며, 병든 정신은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그런 물음들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건, 단연코 『뷰티풀 마인드』를 본 그날이었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은, 단지 조현병이라는 질병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오해와 내면의 균열, 이성과 감정의 다툼 속에서도 ‘사랑’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끝내 버티어낸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아마 그 침묵은, 고요한 수술실에서 메스를 든 의사의 마음과도 닮아 있었으리라. 이 책이 인상 깊은 이유는 영화라는 감성의 매체를 통해 의학의 세계를 재해석하고, 그것을 통해 진료실 밖의 더 넓은 삶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셔터 아일랜드>의 경우, 정신과적 치료의 역사, 특히 전두엽절제수술과 같은 폭력적인 기술이 어떻게 정당화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우리가 의료적 개입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엇이 치료이고, 무엇이 통제인가? 누군가의 고통을 없앤다는 명목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간성을 침묵시켜왔는가? 영화는 때때로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인간을 그려낸다.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는 전쟁의 트라우마와 뇌과학적 조작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 영화는 정치와 과학, 의학이 어떻게 얽힐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이 영화가 음모론만이 아니라, 의학이 가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고임을 밝힌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전 읽었던 신경정신 전문의의 책이 떠올랐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환자에게 약물 치료만이 최선인 것처럼 설명했던 자신의 모습을, 이제는 너무 성급하고 단편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자책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하던 그가 생각났다. 그때의 그는 의사였지만, 충분히 인간이 되지 못했던 것을 고백하고 있었다. 의사도 한명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해저 2만 리>의 뉴기니 식인종 장면을 통해 쿠루병이라는 질병이 언급된 대목은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과연 베른은 그것을 예견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 본성에 대한 직관이 그렇게 작동한 것일까? 과학과 문학, 의학과 상상이 만나는 그 경계에서 책은 독자에게 사유할 시간을 제공한다. 환자와 의사, 질병과 사회, 역사와 제도. 이 모든 것이 엉켜 있는 장면을 우리는 매일같이 진료실에서 목격하지만, 때로는 그 의미를 제대로 붙잡지 못한다. <오퍼레이팅 시어터>는 그러한 장면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아버지의 깃발> 속 위생병이 총알이 쏟아지는 전장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모든 의사가 가슴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일 것이다. '시간은 생명'이라는 명제를 온몸으로 실천해야 하는 이들. 그들의 고독과 용기, 그리고 회의와 죄책감까지도 영화는 고스란히 담아낸다. 영화는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의사의 심리를 그려낼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의학이 인간의 학문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그 장면들을 다시 떠올릴 때, 나는 진료실에서의 순간들이 단지 병을 다루는 시간이 아니었음을, 그것이 하나의 '삶을 함께 건너는 시간'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책은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의학의 무게를 감정의 언어로 번역한다. 그리고 이 번역은, 때로는 진료실에서 아무 말 없이 환자의 손을 잡고 있는 것만큼 강한 울림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오락이 아닌, 하나의 병력 청취이자 환자의 서사로서. 각본과 대사, 침묵과 음악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통증을, 망설임을, 그리움을 읽는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은 나를 다시 인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스크린 앞에 앉는다.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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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사람인 출판사 의사도 영화를 보면 다르게 본다? 『오퍼레이팅 시어터』 서평 영화 좋아하시죠? 저도 그렇거든요. 근데 한 번쯤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저 장면 진짜 가능해? 저거 의료사고 아냐?” 그런데 그냥 궁금할 뿐, 대답은 알 수 없잖아요. 바로 그런 저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책, 바로 『오퍼레이팅 시어터』였습니다. 영화 덕후 + 의학 덕후 = 이 책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의학 영화 추천 책인가 싶었어요. 근데 읽다 보니, 이건 감정과 역사, 제도, 인간에 대한 성찰까지 들어간 아주 다층적인 ‘읽는 경험’이더라고요. 의사가 본 영화는 이렇구나, 진짜 다르구나 싶었던 게… 예를 들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분석한 챕터에서는 단순히 에이즈 환자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시기 사회가 어떤 식으로 질병을 대했는지, 의약품이 제대로 승인되지 않아 환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 그리고 그걸 돌파하려 했던 사람들의 의지까지 깊이 들여다보더라고요. 그냥 감동적이었다고만 생각했던 영화에 이렇게까지 많은 배경이 있었다니, 깜짝 놀랐어요. 영화 ‘장면’ 하나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사랑의 기적 (Awakenings)>을 다룬 부분이었어요. 환자들이 마치 잠든 듯 살아가던 상황에서 ‘루도파’라는 약을 쓰는 실험적인 치료법으로 변화가 생기는 장면. 저는 그저 기적처럼 느껴졌는데, 작가는 거기서 도파민 관련 뇌의 작용, 약물의 부작용 가능성, 의사와 환자 가족의 기대치 사이의 간극까지 짚어요. 이쯤 되면 거의 영화 속 숨은 세계를 찾아주는 해설자 느낌이에요. 그리고 <해저 2만 리>에서는 과학 모험 영화로만 기억했던 작품 속에서 쿠루병이라는 실제 질병과 식인 풍습, 문화 인류학적 배경을 끄집어내더라고요. 읽으면서 “헐, 이걸 이렇게 읽어낸다고?” 했던 부분이에요. 이 책, 진짜 한 번 보면 영화 다시 보고 싶어져요. 책 덮고 나서 든 생각: 이게 바로 ‘의학적 감상’이구나 의학이라는 주제가 자칫 딱딱하고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근데 박지욱 작가님은 진짜 이야기를 ‘잘’ 풀어요. 전문 용어는 꼭 필요한 데만 쓰고, 나머지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줘요.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진심이 느껴져요.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그 안에 환자를 향한 연민, 시스템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어요. 이런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 속 의료 장면이 진짜인지 궁금했던 분 인문학, 사회학, 의학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드라마 <하얀거탑>, <라이프>,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의학물 좋아하는 분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꺼낼 소재를 찾는 분 『오퍼레이팅 시어터』는 단순한 의학 영화 리뷰집이 아니에요. 이건 사람 이야기예요. 고통을 겪는 환자, 헷갈리고 지친 의료진, 그들을 둘러싼 세상.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한 명의 ‘깨어 있는 의사’의 눈이 담긴 책입니다. 읽고 나면, 익숙했던 영화도 달라 보일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진다는 걸 느낄지도 몰라요.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사람인출판사 #오퍼레이팅시어터 #의학영화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