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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해도 상쾌한 아침입니다. 배만 안 고프면 금상첨상일 아침임에도 전 맨날 이 시간만 되면 배가 고프답니다. 하지만 제게 그러니 아침을 먹고 다니라고는 말씀하지 마셔요. 아침을 먹어서 그 정도인 거라고는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요. 저는 눈 뜨자 마자 입에 뭘 넣어야 잠이 깨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좀 많이 넣더라. 자, 어쨌거나 오늘은 박범신 선생님의 작품으로 가 보겠습니다. 죽음보다 깊은 잠 2권인데요, 이 작품은 앞서 1권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말만 1, 2권이지 전연 다른 내용입니다. 발표 시기도 1권이 출간된 뒤로 5년이나 지나서 나왔다고 해요. 등장 인물만 같을 뿐 내용 또한 완전히 별개입니다.
그래서인지 1권에서의 특징들이 참 많이 사라져 버렸더군요. 굳이 남은 걸 하나 꼽자면 통속성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일반적인 방향으로 스토리를 잡아서 남자가 제비가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훈련도 받고 말이죠. 그게 1권에서의 그 지고지순했던 남주인공이니 이거 뭐랄까, 상처 받은 영혼의 몰락이랄까, 뭐 어쨌거나 그렇게 되었단 말이죠. 당신 부숴버릴 거야, 를 남자가 외치는 격이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남자라고 복수혈전을 벌일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되어 삶의 신념을 바꾼 것 뿐이지요. 그런데 묘하게도 1권에서의 그 야망의 여주인공은 말이죠, 반대로 다시 지고지순한 80년대 처자로 리와인드 해주십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거, 철희 영희 크로스! 이래가지고 역할을 바꿨다고나 할까요? 그리 되었습니다.
사육사가 등장하여 남자를 변강쇠로 만드는 동시에 온갖 유혹의 기술을 강습해 나갈 때만 하더라도, 아마도 뭔가 정통파스러운 야망의 세월을 그려내 보시려고, 그러니까 그러시려고 했던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는데 아니, 이거 왠걸, 잘 나가다 갑자기 양심을 찾으셔서는 이도저도 국도 밥도 아니고,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정체불명의 나른한 소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장도 말이죠, 딱히 <은교> 라인의 화려한 문체라고도 보기 힘들고 <외등> 라인의 무미건조한 문체라고도 하기 힘든, 그 중간쯤 될라나 싶은 정체불명의 문체였어요. 물론, 기본적인 문장력이 있으시니까 여느 작가들과 견줄 바는 아니고, 선생님의 작품 내에서 비교해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 왜, 늘 중간에 앉아서 성적도 중간이고 운동도 중간이며 어쩐지 대개의 면이 중간인 아이처럼 중간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지루했죠. 뒤통수 한 대 빡, 쳐가지구 야 인마, 뒤로 가든 앞으로 가든 좀 움직여, 하고 싶은 소설이었다구요.
이야기의 전개는 덴고와 아오마메처럼 남주인공 한 챕터, 여주인공 한 챕터 이렇게 번갈아가며 진행되지만 어쩐지 둘은 남남이셔, 스토리가 전연 상관이 없이 진행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죠. 실제로 극중 두 인물은 결국 끝까지 만나지 못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렸을 때 뭔가 애절한 느낌이 들며 어라? 진짜야? 하는 반응이 있어줘야 하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단 말이죠. 왜냐하면 둘이 너무 따로 노셔서. 이게 뭐랄까, 덴고와 아모마메처럼 각자 딴 세계에 산다고는 해도 뭔가 점점 거리가 좁혀지며 서로를 갈구하는 시츄에이션이 되어줘야 아따, 우리도 쫌 설레. 뭐 그래줄텐데 야들은 그냥 남이여. 너어무 개인주의여. 감동이 없어. 게다가 스토리 자체도 뭔가 진행되다가 말아버리는 듯한 느낌도 있고 말이죠. 같은 제목의 1권에 비해서는 영 역부족인 작품이었어요. 컨셉트가 통속인데 지루하면 어쩌라고. 야아, 민소희 하고 소리를 질렀으면 끝장을 봐부러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얘는 그렇게 버럭 해놓고는 어,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모앙입니다. 이러고 있다. 아따, 참 깝깝해부러. 해서 별 뭐, 뾰족한 게 없는 작품이 되아부렀습니다. 이번엔 손발도 안 오그라들었어요. 어쨌든 나는 그랬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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