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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고된 삶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형식 -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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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고된 삶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형식- 한창훈, 『청춘가를 불러요』     한창훈 『청춘가를 불러요』에는 여성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젊은 여인들이 육지를 갈망하며 바다 밖의 세계로 끊임없이 내뺀다면, 나이 든 여자들은 그들대로 바다(섬) 안에서의 삶을 묵묵하게 수용하며 살아간다. 가난한 어부의 딸로 태어나, 어부 남편과 만나 가정을 꾸리는 바다 여인들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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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고된 삶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형식

- 한창훈, 『청춘가를 불러요』

 

 

한창훈 『청춘가를 불러요』에는 여성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젊은 여인들이 육지를 갈망하며 바다 밖의 세계로 끊임없이 내뺀다면, 나이 든 여자들은 그들대로 바다(섬) 안에서의 삶을 묵묵하게 수용하며 살아간다. 가난한 어부의 딸로 태어나, 어부 남편과 만나 가정을 꾸리는 바다 여인들의 삶은 탄생과 죽음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순환적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창훈은 이러한 여인들의 삶을 통해 민중적 삶의 윤리를 성찰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민중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본주의는 가진 자들의 세계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어사로 자본주의 국가론자들은 ‘자유’와 ‘민주’를 외치지만, 실제 자유와 민주는 가진 자들을 변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일쑤다.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누구를 위한 민주인가라고 묻는다면, 자본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을 중시하고, 경쟁을 이겨낸 사람만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세계에서, 경쟁 속으로 스며들 수 없는 가난한 민중들은 애초부터 자본주의의 외부로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창훈 소설에 형상화되는 여성 인물들은 자본주의의 원칙을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애초부터 배제된 인물들이다.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에 등장하는 ‘봉네’가 자본주의의 외부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거니와, “여자는 여자인데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처음에는 있었겠지) 그렇다고 절이 있는 것도 아니다(나중에 혹 생길지 아는가). 가족도 없고 따라서 아이나 남편도 없었다”는 봉네의 상황 자체가 자본주의(제도)에서 배제된 인물임을 증거한다. 그녀는 조포댁의 포장마차를 근거지로, 포장마차를 드나드는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어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데 제목에도 암시되는 바,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봉네를 노리개로 삼던 마을 남자들이 화투판을 벌이다 돈 문제로 싸우게 된다. 그들은 봉네에게 들은 상대방의 약점(주로 성적인 문제)을 빌미삼아 싸움판에서 이기려고 하는데, 문제는 싸우는 사람들 모두 봉네와 관계를 맺어 비밀이 폭로되었다는 점에 있다.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봉네를 통해 까발려진 것을 안 남자들은 힘을 합쳐 봉네를 마을 밖으로 내쫓는다.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그는 자신이 왜 갑자기 뺨을 맞고 쫓겨났는지 아마 영원히 모를 거였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 이 소설에서, 봉네는 제도 속으로 포용될 수 없는 ‘잉여’이다. 그러한 잉여적 존재가 사람들(남자들)의 실제 삶을 뒤흔드는 ‘독소’로 나타날 때, 잉여적 존재로서 봉네는 제도의 외부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도의 안과 밖의 경계에서 잉여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봉네의 형상은 자본주의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민중의 형상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삶터에서 내쫓기는 봉녀와, 영문은 알지만 오랫동안 살아왔던 ‘대추리(경기도 평택, 요즘으로 따지면 사드 문제가 발생한 성주와 비슷하다)’에서 내쫓긴 민중들의 모습을 과연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항상 당장 필요한 것을 ‘자본의 입장’에서 결정하는 체제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봉네를 소설 속의 허구적 인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할 것이다.

 

민중의 삶을 향한 작가의 관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한없이 착하거나 순수해서 항상 불이익을 당하는 민중들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작가는 그러한 불이익마저도 윤리적으로 승화하는 존재들의 삶을 그려낸다. 「복국 끓이는 여자」에 등장하는 남해댁은 신산(辛酸)한 삶의 내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삶에 결코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민중의 형상을 보여준다. 식당 근처의 나이트클럽에서 “매에게 쫓긴 참새 꼴”로 도망 온 ‘러시아 여성’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갖은 수난이 닥칠 수 있는 여건 속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아픈 사람만을 생각한다. 기회를 틈타 서슴없이 러시아 여성을 강간하려 하는 최씨(식당의 단골 손님이자 남해댁에게 추근대는 사내)와는 다르게, 남해댁은 자신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베풀고 있다. 그처럼 베푸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천천히 먹어. 어이, 딸내미를 이렇게 타국 만리로 보내놓구 부모들 속은 워쩌까……. 이것은 콩나물인디 안 맵게 무쳤으니께 먹어봐. 그려, 먹을 만하지? 약보다는 이게 더 빠를 것이여. 말했듯이 말이여, 내 할아버지, 아버지가 술에 시달려 개릉개릉허면 고개 너머 항구에 가서 이것을 사오더라구. 주로 졸복을 사왔는디, 고것을 창자랑 피랑 하여간 찬물에서 독을 빼고 또 빼고 해서 끓여 잡숫는디, 나는 그것이 보기에 좋았어. 남정네들이 우 둘러앉아 이것 먹는 모습이 좋았구, 아이구 개운하다, 이러믄 내 속까지 같이 시원해지고 했으니께 말이여. 내가 말이 좀 많지?” (218~219쪽)

 

 

복국을 끓여 러시아 여성에게 먹이며, 남해댁이 하고 있는 말이다. 러시아 여성은 당연히 이 말을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말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만은 쉽게 감지했을 것이다. “후륵후륵 제법 맛있게 국물을 떠먹기 시작”하는 러시아 여성이 과연 이 장면을 잊을 수 있을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타인에게 맺어주는 남해댁의 형상은 “딸내미를 이렇게 타국 만리로 보내놓구 부모들 속은 워쩌까”라는 말만큼이나 ‘모성적’으로 나타난다.

 

모성성이 여성성을 신화화하는 부정적인 맥락을 띠고 있음에도, 남해댁이 펼쳐내는 모성의 의미는 그 자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베푸는 사랑의 의미로 확장된다. ‘마음 씀씀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남해댁의 이러한 사랑을, 작가는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드러낸다. 실제 소설 속에서 남해댁은 러시아 여성과 같은 연배의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딸을 대하는 마음으로 러시아 여성을 감싸 안는 남해댁의 마음이 한 인간의 고통을 위무하는 사랑의 형식으로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한창훈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구현되는 사랑의 형식을 바탕으로 민중적 삶의 윤리를 소설의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봉네와 같은 여자들이 편하게 살 수 없는 세상을 그나마 인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계기는 남해댁이 실천하는 사랑의 형식에서 움터 나온다. 세상은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지만, 그 변화의 와중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작가는 그것을 사람들 사이의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거니와, 모성적 존재들을 향한 작가의 하염없는 열망은 이러한 사랑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가적 신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닷가의 평범한 부부로 서른 해를 살아온 오씨와 세포댁 부부의 삶을 묘사한 「주유남해(舟流南海)」 역시 사랑에 대한 작가의 신념을 뚜렷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오랜만에 배를 타고 바다어장에 나간 부부에게 “선미루 갑판 아래 척척 부딪히는 물살 사이로 보니 프로펠러에 적잖은 밧줄이 칭칭 감겨 있”는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해 있던 오씨는 차가운 밤바다 속으로 들어가 직접 밧줄을 풀어내려 한다. 하지만 뼛속 깊이 스미는 밤바다의 차가움을 중늙은이인 그가 버텨낼 수 있겠는가? 죽을 고비에 처한 오씨를 아내 세포댁이 어렵게 건져 올렸지만, 오씨는 정신이 가물가물한 채 몸조차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눈 떠보니 홀랑 벗겨져 있는데 똑같이 벗어 알몸인 세포댁이 언몸을 꼭 껴안고 있는 것 아닌가. 가슴께를 누르느라 양 젖이 옆으로 잔뜩 퍼져 있고 아랫도리는 행여 물 샐 틈 있을세라 촘촘히 밀착한 상태이며 그 위로 적잖은 엉덩이 두 개가 달처럼 포실하게 떠 있는데 두 팔로 목과 머리를 껴안고 그렇게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온기는 세포댁에게서 온 거였고 그만큼 그녀는 떨고 있었다. (91쪽)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 남겨두고 간 어린 손자들에게 날마다 치이는데다가, 오씨마저 자신의 그런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자 세포댁 역시 마음이 상해 있던 차였다. 자질구레한 일상의 삶에 치여 자신의 삶마저 잃어버린 세포댁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 작가는 세포댁의 삶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오씨가 남편이라는 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러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남해댁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세포댁은 오씨를 자신이 살려내야 할 ‘사람’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정(情)을 세포댁은 몸으로 실천한다.

 

한창훈 소설의 중심에 위치하는 모성적인 존재는 세포댁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온기는 한 여성의 몸을 뛰어넘어 다른 몸의 생명으로 이어진다. 생명과 생명으로 이어진 삶의 세계가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세계이다. 바닷가 사람들의 삶 속에 내재된 순환적 삶의 형식은 여기서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바, 작가가 세포댁의 삶을 기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포댁이나 남해댁의 삶으로 구현되는 사랑의 형식은 세상의 밑바닥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민중들의 삶으로 표현되고 있기에 아름답다. 작가는 마치 자신이 실제로 겪은 삶을 묘사하는 듯, 들뜬 마음으로 이러한 삶을 표현한다. 한창훈 소설에 넘쳐나는 해학의 정조는 이렇게 본다면 민중들의 아름다운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긍정적 세계인식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하겠다.

 

 

 

o*****s 2017.11.06.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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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같은 사람, 질경이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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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소설은 질경이같다.   사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리뷰를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질경이'야 말로 가장 한창훈답고 한창훈의 소설 속 사람들과 그들의 인생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까?   여기까지 쓰고 일주일 넘게 고민을 했다.   고민의 이유는... 과연 그 사람의 작품을, 혹은 그 사람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질경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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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소설은 질경이같다.

 

사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리뷰를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질경이'야 말로 가장 한창훈답고

한창훈의 소설 속 사람들과 그들의 인생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까?

 

여기까지 쓰고 일주일 넘게 고민을 했다.

 

고민의 이유는... 과연 그 사람의 작품을, 혹은 그 사람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질경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한창훈이라는 작가는...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그가 보여주는 일반 서민들의 건강하고 토속적인 삶은 분명 한창훈만이 가지는 힘이다.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바다와 갯벌과 거기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갓 잡아올려 펄떡거리는 바다 물고기같다.

 

그런데 바다와 바다 물고기에는 '갯내'가 나기 마련이다.

이걸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는 없다.

생명의 원천의 냄새라는 걸 알지만 민감한 후각은 그걸 '비린내'로 인식할 수도 있다.

 

결국 거기에서 한창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그걸 갯내로 인식하느냐, 비린내로 인식하느냐.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독자들의 대부분에게 한창훈의 소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이런 부분에 기인한 것일테고.

머리로는 좋아하지만 공감은 잘 안 되는. 그런데 딱히 그걸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감하기란 누구에게든 어려운 법이니깐.

 

그래도 비슷한 연령대의 그만그만한 작가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독자적 행보를 하고 있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누군들 잘 팔릴 만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겠나? 작가에게도 생계가 걸려 있는데... 딸 자식에게 피아노도 사주고 싶은 게 모든 아빠들의 공통된 마음인데...

 

암튼... 한창훈의 작품 속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때로는 질펀한, 때로는 뻔뻔해도 보이는, 도덕적으로 항상 선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들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 인물들 사이의 갭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아니면... 서로를 인정하는 훈련이라든가. 따지고 보면 이들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니깐 말이다.

 

암튼 이 작가의 작품을 평가하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다는 걸 깨닫는다. 내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는 모순을 깨닫게 해주는 작가이기도 하고.

 

[덧붙임] 앞으로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년문학'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한창훈은 매우 전망(?)이 밝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노인들의 삶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이 세대간, 연령간 간극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세대간 갈등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말이다.

그땐 아마 딸아이한테 피아노 학원을 차려줄 수 있을 만큼 많은 피아노를 살 여력이 생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c*****g 2009.09.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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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물씬 풍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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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창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건 아니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에 막걸리가 어울릴 듯한 그의 갯내나는 얼굴에서 비린내 물씬 풍기게 들려주는 섬 이야기, 어부 이야기가 마냥 좋다. 아참, 내 고향도 섬이다.    <청춘가를 불러요>는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10편의 단편 모두 서툴고 불균형한 사랑을 다룬다. 결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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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창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건 아니다. 제멋대로 자란 수염에 막걸리가 어울릴 듯한 그의 갯내나는 얼굴에서 비린내 물씬 풍기게 들려주는 섬 이야기, 어부 이야기가 마냥 좋다. 아참, 내 고향도 섬이다. 

 

<청춘가를 불러요>는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10편의 단편 모두 서툴고 불균형한 사랑을 다룬다. 결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거나 애틋한 사랑이 아니다. 모두들 곤란하고 꼴사납고 남새스러운 사랑가들 뿐이다.

 

 

 

1. 바위 끝 새 : 처음부터 한창훈의 갯내나는 이야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어설픈 노동운동가를 사랑한 여자 이야기는 낯설기 그지없다.

2.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 봉네는 여자 이름이다. 속칭 전문적(?) 창녀는 아니지만 프리랜스로 활동하며 어눌하게 어촌 남성들을 점령해 나간다. 

3. 주유남해 : 아무리 보채도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는 아내에기 필요한 필살기(?)

4. 여인 : 여자의 일생은 질척하기만 하다.

5. 깊고 푸른 강 : 아버지의 장례식 날 벌어지는 다섯 남매의 좌충우돌기, 장례식 날 방귀 한 방은 슬픔마저 희화한다.

6. 해는 뜨고 해는 지고 : 어촌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팔자가 사나울 확률이 높을까, 또 한 여자가 뭍으로 나가고 있지만 결코 행복할 운명같지는 않다.

7. 복국 끓이는 여자 : 복국을 손수 백그릇이나 끓여 먹은 뒤 식당을 개업하지만 손님은 없다. 뜬금없이 들어닥친 러시아 무희에게 언어보다 더 소통할 수 있는 복국을 끓여 먹인다.

8. 그 사랑 : 소심하면 안 되어요. 세상물정 너무 몰라도 안 되어요.

9. 청춘가를 불러요 : 포르노 비디오는 뭔지 알겠는데 '청춘가'는 한 소절도 모르겠다.

10. 꽃피는 봄이 오면 : 악다구니가 아무리 있다고 해도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게 돼 있는가, 봄이 오면 꽃이 피듯...

k****j 2008.07.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