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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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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시집. 그리고 재출간. 이 시집은 김사인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하나뿐인 시집이라고 한다. 울분과 고통의 70~80년대를 거쳐 2000년의 시대가 된 지금. 그의 시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이렇게 또 다른 시인을 알게 되었으니까. 시집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늘.. 맨 뒤에 있는 해설을 읽을까 고민한다. 단 몇 분 동안이지만 고민하다가 나는.. 늘 패스
"밤에 쓰는 편지" 내용보기

하나뿐인 시집. 그리고 재출간. 이 시집은 김사인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하나뿐인 시집이라고 한다. 울분과 고통의 70~80년대를 거쳐 2000년의 시대가 된 지금. 그의 시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이렇게 또 다른 시인을 알게 되었으니까. 시집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늘.. 맨 뒤에 있는 해설을 읽을까 고민한다. 단 몇 분 동안이지만 고민하다가 나는.. 늘 패스를 한다. 이걸 읽는다고 내가 뭘 이해하고, 뭘 알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문학 평론가들이 써 놓은 그 글이 오히려 시에 대한 느낌을 반감 시키는 경우가 있기에 이젠 읽지 않지만 가끔은 너무 난해한 시를 만나면 궁금해진다. 왜 이런 시를 쓴 것인지. 이 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혹 내가 알지 못하는 70~80년대의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시로 옮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나 읽지 않았다. 내가 마음이 들었던 시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한 사내

한 사내 걸어간다 후미진 골몰

뒷모습 서거프다 하루 세끼니 (서거프다 : 서투르다의 방언)

피 뜨거운 나이에

처자식 입 속에 밥을 넣기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은 외로운 일

몸 팔아야 하는 것은 막막한 일

그 아내 자다 깨다 기다리고 있으리

찻소리도 흉흉한 새로 두시

고개 들고 살아내기 어찌 이리 고달퍼

비칠비칠 쓰레기통 곁에 소변을 보고

한 사내 걸어간다 어둠 속으로

구겨진 바바리 끝엔 고추장 자국 (52~53)

 

나이를 먹는지 아님 아이들이 자라선지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아버지의 어깨가 쓸쓸해 보인다. 내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고, 이젠 내 남편도 그렇게 되어 버린 나이가 되었다. 예전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하기에 노동을 해야 하는 시간도 늘었다. 예전보다 10년은 젊게 산다고 하지만 10년 더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버지와 아이들의 직장 자리싸움이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왜 이렇게 삶은 어렵고 버거운 건지..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나이 들었다고 퇴직하라는 권고 뿐.. 그래서 한 사내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슬프다. 오늘은 내가 아니지만 내일은 내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알기에

 

아버지의 뒷모습을 긴 문장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로 만나는 한 사내의 모습은 그게 그 누구도 될 수 있을 것 같기에 더 먹먹하다.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 한 사내는...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혹 또 한 잔의 술에 내 마음을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6.02.22. 신고 공감 6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