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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은 영화 제목이고, 이 책의 원작은 "붉은 수수 가족"이라고한다. 영화가 워낙 유명했기에 영화 제목으로 책을 낸것이라고 하는데, 다이펑롄과 위잔하오부터 둘의 아들 더우관을 거쳐 더우관의 아들 '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책의 배경은 190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로 중국의 근대화 시기를 다루고 있다. 책은 총 5편의 중단편 모음이나, 각 챕터가 모두 저 가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장편아닌가..?^^;; 모옌이라는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작가라는것, 작가의 실명이 아니라 '입으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필명이라는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의 시작은 나의 할아버지부터 살아왔던 가오미 현 둥베이지방에 일본군이 들어오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참여했던 전투, 그 속에서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나'의 아버지 더우관과 '나'의 할아버지 '위잔아오', 할머니 '다이펑롄'이 침략자 일본군과 싸우는 이야기. 제목의 붉은 수수는 이 고향에서 삶의 시작과 그 삶, 삶의 끝을 모두 담고 있다. 그들의 식량은 수수였고, 그들이 일본군을 피해 숨은 곳도 수수밭이였고, 그 삶의 마지막 피를 뿌린곳도 수수밭이다. 붉은 수수와 붉은 피.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한 책의 첫 단편 '붉은 수수'는 왜 붉은 수수인지, 주인공과 함께 유일한 배경이 되는 둥베이지방은 온통 수수밭인 곳이다.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모엔의 필명과 붉은 수수의 이야기가 그들의 치열한 삶을 그대로 느껴보라는 의미 같기도.
이 책을 읽고있다보면 문득 느껴지는 사실이 하나있다. 별 인물이 아니였던것 같은데, 침략자의 총칼앞에서 내 가족의 죽음 앞에서, 나의 미안함을 가슴에 품고 평범했던 이 모두 영웅이 되어간다. 그 결말이 모두의 죽음이긴했으나, "뭘 겁내쇼? 뭘 걱정해요? 누가 나리가 되든 우리가 백성인 건 매한가지인데, 관아에서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세금 내라면 내라는 대로 내고, 누우라면 눕고 무릎을 꿇으라면 꿇는데, 누가 우리한테 벌을 줘요? 누가 우릴 무슨 명목으로 처벌하겠냐고요?" p. 536 어짜피 누가 이 땅을 지배하든 누구의 시민이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냐는 어느 곰보는 자신에게 가해진 위협앞에서 이웃을 지목했고, 돌아온 집에서 가족의 몰살을 보고 자살하려했으나, 살아 일본과 싸워 이겼으나 자살을 택한다. 그저 개똥을 줍던 인물이였는데,
중국도 그러하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모든 나라의 전쟁에 대한 역사를 놓고보면.... 그 역사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뿐이다.누구의 이로움이란 말인가. 1편 붉은 수수의 전투로 공산당원 국민당원 괴뢰군 등 모두의 백골이 묻혀있던 무덤인 '천인묘'가 번개와 비에 의해 무너져버린 사건이 있다.
"나는 에워싼 사람들을 뚫고 들어가 무덤속의 뼈다귀들, 다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유골들을 보았다. 그들 중 누가 공산당원이고 누가 국민당원이고 누가 일본병사들이고 누가 괴뢰군이고... 중략.. 모든 두개골이 다 한 가지 형상으로 빽빽하게 구덩이 속을 채운 채 모두 다 평등하게 같은 빗물에 젖고 있었다." p.338
죽고나면 다 부질없는 싸움속에서 누가 무엇을 왜 일으켰는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 죽어나가고 망가져가는 것은 일반인들 뿐. 그 속에서 영웅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평범한 이를 영웅으로 만드는 세상은 난세일 뿐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난세. 그 속에서 평범했던 이가 영웅이 되어 죽는 시기.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불안해서. 무서워서.그저 읽는것 만으로도 말이다. 죽음이 내 귓가를 스쳐가는 그 시기에 살았던 이들의 두려움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나'의 할아버지는 그 수많은 전투를 다 이겨내 살아냈지만 결국 제대로 말할수도 마실수도 없는 몸을 얻었다. 가족들을 모두 잃고, 하지만 '나'의 입을 통해 나의 가족과 둥베이지방의 사람들의 삶을 써내려갈수 있었고, 지금의 우리는 그의 말을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어 살아야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책은 잘 읽혔지만, 시점이 계속 과거와 현재, 어느 순간 현재인 줄 알았던 지금이 과거가 되는 등 왔다갔다 하는 통에 뭐지?!하는 긴장 속에서 읽게했다. 그리고 작가의 생생한 묘사로 정말 그 진한 피의 향과 썩어가는 살내음에 대한 냄새가 나는 착각이 들만큼 잔인함으로 눈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결국 부릎뜨고 봐야할 작가의 메시지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아부지! 아부지! 우리 가요. 우리 가요! 난 싸움 안 할래요! 안 할래요! 나 엄마 봤어요! 아저씨도 봤고! 큰 할아버지도 봤다고요!"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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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붉은 수수밭.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공리의 포스터가 기억에 남아있을 만큼 강렬한 작품. 영화 보기 전에 원작으로 먼저 읽고 싶어서 샀습니다. 대산 세계문학총서라 믿음이 가네요. 아주 무게감 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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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을 접하게 된 사람들의 절반이상은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에 빛나는 장예모 '붉은 수수밭' 영화를 보고나서 접하게 되었을 것 이다. 필자 또한 영화를 먼저 접하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원제는 '홍까오량 가족' 이지만 1부 '붉은 수수'를 영화화한 '붉은 수수밭'의 제목이 유명하여 국내에서는 '붉은 수수밭' 으로 제목이 번역되어 재출시 되었다. 영화로 접한이들에게는 5부작 중 1부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어찌보면 맛보기에 불과 했을지 모른다. 위대한 작가 모옌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을 음미하 듯 놓치지 말고 즐겨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