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다른 사람이 뭐라하든 개의치 않고 화양연화의 연장선에 올려놓고 싶다. 화양연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화양연화의 마지막장면. 양조위가 조용히 사원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비밀을 털어놓던 장면. 이 장면을 기억하기에 2046에서 "옛날 사람들은 비밀이 있으면 산으로 올라가서 나무에 구멍을 파고 구멍속에 비밀을 이야하고 흙으로 메웠다."이런 대사를 봤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 사전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하고 봤기에 이런 예기치 못한 설레임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어설픈 정보에 의해서 2046은 미래에 관한 영화라고 알고 있었다. 어쨌는 나의 무지로 인해 들뜬 상태로 영화를 보게 된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 2046이란 제목 역시 호텔 객실 번호에 불과하다. 아마도 화양연화에서 첸이 머물렀던 객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니 다시 빌려보는 수밖에 없다. 왕가위 감독은 이미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차우 선생의 행복한 시절을 이야기 했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첸과 이별 후 차우 선생의 행보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인네들은 기타 등등 떨거지에 불과한 것일까? 차우가 첸 이후 다시 만난 여인 역시 동명이인인 수리첸(공리)이다. 카지노에서 만났고 그의 허무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던 여인. 그는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다. 그녀는 거절하고 그는 그녀에게 과거에서 벗어나면 자기에게 오라고 이야기하고 홍콩으로 간다. 그 때 그는 그녀가 자기와 함께가지 않은 이유를 그녀의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난 후 그가 그녀에게서 과거의 여자의 흔적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란걸 안다. 사랑은 대신이란 없는 것이다. 홍콩에서 만난 여인은 장쯔이. 극중 이름은 알 수 없다. 그녀의 이름이 나왔는데 지나쳤거나 전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직업은 화류계 여인이라 해두자. 좋은 우리말로 하자면면 해어화. 첨부터 차우는 그녀에게 심각하지 않았다. 장쯔이와의 첫 만남에서 양조위의 그 음흉하면서도 절제된 미소는 압권이다.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리라 생각한다. 그와는 반대로 점점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그녀는 그를 소유 할 수 없음에 힘들어한다. 박진영의 희망고문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논리는 그럴듯한데 책임을 상대방에게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별로 공감하지 않는 글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차우의 매몰찬 행동. 일말의 희망을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박진영의 글을 떠올려 본다. 개인적으로 장쯔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으로써 맘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녀와 이별 후 만난 여인은 왕지웬(왕비)다. 그가 머무는 호텔 사장의 첫째 딸. 그녀는 일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차우는 그녀의 사랑의 전령 역할을 해주며 서로 친밀한 사이가 된다.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차우. 그는 그녀에게 일본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소설 쓰겠다는 약속을 한다. 제목은 2047. 소설을 쓰면서 소설속에 등장한 일본 남자가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다.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상대방. 사랑은 타이밍이다. 서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 졌을까? 이 에피소드에서도 빼놓을수 없는 장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가 연인에게 전화를 걸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문사로 대리고 간다. 거기서 그녀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그의 표정은 정말 보는 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명연기다. 3명의 여인 모두가 차우에겐 과거 첸의 아성을 무너뜨릴 감정을 가지게 만든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타등등 떨거지라고 표현하기도 좀 뭐하다. 그냥 그의 삶을 이루는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그가 느껴가는 사랑의 정의를 깨우쳐는 도구로로써 가치가 있는 그런 여인들일 것이다. 공리와 왕비의 오랜만에 보는 모습. 아무리 이뻐도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젊은 장쯔이를 당할 재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름대로 멋진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간만에 왕비 노래도 듣고 싶군. 이 영화 단순히 화양연화만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영화속에서 차우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은 아비정전을 떠올리게 만든다. “발없는 새의 전설” 꼭 양조위의 모습이 점점 그 전설의 방황하는 새를 닮아 가는듯하다. 그리고 아비정전의 마지막 장면인 양조위가 머리 단정히 빗고 나가는 장면은 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면서 미소짓게 만든다. 마치 이 영화를 구상하고 아비정전에 그 장면을 넣은 것처럼 위트가 넘치는 장면이다. 음악. 아비정전에서 흥겨운 맘보, 화양연화에서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를 외치는 신나는 음악은 아닐지라도, 장쯔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자주 나오는 남미의 정서도 느껴지면서 왠지 스페인의 정열과 포르투칼의 파두 냄새도 조금 풍기는 음악이 귓속을 맴돈다. 비장한듯한 하지만 좀 비트가 있는 여인의 떨림있는 목소리. 원시부족의 종교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음악이다. 왕가위 특유의 냄새가 풍기는 멋진 영화다. 하지만 역시 화양연화에 다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엔 장쯔이 주연으로 다시 속편 만들었으면 좋겠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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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으면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