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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K. 르 귄 작가님의 SF 작품은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이후로 처음이다. 헤인 연대기의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말이 있었다. 워낙 고유명사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때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후기들을 보고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큰 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작가님의 소설인 <어둠의 왼손>을 초반만 읽어보았는데, 작가는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는 서문이 실려 있었다. 그 말대로, 정말 현실과는 다른 설정들이 펼쳐졌고, 그 속에서 일상을 말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4편의 단편에 있었던 등장인물들이 각자 노예해방운동, 사랑과 관계 등을 다루는 방법이 달라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은 문장으로, ‘모든 여자가 관계를 가지고 싶어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여자가 남자와 관계하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옛날 작품인데도 상당히 정치적으로 깨어 있다고 느꼈다. 읽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을 찾자면 모든 단편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나의 책머리가 아닐까. 헤인 연대기를 전부 읽을 필요는 없지만, 나로서는 이 책의 세계관에 대해 더 탐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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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웨렐과 웨렐이 식민지로 삼은 예이오웨이의 이야기이다. 웨렐은 피부색 짙은 소수의 소유주들이 피부색 옅은 다수의 노예를 지배하는 사회이다. 과거 지구의 흑인과 백인 관계를 뒤집어 놓은 듯하다. 식민지 예이오웨이에는 노예와 소유주 사이에 감독이나 보스 같은 계층이 존재하는데, 이는 마치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지주-마름-소작인 관계를 보는 것 같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투영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SF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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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유명하기에 사족을 달 필요가 없는 르 귄 여사님. 그녀가 남긴 책들 중 유명하지 않은 책 중 하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양의 책을 쓰셨지만, 그 중에서도 어둠의 왼손이나 어스시 시리즈같은 걸출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단편의 모음이기에 더욱 와닿았던 책. 좋아하는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 작가의 느낌을 온전히 받으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왠지 단편이기에 더 함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물론 가벼운 단편도 많지만). 이 책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은, '연작' 단편이라 부르는 것처럼 독립된 이야기이되 같은 경험을 한다. 그 안에서 같은 주제가 관통하기도 하고. 특히 여성 작가로서의 르 귄 여사님이 갖는 여성성에 대한 의견을 얼핏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 시리즈를 탐독하고 데 있어 꼭 읽고 가야 할 단편집이 아닐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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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르 귄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도 제대로 느낌이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나름 청소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어스시의 마법사』시리즈나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은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판타지 속에 자연스럽게 잘 담아냈다고 느껴지는데, 『어둠의 왼손』이나 『세상의 생일』은 주제에 비해 소재가 너무 복잡하고 이질적이어서 머리로 이해하는 데에만 집중해도 진이 빠질 정도였거든요.(물론, 제 기준이긴 합니다만...^^;)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은 4개의 단편집으로, 역시 우리 지구와 태양계가 아닌 다른 행성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어둠의 왼손』만큼이나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기 위한 진을 빼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작품입니다. 특히 4개의 이야기 다음에는 「웨렐과 예이오웨이에 관한 주해」라고, 그 행성계의 언어와 제도와 자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챕터까지 있어서 은근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게을러져서 그런지, 이렇게 낯선 지명, 낯선 제도명, 낯선 사회 구조가 등장하면 종이에 정리해가며 읽지 않는 경우 자꾸 앞부분을 뒤적여야 해서 귀찮더라구요. 그나마 읽어보니, 새롭게 익혀야만 할 복잡한 명칭은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어둠의 왼손』에 질려서 이젠 그냥 포기하고 책장을 넘겨버려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소설에서 묘사하는 차별과 학대의 묘사가 이 지구상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행되었고 자행되고 있는 실상을 반영함에 대한 충격 탓일 수도 있겠죠. 무대만 외계 행성일 뿐, 지구의 기나긴 역사 속에 끊임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폭력과 별다를 게 없더군요. 다만,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이라는 제목처럼, 그 폭력과 끔찍한 학대와 증오와 반목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용서와 해방과 구원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조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담고 있는 메시지를 고려하면, 굳이 외계 행성으로 무대를 옮겨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지구를 벗어남으로 해서 더 자유롭게 강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거겠죠.
▲ 이번 르 귄 시리즈는 하나 같이 시공사의 하드커버 책들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높여준 환상적인 디자인의 표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