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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1권을 봤다. 언제나 이 책이 없어서 2권은 못 보려나 했는데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가니까 있었다. 딱히 다른 거 보고 싶은 것도 없고 해서 이것을 보기로 했다. 연은 세손을 지키기 위해 살수로서 살아가기로 하고 대궐을 나와서 무공수련과 기생이 되는 공부를 했다.(기생이 되려고 한 것은 뭐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해서 연의 머리를 올려준 사람은 세손이었다. 그것을 몰랐던 연은 머리를 올려준 사람과 온천에 간다.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온천에서는 세손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전에 몰랐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때도 세손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수는 연을 만나보려고 월향관에 찾아가지만 온천에 갔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한다. 온천에도 찾아간다. 그곳에서 수는 연과 세손이 함께 있는 것을 본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을 실제로 확인할 때는 마음이 더 아플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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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이 무엇이니?"
갸름한 얼굴에 유난히 하얀 피부, 그리고 선한 눈을 가진 세손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어린 연에게 물었다. 연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이산이다. 이 나라의 세손이다. 예를 갖추어라."
수와 세손은 동시에 눈이 둥그레졌고 세손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너 아주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연은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을 했나 싶어서 그 통통한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고마운 마음에 달리 줄 것도 없고, 그날 보니 네가 면 속옷을 챙겨 입더구나. 내가 앞으로 너의 속옷을 특별히 지으라 일렀다. 꼭 이것으로 챙겨 입어라. 네 몸을 보호할 것이니...."
"예? 세손저하!"
연이 무어라 물으려 하였으나 세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일어나 나가 버렸다. ....연은 그 보드라운 비단 속옷을 볼에 가져다 대어보았다. 온기가 따뜻하게 전해오는 것 같았다.
'내 옷이 너무 누추하였나?'
...하지만 연은 세손이 지난밤 그 비단 속옷을 설레는 마음으로 꼭 껴안고 잠든 뒤에 보자기에 곱게 싸서 가져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
"연아, 내가 바람처럼 달릴지라도 너 내 곁에 단단히 붙어와야 하느니....내가 너를 보지 않아도 내 곁에 달리고 있어야 하느니라. 약조하지 않았니?"
세손의 가슴에 안긴 연은 알 수 없이 가슴 한편에 구멍이 난 것처럼 휑하니 시렸다...
"약조하옵니다, 마마. 이 한 목숨 다하는 날까지.... 언제까지나 동궁마마 곁에서 마마를 지켜 드리겠사옵니다. 약조하옵니다. 약조하옵니다, 마마..."
"연아....이제 나는 네가 없이는 안 된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뒤채이던 세손의 마음도 이제 바람 거친 긴 강을 건너고 천 리 밖을 지나서 연의 어깨에 내려와 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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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春雨
새 봄날 시름에 잠겨 겹옷 입고 누워 있소
쓸쓸해진 성문 생각에 가슴 더욱 저리오
비 사이로 그대 붉은 집 우두커니 바라보다
구슬비에 흔들리는 초롱 잡고 홀로 돌아왔다오
먼길 떠난 그대 생각에 밤은 더디고
새벽녘 꿈결에서 얼핏 그대를 보았다오
편지와 옥귀걸이 어떻게 전해주리오
저 멀리 비단구름에 외기러기 날아가네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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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무엇을 주어야 너를 가질 수 있겠느냐?"
"아무것도....거리의 꽃에게 줄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연은 자조 섞인 웃음을 웃으며 다시 술병을 잡았다. 은조의 손이 다시 연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다.
"도련님께서는 이년을 꺾을 수는 있을 것이나....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담하고 단호하게 말하며 연은 은조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너를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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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알고 있었느냐?"
"묵향....그런 묵을 쓰시는 그분을 알고 있습니다. 거문고 소리...그런 소리를 내실 수 있는 분은 이 세상에 그분밖에 안 계십니다."
"내 심장이 이리 거칠게 뛰는 것이 느껴지느냐?"
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풀어줄 것이니라." ..................
"두렵사옵니다. 차라리 이 모든 일이 꿈이라면 좋겠사옵니다."
"꿈이 아니라서 나는 행복하구나." ...............
"산이라고 불러라." ......................
"너의 앞에 서 있는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연이라는 여인을 은애하는 그저 산이라는 사내일 뿐이니." ----------------------------------------------------------------------
매화사
어리고 성근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燭:촛불)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부동暗香浮動하더라
--안민영
-------------------------------------------------------------------------- 연아, 날 보고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나는 만족스럽고 후회도 없거늘, 내가 굳이 네게 말하지 않은 것은 너를 지켜주고픈 내 마음이라....전하를 위해 언제나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어여쁜 너를 지켰으니.... 수는 자신의 가슴에서 솟구치는 붉은 피를 바라보며 숨을 헐떡거렸다. 아직은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수의 감겼던 눈이 조금씩 열렸다.
"연...." "형! 정신 차리세요, 형!" "연아....언제나....나는 너밖에는...없었다. 내가 지켜 주고 싶었는데....제발...다치지 마라, 연아...."
왕의 얼굴이 어른거리자 수는 손을 내밀어 왕의 어수를 꽉 잡았다.
"수야! 수야! 정신을 차려보거라, 수야!" "전하....꿈을 이루소서, 전하...연을....전하....연을...."
이생에서 마지막 말로 왕에게 연을 부탁하며 수는 눈을 감았다. 수가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이 교대하며 웃고 있던 수였다. 연은 수의 창백한 뺨을 쓰다듬으며 상처 입은 짐승처럼 웃고 있었다. 다섯 살 대궐에 들어와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 때 연이 부르면 수는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왔었다. 소탈하고 푸근한 웃음을 입가에 물고 욕심없이 마치 아름드리 느티나무처럼 우직하게 연을 지켜주었다. 스르륵 감겨진 수의 두 눈은 자는 듯이 보였다. 수의 나이 이제 스물넷이었다.... ----------------------------------------------------------------------------
"함께 가겠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산...이 몸은 언제나...마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사옵니다...이제 마마께서는 ...이 몸을 위해 살아주소서."
"내가 너와 같이 가겠다. 그곳이 어디든...."
"알고 있답니다, 마마....저 없이 살아갈 날들이 한없이 어렵다는 거...그러하더라도....이 몸을 위해 살아주소서....마마, 꿈꾸는 태산이 되소서...."
연은 왕의 품에 안겨 꿈꾸는 얼굴이 되어 편안하게 자는 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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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장마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시조들도 소개되어있어서 참 좋았다.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들춰보게 될 정도로. 또, 주인공들의 애닯은 사랑의 끝이 아쉬워 이혜경 작가님의 후속작 <영혼의 방아쇠를 당겨라>도 호기심 반, 내 마음의 위로반으로 읽게 될 정도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