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자들에게 씌어진 이단의 혐의! 비뚤어진 욕망이 만든 고통의 궤적을 더듬는 고감도 중세 미스터리! 위니프레드 성녀 축일 준비로 활기에 넘치는 수도원. 이곳에 주인의 시체를 모시고 한 젊은이가 나타난다. 그는 주인을 유언에 따라 수도원 묘지에 묻기를 원한다. 그러나 신앙 문제에 엄격한 성직자들의 반대로 사건이 발생하는데... 해결의 열쇠는 고인의 유품인 아름다운 상자에 있다. 그 상자에 담긴 비밀과 인간들의 빗나간 열정. 그리고 오래 인내한 사랑은... |
| 여기 성지 순례를 떠나 여러 사람과 토론하며 더 넓은 종교적 깨달음의 기회를 누리고 돌아온 한 노인의 유해와 그의 동행인인 젊은이가 있다. 존중받는 삶을 살았으며 본질적으로 선량한 인물들임에도 이들에게 이단의 혐의가 씌워짐으로써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자신의 지적능력을 활용해 치열한 사유의 과정을 거쳐 종교적 가르침에 논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중세 잉글랜드 청년 일레이브에게 가해지는 사상적 억압은, 한국 개신교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방역을 방해해 가며 선량한 이웃에게 저지르는 무논리와 비이성 및 폭력성과 몹시도 닮아 있어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이 작품 '이단자의 상속녀'에서는 종교계 보수층의 지식 독점에 기반한 피지배층에 대한 억압과 갈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을지언정 결국은 종교적 가르침에 관용적이고 유연한 해석을 허용하여 인본주의적 결말에 이른다. 이는 단지 20세기 영국인인 작가가 자의적으로 시대적 고려를 경시한 채 르네상스 혹은 더 나아가 계몽주의 이후의 철학을 억지로 중세에 대입하여 이끌어낸 끼워맞추기식 결론이 아니라, 중세 신학자들의 논리에 근거하여 도출해낸 것으로서 시대적 고려와 보편적 가치의 추구 두 가지 목표를 훌륭히 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세 시대의 철학으로도 이러한 사고가 가능할진대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개신교에도 인간존중과 종교적 관용을 요구하는 것이 과한 주문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