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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그런 것 당시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곱씹을수록 낯설고 되돌아볼수록 즐겁고 당시의 시간, 체력, 분위기, 냄새, 대화 등 모든 것이 그 순간이었기에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 추억이자 경험이자 삶의 일부로 남아 내 생각과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그다지 숭고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지만 결국 그 순간은 앞으로의 내가 되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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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박사들과 크루즈를 타고 시칠리아에 도착한 안희연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반한 타오르미나 원형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아마도 괴테가 앉았으리라 짐작되는 자리에 앉아 아득한 지중해의 풍경을 감상한 후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의 문장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여행을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문득 안희연의 여행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은 무엇을 줍는 사람입니까?" (p. 13) '줍는 순간(난다)'은 시의적절하게 나타난 안희연의 여행기다. 방송을 보면서 어쩌면 저 순간들이 글로 쓰여 책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리 된 것이다. '쓰는 사람'인 안희연이 저 생생한 여행의 시간들을 놓쳤을 리 없다. 그렇다면 안희연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답은 책의 제목과 같다. '줍는 순간.' 아, 마치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안희연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줍기 위해서"이다. 줍는다니, 무슨 얘기일까. "여행지에서 채집통을 가진 사람"이 되는 그는 자신을 "찌르는 순간들"과 "관통해가는 감정들"을 줍는다. 그러면서 "여행이 끝나면 제 채집통은 불룩해"진다고 설명한다. "마치 심벌즈처럼 제게 와서 쨍하고 부딪히는 장면들을 마주할 때"의 얼얼함을 여행이 끝난 뒤 오래오래 겪는 모양이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기별로 여행을 구분했는데, 거기에 핵심 키워드를 정한 것이다. 1부 '청춘이라는 여행(2005~2010)', 2부 '예술이라는 여행(2010~2015)', 3부 '사람이라는 여행(2015~2020)', 4부 '시라는 여행(2020~2025)'를 통해 안희연이 하고 싶었던 고백은 여행은 자신을 길렀고, 여행은 자신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리라. 대학생이 되던 열아홉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여행을 떠났던 안희연이 그 수많은 여행에서 주웠던 건 무엇일까. 그는 프랑스 세트의 한 언덕에서 "들리니?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소리야. 파도 소리..."라는 부녀의 대화를 줍기도 하고, 런던에서 기차의 창문을 사이에 둔 모자의 이별의 아픔을 줍기도 한다. 또, 뮌헨의 슈바빙에서 고독에 몸부림쳤던 전혜린의 흔적을 수집하기도 한다. 20대 초반 그의 여행은 다양한 감정들로 복작인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와 달콤한 감정을 나누기도 하고, 한 소년의 우울한 표정을 보고 그리움과 외로움에 사무쳤던 유년 시절을 마주하기도 한다. 등단의 꿈을 꾸던 시기에는 여행지 속의 작가와 작품을 찾는다. 또, 30대 이후에는 여행 속에서 만나는 사람에 집중한다. 이렇듯 여행의 시기별로 달라지는 줍는 포인트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에는 '알쓸별잡 지중해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묘사되어 있다. 크루즈를 타고 일주일 가량 배 위에서 생활해야 했던 일정에서 그는 뱃멀미를 걱정했지만, 오히려 더 지독한 건 '땅멀미'라는 대목이다. 땅멀미란 배를 타고 긴 시간 항해한 사람이 육지에 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어지럼증인데, 안희연은 이를 "한 세계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가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통"이라 해석한다. "당신은 무엇을 줍는 사람입니까?" 결국 안희연이 던진 이 질문 앞에 멈춰서게 된다. 그리고 나의 여행을 되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줍는 사람인가. 비단 여행에만 국한된 물음은 아니리라.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적용해봐야 할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