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아이의 방학이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 방학이라고 해봐야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별로 없습니다. 학원에, 캠프에 계획에 맞춰 생활하는 아이들이 좀 안됐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질 않으니 좀 낫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어디 갈 데가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여유가 없으니 뭘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산 너머는 푸른 바다였다>는 읽으며 이렇게 안타까운 요즘 아이들에게 잠깐의 탈출구가 될 만한 책인 것 같았습니다.
참 소소하면서, 설레이면서도 갑자기 맞닥뜨린 사건이 스릴넘치면서도 짜릿합니다.
지로는 이제 중학교 1학년입니다. 선생님도 만났습니다. '아니야마' 라는 이름의 선생님은 자기가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며,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아니야 아니야, 잠깐 잠깐' 이 말을 생각해 본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을 써볼 것을 권합니다. 참 이상한 선생님입니다. 괴짜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쪽지를 한 장씩 나눠주며 자신에게 지금 100엔이 있다면 어디에 쓸 건지, 그 까닭이 무엇인지 쓰라고 합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사용처를 적습니다. 엄마에게 드리겠다, 빵을 사겠다, 동생한테 빌린 100엔을 갚겠다. 지로는 기차표를 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 곳,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가보겠다고 합니다. 이 때, 이걸 정말 실천할 수 있을거라고 지로는 짐작했을까요?
지로는 여름방학 한 가운데,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집을 떠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내리는 비도 끝내는 멎듯이,저도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카스기 신사쿠를 본받아 단련하고 오겠습니다. 아버지가 계신 곳에 갑니다." 대신 '두루미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아들 지로'라고 써놓고 나왔습니다.
시골의 풍경은 아마 어디나 비슷할 것입니다. 자연이 주는 것에서 놀잇감을 찾아 그것을 100% 활용하는 아이들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지로는 거기서 황소개구리를 잡는 어릴 적 여자친구, 아끼요를 만납니다. 아이들은 이 개구리 잡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원형 도서관'을 짓는 비용에 보탤거라고 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뭐 별 다를 게 없는 일상들입니다. 우리에게 우리의 일상이 있듯, 지로의 일상이란 것도 별 다를 게 없습니다. 그저 도시 아이가 시골로 여행하는 이야기구나, 좀 밋밋한 감까지 듭니다. 하지만 상상하지 못한 사건은 '귀신의 집'에서부터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주 우연히 듣게 된 한 마디의 말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아, 이때부터 조금 흥미진진해집니다. 지로가 이상하고 괴짜같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을 때도 어디나 이런 이상한 선생님이 한 분쯤은 있는 법 하고 넘겼고, 지로가 정말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이제 중학생이니 아버지가 묻히신 곳으로 여행하는 것에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하는 행동들,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의 생활이란 것이 다 그렇지 하는 생각이였습니다. 하지만 첫 여행에서 이런 경험,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건, 정말 잊지못할 일입니다. 도둑들의 계획을 알게 된 것입니다. 조그만 마을에서의 사건은 긴박하면서도 긴장감 넘칩니다. '여우사냥'을 위해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여우 사냥은 도둑들을 잡기 위한 작전으로 바뀝니다. 학교에서 시멘트를 훔치려는 도둑들 모르게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당황한 도둑들을 잡는 건, 중학생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슴이 방망이질할 정도로 흥분되는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여름 빛에 물들어 있어 지로는 더 이상 핑크가 되지 않습니다. 여름 빛에 물들었다는 표현이 참 멋집니다. 이 사건으로 지로는 한뼘정도 컸을 것입니다. 여행을 통해, 친구들을 통해,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맞닥뜨렸고, 친구들과 합심해 이끈 승리는 지로를 성장시켰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은 없지만,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거기에 함께 한 기분으로 기분좋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