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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진공 속에서 건져올린 생의 질문
"차가운 진공 속에서 건져올린 생의 질문 " 내용보기
#진공붕괴 #해도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SF 소설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낯선 행성에서 나를 마주하는 일이다. 해도연의 소설집 『진공붕괴』는 바로 그런 독서의 경험을 준다. 우주과학자로서의 탄탄한 지식 위에 인간의 윤리, 감정, 존재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을 절묘하게 직조한 작품이다.  “지구는 사라진다. 태양도 사라진다. 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한다”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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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붕괴 #해도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SF 소설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낯선 행성에서 나를 마주하는 일이다. 해도연의 소설집 『진공붕괴』는 바로 그런 독서의 경험을 준다. 우주과학자로서의 탄탄한 지식 위에 인간의 윤리, 감정, 존재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을 절묘하게 직조한 작품이다.  “지구는 사라진다. 태양도 사라진다. 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공허하고도 압축된 진공 속에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의 모순과 본능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검은 절벽〉의 라미는 성간 우주선에서 사고를 겪고,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 고립된다. “지구도 달도 태양도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절망은 단지 물리적 위치의 상실이 아니다. 관계와 신뢰의 상실, 존재의 근거가 무너지는 순간의 감각이다. 인공지능 ‘러브조이’와 나누는 차가운 대화 속에서, 인간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그 어떤 감정도 절제된 문장에 봉합해, 오히려 더욱 깊은 불안을 침투시킨다.


〈텅 빈 거품〉은 유토피아에 대한 매혹과 회의를 동시에 품고 있다. “유토피아는 거대한 기만일 뿐이야.” 조슈의 이 말은 낙원의 실체를 뼛속까지 흔든다.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인간은 유한한 행복을 누릴 것인가, 끝없는 불확실성에 몸을 던질 것인가. 상미의 선택 앞에 독자도 멈춰 서서 고민에 빠진다. 작가는 판타지에 기대지 않고, 극한의 윤리적 질문만으로 긴장을 조율한다. 그 안에서 우리의 현실은 유토피아보다 더 허약한 이상이 아닐까. 


『진공붕괴』의 중심에는 끊임없이 변형되는 자아가 놓여 있다. 〈마리 멜리에스〉의 마리는 복제된 인공 뇌로 탄생한 존재다. 그녀는 묻는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탄소 결정체 덩어리에 의식이 깃들 수 있나요?” 인간성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기억인가, 감정인가, 혹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인가. 이 까다로운 질문 앞에 작가는 피하지 않고 파고든다.  과학이 다다른 지점에서 마주하는 철학, 그리고 그 철학을 감싸는 문학적 사유가 빛난다. 


시간마저 조작할 수 있다면, 사랑도 구원될 수 있을까. 〈콜러스 신드롬〉의 재호는 잃어버린 딸을 되찾기 위해 무한 루프 속을 헤맨다. 그러나 유슬은 말한다. “네가 이 세상에서 나를 몇 번이고 지워도 난 매번 같은 유슬이야.” 존재를 반복적으로 소환하려는 사랑은, 결국 집착과 폭력으로 변질된다.  이는 SF의 외형을 입고 있지만, 사랑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작가는 외계의 존재조차 인간 내면의 거울로 활용한다.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에서 묘사된 “촉수로 둘러싸인 입”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 저지른 탐욕과 조작의 상징이다. 인간이 외계를 정복한다고 믿을 때, 실은 가장 낯선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외계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 내부의 결핍이 아닐까. 


마지막 〈안녕, 아킬레우스〉에서 타임루프를 반복하는 남자는 한 가지를 걱정한다. “이 완벽한 하루를 내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피하려는 그의 욕망은, 결국 죽음보다 반복을 택하게 만든다. 작가는  완벽한 시간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진짜 삶은 불완전한 내일에 있다는 사실을 은근하지만 뼈아프게 보여준다.


『진공붕괴』는 단단하게 닫힌 우주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그러나 그 깨짐 속에서도 여전히 질문을 멈추지 않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이토록 아름답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지나고 나면, 독자는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 선 자신이 더는 이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l****j 2025.05.1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내용보기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이나우주로 떨어지게 된 지구인,타임리프를 이용해 과거로 이동하는 상상은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에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이따금 외계인, UFO를 담은 사진이나과거의 사진 속에서현대의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든 인물이등장한 것을 보면우리가 지금까지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내용보기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10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이나
우주로 떨어지게 된 지구인,
타임리프를 이용해 과거로 이동하는 상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따금 외계인, UFO를 담은 사진이나
과거의 사진 속에서
현대의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든 인물이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또 믿고 있는 것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런 호기심을 충만하게 자극하며
탄탄한 구성력과 근거를 더해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이 써내려간
소설 《진공 붕괴》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듯
글만으로도 그 이야기와 세계관 속에
푹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같이
한창 요즘 이슈가 되는 소재는 물론,
지구 멸망과 유토피아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 우주선 등
SF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
누구나 접하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이야기로 꾸려내었다.

너무도 존재할법한 표현,
어디하나 허술하지 않은 서사는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를 관찰하고 담아낸 듯 해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단순히 SF 장르 특유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반영한
스토리 그 이상으로,
삶을 관통하고 읽는이의 가치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각 등장인물의 사연에
내 선택을 덧씌워 생각해 보게 하였다.

여섯개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누구든 고민되고,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순히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랑, 삶, 애증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꿰뚫는 질문들은
마음 속 나의 욕망, 가치관과 철학을
오롯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각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기도,
때로는 반대하며
'나라면 이러지 않을 텐데' 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탐독하게 했고
그렇기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우주에 대한 이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로맨틱하게만 그려지던
로맨스 영화 속의 타임리프가 아닌
잔잔한 듯 보이는 그 안에서의
비뚤어진 이기심과
개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처참한 결말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정하거나 따스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냉철하고 다소 삭막해 보이는,
끝이지만 끝나지 않게 흐릿해지는
이 이야기들의 결말은
되려 두렵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지금의 현실이 주는
아늑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었고

과학적이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내 마음속의 욕망이나 가치관,
개인의 철학까지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감성적'이지 않나 싶다.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겪는 사건들은 먼지 같다고 했다.
하찮은 인간들이지만
그렇게 힘없고 약한 존재인 인간들이
우주와 외계 생명체와 타임리프와
인공지능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때로 누구보다 강인하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인간적임'을 드러내는 순간이
되려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있게
집중력을 꽉 움켜쥐는 소설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SF 소설,
우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충만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2*****u 2025.05.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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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제목이 흥미롭다. <진공 붕괴>... 학부때 잠시 배웠던 양자역학에서 나왔던 용어인 것 같은데.... 가짜 진공과 진짜 진공.... 우주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상으로 제기되었던 이론.... 저녁 하늘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우주... 내게 우주는 거대한 고요와 침묵의 세계인 것 같다. 그 침묵은 단지 소리가
"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내용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흥미롭다. <진공 붕괴>... 학부때 잠시 배웠던 양자역학에서 나왔던 용어인 것 같은데.... 가짜 진공과 진짜 진공.... 우주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상으로 제기되었던 이론.... 저녁 하늘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우주... 내게 우주는 거대한 고요와 침묵의 세계인 것 같다. 그 침묵은 단지 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들으려 하지 않아 묻힌 목소리, 익숙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질문들, 존재의 근본을 되묻는 정적이다. 해도연 작가는 천문학자이자 소설가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SF 소설을 쓴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궁금해 진다.

'진공 붕괴'라는 개념은 과학적으로는 무에서 유가 발생하는 격변의 순간을 뜻하지만, 이 책에서는 내면의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감정의 무중력 상태를 의미하는 듯했다. 인간은 고요 속에서도 무언가에 의해 계속 흔들리는 존재다. 완벽한 침묵은 없다. 언제나 파동은 존재하며, 그 파동은 때로 존재 자체를 뒤흔든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그런 진공의 경계에 서 있다. 우주선 밖에서 갑작스레 단절된 라미는 더 이상 안으로도, 밖으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공간에 갇힌 채로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가 돌아가야 할 '지구'는 과연 그가 알던 그 지구일까, 아니면 상실된 기억처럼 덧없고 허상처럼 사라진 고향일까. 멸망이 예정된 유토피아 속에서 조슈는 자식을 낳고 미래를 꿈꾸는 일이 진정한 희망인지, 기만인지 묻는다. 그에게 있어서 '유토피아'란 슬픔을 잊고 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탈출선을 선택했고, 상미는 그 선택 앞에서 말문을 잃는다. 

타인의 뇌로 지각하는 마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나인가?" "사랑하는 이의 기억으로 사랑을 말하는 나는 과연 온전한 주체인가?" 그녀의 혼란은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구분에 있지 않다. 그건 사랑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이다. 또 콜러스 신드롬을 앓는 윤하를 잃고, 되찾기 위해 시간을 반복하는 재호는 끝없이 같은 경로를 달린다. 하지만 삶은 똑같은 궤도를 돌지 않는다. 모든 반복에는 미세한 어긋남이 생긴다. 그 어긋남 속에서 사랑은 점점 달라지고, 결국 그는 자신이 찾고자 했던 '같은 아이'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유슬은 그런 남편에게서 자신의 삶과 아이의 존재가 몇 번이고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를 결심한다. 이토록 인간적인 슬픔과 분노의 복합체 속에서 독자는 무력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에서는 먹는 행위조차 공포와 존재론적 위협으로 연결된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 생명체는 인간을 지배하려 하며, 인간은 무의식 속에서 이미 그것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 소설은 인간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실제 존재 사이의 거리를 날카롭게 짚는다. 인간이 느끼는 안락함조차 실은 통제되고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은,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그리고 '안녕, 아킬레우스'에서 피터는 사랑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한다. 타임루프라는 SF적 장치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계속 살아가는 일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마침내 떠나보내는 일이 사랑인지. 이 질문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책은 결국 인간이 자기 삶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결정적 순간들을 과학적 상상력 속에 녹여내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은 결코 현실에서 멀지 않다. 그 세계는 오히려 우리가 사는 이곳, 지금 이 순간의 복사판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삶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루프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운 감정에 휘말릴 때도 있다. 문득 멈춰 서서 내 마음의 진공을 들여다보게 된다. 공허는 때로 너무 깊어 그 안에서 방향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진공 속에서도 무언가는 움트고 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삶은 매 순간 생성 중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책 속 인물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결국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진실이 보이지 않아도, 내일이 무의미해 보여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조차도. 살아간다는 것은 완벽한 공허 속에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진공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진실한 진동이다. 그 진동을 통해 우리는 다시 삶의 리듬을 되찾고, 다시 사랑을 꿈꾸며, 다시 자신을 이해하려 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진공 붕괴'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면서. 흥미로운 SF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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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2025.05.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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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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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사라진다. 태양도 사라진다.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한다.”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정통 SF 독자를 만족시킬 여섯 편의 이야기.사실 책의 시작부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그래서 전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다.특히 첫 단편 〈검은 절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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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사라진다. 태양도 사라진다.
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한다.”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정통 SF 독자를 만족시킬 여섯 편의 이야기.


사실 책의 시작부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전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첫 단편 〈검은 절벽〉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 읽고 나니 뭔가 씁쓸했다.
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새카만 어둠 속에 홀로 
작게 빛나는 탐사선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았다.


책을 넘길수록 안타까움, 씁쓸함, 허무함, 욕망…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마지막 〈안녕, 아킬레우스〉에서는 욕망을 뛰어넘은 미친 광기를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광기였을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인공 유토피아의 환상과 인간의 허무함이 느껴졌던 〈텅 빈 거품〉 이었다.

비극적 결말이 예정된 유토피아에서 미래를 잊고 살 것인지, 
외계인이 보낸 탈출선을 타고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돌 것인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인공 상미는 유토피아라 불리는 공간에서 ‘이 삶도 괜찮다’고 느끼지만, 곧 그 평화가 진짜가 아님을 깨닫는다.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그곳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았던 상미는 결국 탈출선에 오르게 된다.

<텅 빈 거품>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주적 노아의 방주”라는 말이 노아의 방주 영화가 스쳐가며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고, 늘 살아남으려 노력했던 인간은 결국 아무도 남기지 못한다는 허무함에 너무 씁쓸하면서도 또 안쓰러웠다.


결국 ‘진공 붕괴’ 속 모든 이야기들은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남고 싶고, 존재하고 싶고, 또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어떤 사람에겐 과학이 되고, 
어떤 사람에겐 광기가 되었지만,
그 시작은 모두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방법이 없어 보여도 무언가를 찾고,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대단하다 느껴졌던 것 같다.
끝까지 욕망하고, 사랑하고, 또 살아가려 했던...
인간다운 건가 싶으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텅 빈 우주 속에서도 인간은 끝내 살아 있으려 했으니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s******0 2025.10.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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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SF서사로 마주하는 광활한 우주의 세계
"정통SF서사로 마주하는 광활한 우주의 세계" 내용보기
『진공붕괴』는 해도연 작가가 선보이는 세 번째 소설집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천문학으로 박사를 받은 사람이 보여주는 SF는 과연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가. 그러한 독자들의 기대감에 충실한 보답을 내보이며 작가는 자기만의 SF적 세계관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펼치는 정통SF서사가 지금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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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붕괴』는 해도연 작가가 선보이는 세 번째 소설집이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천문학으로 박사를 받은 사람이 보여주는 SF는 과연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가. 그러한 독자들의 기대감에 충실한 보답을 내보이며 작가는 자기만의 SF적 세계관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펼치는 정통SF서사가 지금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해도연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진공붕괴』는 6편의 소설이 수록된 선집이다. 기억상실의 상태로 새까만 우주에서 의식을 차린 라미의 우주탈출기 「검은 절벽」, 진공붕괴로 멸망을 앞둔 지구에서 삶의 기로에 놓인 상미의 「텅 빈 거품」, 인공적으로 기억을 주입해야만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마리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유진에게 남겨진 순간에 대한 이야기 「마리 멜리에스」, 현아들과 윤아를 지키기 위했던 '유슬'의 이야기 「콜러스 신드롭」, 한동안은 오징어먹물 스파게티를 먹지 못하게 만드는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 타임루프에 갇혀 거북이의 뒷모습을 쫓는 「안녕, 아킬레우스」가 수록되어있다.


무엇보다도 해도연 작가의 풍부한 과학적 지식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세계관에 대한 강력한 설득력을 전달한다. 이는 「검은 절벽」, 「텅 빈 거품」과 같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텅 빈 거품」은 '진공붕괴'를 앞두고 멸망만을 기다리고 있는 인간들의 철학적인 고민을 SF적인 세계관에 녹여내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텅 빈 거품」의 주인공 상미는 계속해서 삶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폐허가 된 세계에서, 그리고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상미의 선택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소설이 끝남에도 독자가 계속해서 결말을 곱씹어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콜러스 신드롬」과 「안녕, 아킬레우스」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추리와 스릴러까지 함께하고 있는 소설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한 권의 소설집에 같은 소재를 사용한 소설이 두 편이 동시에 수록되었음에도 각기 상이한 전개와 매력으로 저마다의 색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다. 「콜러스 신드롬」은 작가의 자전적 소재를 사용한 작품인 만큼 여타 작품들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일정도로 강력한 몰입감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안녕, 아킬레우스」는 작가의 물리학 지식을 곳곳에 배치하며 이를 타임루프라는 소재와 스릴러적인 매력을 잘 녹여내었다.


소재와 완성도 등 소설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SF소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작품의 세계관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다가가는가이다. 그러한 점에 있어 해도연 작가의 소설은 최적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풍부한 과학적 지식이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소재 선택의 센스까지.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통 SF 소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SF소설을 처음 읽는 이들조차도, SF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조차도 추천을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가히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b*******i 2025.05.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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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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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우주덕후의 찐 공상과학 소설집.보통 소설을 작가의 연혁을 먼저 읽지 않는다. 혹시나 선입견이 생길까봐. 왠만하면 소설을 다 읽고 연혁을 본다. 특히나 처음 만나는 작가일 경우는 더.하지만 이 소설집을 조금 읽다가 바로 연혁을 봤다. 이건 전문가의 냄새가 났기에. 역시나 천문학 박사에 현재 우주과학 연구원이라는 이력이. - 가속을 끝내고 태양계에서 0.15광년 떨어진 곳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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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우주덕후의 찐 공상과학 소설집.

보통 소설을 작가의 연혁을 먼저 읽지 않는다. 혹시나 선입견이 생길까봐. 왠만하면 소설을 다 읽고 연혁을 본다. 특히나 처음 만나는 작가일 경우는 더.

하지만 이 소설집을 조금 읽다가 바로 연혁을 봤다. 이건 전문가의 냄새가 났기에. 역시나 천문학 박사에 현재 우주과학 연구원이라는 이력이. 

- 가속을 끝내고 태양계에서 0.15광년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땐 속도가 광속의 31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문장이 쉽게 탄생할 수 없다. 나는 이게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다. 

전통 과학소설인데 어렵지 않게 읽히니 마음에 드는 작가이다.  찐 덕후가 이렇게 덕질을 풀어내니 소설이 참 정교하다. 

소설들을 읽으며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되는 지구와 태양, 그리고 인간. 우리를 이루는 것들이 사라지면서 그 사이를 이루는 우주라는 진공 공간이 붕괴된다. 진공이 붕괴되니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이 책 속에 펼쳐진다. 

사실 이 책에 실린 한편의 소설때문에 다른 소설들이 인상이 묻혔다. <마리 멜리에스>.

지구의 현재가 무너지고 달 이주가 본격화된 미래. 유진은 연구소 720호실에 있는 마리의 방을 찾는다. 기억이 온전치 않은 마리는 유진에게 마리 멜리에스가 가자고 한다. 마리는 유진의 기억 속 자신을 말해보라고 한다. 마리는 유진의 죽은 아내의 기억을 고스란히 옮겨담은 인공인간이다. 뇌 스캐닝을 받는 연구소 인턴이었던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이 짧은 소설을 읽으며 참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런 미래가 올까? 가능한 일일까? 내가 유진이었다면 기억을 옮길까? 내가 마리라면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죽은 아내였다면 이 연구가 끝나길 바랬을까? 죽은 아내는 연구를 반대하며 유진을 떠난게 아니었을까? 마리의 결정은 유진을 위한걸까 기억을 받은 서월을 위한걸까?

짥은 소설 속에서 너무 많은 물음표를 던져준 소설이었다. 여섯편의 우주에서 유독 반짝이는 북극성같은 소설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t******1 2025.05.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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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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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종종 과학적 배경과 상상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기발하지만 공허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해도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진공 붕괴》는 그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으로서의 지식과 깊이 있는 문학적 감수성이 교차하는 이 책은,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우주와 인간의 경계를 치밀하게 탐색한다. 여섯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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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종종 과학적 배경과 상상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기발하지만 공허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해도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진공 붕괴》는 그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으로서의 지식과 깊이 있는 문학적 감수성이 교차하는 이 책은,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우주와 인간의 경계를 치밀하게 탐색한다. 여섯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집요한 질문을 우주의 끝에서 되물으며 서로를 비춘다.

〈검은 절벽〉의 라미는 지구도 태양도 사라진 우주에서 생존과 진실 사이에서 고립되고, 〈텅 빈 거품〉의 상미는 멸망이 예정된 유토피아에 남을지 불확실한 우주로 떠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생존 본능과 진실에 대한 집착, 그리고 ‘행복’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에 대한 깊은 고찰로 이어진다. 특히 “유토피아는 거대한 기만”이라는 조슈의 말은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가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지 묻는 정치적 성찰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의 진가는 과학적 상상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성과 감성, 기술과 사랑, 객관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마리 멜리에스〉에서 인공 뇌를 이식받은 마리는 사랑이 자신의 것인지, 복제된 기억의 산물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콜러스 신드롬〉에서는 사랑했던 딸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수차례 되감는 아버지 재호가 결국 아내에게 복수당하며 자기 욕망의 폭력을 직면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타임루프 같은 설정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어두운 심연을 끄집어내는 장치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는 〈안녕, 아킬레우스〉다. 피터는 타임루퍼를 추적하던 중 사랑을 선택하게 되고,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오늘’을 반복할지, ‘사랑 없는 내일’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이것은 SF가 아니라도 보편적인 인간의 딜레마다. 작가는 이처럼 거대한 우주와 극한의 과학기술 속에서도 ‘사랑’, ‘기억’, ‘자아’라는 원초적 감정을 중심에 둔다.

《진공 붕괴》는 제목 그대로, 어떤 공허한 틈을 향해 인간 존재가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그 붕괴는 절망이나 파괴가 아니다. 오히려 그 틈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각 단편이 묻는 질문은 명확하다. 기억을 잃은 ‘나’도 여전히 나인가? 복제된 사랑도 진짜 사랑인가? 그리고 내일이 없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은 하드 SF 팬들에게는 정교하고 과학적인 세계관의 향연을, 문학 독자들에게는 날카로운 질문과 감정의 복합성을, 그리고 철학적 사유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충분히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해도연이라는 이름이 왜 SF 장르에서 가장 신뢰받는 작가로 꼽히는지를 증명하는 책이다. 당신이 어떤 독자든, 이 책은 읽는 순간부터 당신에게 되묻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p********3 2025.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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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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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격적인 SF 소설집은 오랜만이라 읽는 내내 심장이 뛰었다。。기이한 에너지로 가득 찬 현실과 환상 사이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었다. 흥분해서 읽다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SF 장르의 매력을 가득 담아낸 것 같다.작가님이 우주과학 연구원이시던데, 그래서 그런지 과학적인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어서 너무 흥미로웠다. 매 소설마다 그런 과학적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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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격적인 SF 소설집은 오랜만이라 읽는 내내 심장이 뛰었다。。기이한 에너지로 가득 찬 현실과 환상 사이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었다. 흥분해서 읽다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SF 장르의 매력을 가득 담아낸 것 같다.

작가님이 우주과학 연구원이시던데, 그래서 그런지 과학적인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어서 너무 흥미로웠다. 매 소설마다 그런 과학적인 사실들과 주요 테마를 연결지어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근데 마냥 어렵지 않고 소설 속에서 자연스레 녹아나서 소설 한 편 한 편이 다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진공붕괴 #해도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s*****1 2025.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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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가 일으킨 '보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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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진공 붕괴/ 해도연 소설집/ 한겨레출판좋아하는 김초엽 작가의 책을 읽고 큰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과 전공자가 이렇게 글까지 잘 써도 되나요? 문과생들은 어떡하라고요." 본인 또한 문과형 이과 지망생이면서 말이다. '글',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 혹은 욕구를 인간의 본능이라 한다면, 누구나 가히 작가가 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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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공 붕괴/ 해도연 소설집/ 한겨레출판


좋아하는 김초엽 작가의 책을 읽고 큰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과 전공자가 이렇게 글까지 잘 써도 되나요? 문과생들은 어떡하라고요." 본인 또한 문과형 이과 지망생이면서 말이다. '글',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 혹은 욕구를 인간의 본능이라 한다면, 누구나 가히 작가가 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은연중에 '작가'는 문과 카테고리에 넣고는 설레발치는 모양새다. 아이가 말할 때는 웃어넘겼지만,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보다. 나의 보편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찬란한 시간을 보냈다. 바로 해도연 작가의 [진공 붕괴] 덕분이다. 우주 전문가가 탄탄한 전문 지식과 경이로운 상상력 그리고 체험이 녹아든 이야기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SF 장르의 신세계를 선사했다. 



세 번째 작품집인 [진공 붕괴]가 해도연 작가와의 첫 만남이다. 단편으로 그려진 여섯 가지의 세계가 탄탄한 과학적 토양 위에서 줄기차게 확장되어나가는 호흡이 놀랍다. 어느 이야기 하나 단조롭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순간의 이완도 허용하지 않는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구조는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지 않도록 독자를 이끈다. 여섯 편의 이야기 제각각 특색 있고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그중 <텅 빈 거품>, <마리 멜리에스>, <콜러스 신드롬>이 긴 여운을 남겼다. 





과학이 토대가 되지만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감정과 욕구가 녹아있는 이야기들이라 음미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소중한 존재에게 진실을 숨기면서 얻는 행복과 안녕이 진정한 것일까? 소멸 앞에서 '본인'와 '타인'의 경계가 유의미한 걸까? 진실을 '알지 못한' 이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이 그리고 '알았으면서도 망각한' 이 중 선택해야 한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되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가? 
해도연 작가는 하나의 글 안에서 한 가지 선택이 아닌 개개인의 성향과 입장들을 드러내는 여러 시선들을 담아내면서 독자들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도록 이끈다. 지구를 넘어서는 광활한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의 지능과 본능을 초월한 외계 생명체나 인조인간 혹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자 등등 범상치 않은 세계관의 터널을 건너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부딪치고 넘어지고 놀라고 전율하며 즐길 것이다. 등장인물이 되어보기도, 상대역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행간 사이를 탐색해 나갈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기술의 발달로도 모든 게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계가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지킬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은 생각이 아닐지라도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그들이 아름다웠다. 

해도연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 터전에서 인간의 보편적 감정(사랑, 기쁨, 행복, 환희, 부성애, 모성애…)과 가치(생명, 자유, 신뢰, 정직…)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는지 지켜보면서 매료되었다. 우리의 지금이, 내일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 바로 이 순간 나를 감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경하면서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진공붕괴, #해도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과학소설, #미스터리, #타임루프
d******u 2025.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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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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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오타쿠로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SF 소설 단편집을 만나서 그저 기분이 좋다. 과학 소설이 결국에는 '문학'이라는 점은 저명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과학적 이론들과 빈틈없는 물리적 상관관계는 SF 문학을 더욱 찬란하게 빛나도록 해준다. 우주과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력은 이 점을 정말 잘 보여주었는데, 모든 문장들이 과학적 이론과 세밀한 숫자들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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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오타쿠로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SF 소설 단편집을 만나서 그저 기분이 좋다.


 과학 소설이 결국에는 '문학'이라는 점은 저명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과학적 이론들과 빈틈없는 물리적 상관관계는 SF 문학을 더욱 찬란하게 빛나도록 해준다. 우주과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력은 이 점을 정말 잘 보여주었는데, 모든 문장들이 과학적 이론과 세밀한 숫자들로 소설의 개연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촘촘한 과학적 이론들로 직조된 이 소설들은 사랑, 이별, 증오, 애정, 삶, 죽음을 아름답게, 때로는 잔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독자가 소설에 한껏 몰입하여 이야기 속 세상을 편하게 유영할 수 있게 도와준 저자의 문장들에 감사하다.


 첫 소설인 '검은 절벽' 사랑 이야기이다. 다른 점이라 하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더욱 다른 점이라면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점일까. 어쩐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분노나 고마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는데,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사랑이라는 것이 가장 고차원적인 감정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 않아서일까. 답습한 사랑도 사랑일까. 누가 정답을 알 수 있을까.


 '텅 빈 거품'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진공 붕괴로 인해 빛의 99.8%의 속도로 태양계를 향해 다가오는 진공 거품은 150년 후 태양계를 소립자 단위로 분쇄시킬 예정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인간이 그 분쇄를 인지할 틈도 없이 증발해 버릴 예정이라는 것. 세계정부는 지구에게 남은 약 150년의 짧은 시간 동안, 살아남은 인류가 아무런 진실도 모르는 채로 온전히 행복만 누리며 살아가도록 오스트레일리아에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그러나 주인공 앞에 또 다른 선택지가 나타난다. 프록시마센타우리의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태양계를 탈출하는 것. 세상이 망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편안하고 행복한 무지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입을 다무는 사람들. 거대한 기만일 뿐인 유토피아를 떠나 이어질 미래를 위해 탈출선에 올라타는 사람들. SF의 매력이란 이런 것 아닐까. 극한의 세계에 독자를 떨어뜨려놓고 질문을 던진다. 확실하지만 찰나 같은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쓰라리지만 투명한 진실을 선택할 것인가? 


 다양한 단편 타임 루프물을 봤지만 '콜러스 신드롬'은 촘촘하고 정교하게 잘 짜인 개연성, 그리고 타임 루프를 통해 사라져 간 인물들과 현재 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과의 관계성을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만난 적도 없는, 나와는 다른 시간선을 살아간 또 다른 나에게 느끼는 이 알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오직 SF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소설집에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밤하늘 아래 뛰어노는 윤하와 현아와 유나를 떠올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2 2025.05.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