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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꽃, 나무들 중에 이 네가지 식물을 특별히 꼽아 사군자라 칭한 것은 이 넷의 특성이 유난히 돋보였기 때문이리라. 매화는 아직 찬기운이 가시지 않은 봄의 초입에 여리디 여려 보이는 꽃을 피우고, 낭창낭창한 긴 이파리를 품위있게 뻗고 자라는 난은 그 꽃의 향기 또한 독특하다. 가을 무렵에 피는 국화도 다른 꽃과 때를 달리하는 것이 군자의 품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시사철 푸름을 간직하고 굽힐 줄 모르고 자라는 대나무 또한 군자의 삶과 닮아 있다고 여겼으니 선비들은 이 네 식물을 벗으로 여겨기고 화폭에 담기를 즐겼던 것이리라.
<월매도/어몽룡>나 <묵매/조지운>이나 비단에 그린 그림들은 누런 색으로 변색이 되어서인지 그림의 풍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반면 <홍매도대련/조희룡>도 그렇거니와<홍백매 십 폭 병풍/장승업>을 보고 있으려니 그림 속에 붉은 매화 꽃이나 백매의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을 보기 어려운 때에 단아하면서도 고고한 모습을 드러내는 매화는 세한삼우, 이아, 삼백에에도 속한다고 하는데 조희룡은 현대로 치면 매화 매니아라 부를만한 정도로 매화 애호가였던 모양이다.
이 책을 보면 난을 그리는 데는 규칙이 있다고 하는데 '봉안(봉황의 눈)'이라는 단어를 보니 예전에 미술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배운 대로 난을 그려본답시고 연필을 들고 난 잎을 이리저리 그려 본 적도 있었는데... 난 잎의 숫자 얼마되지 않아 여백의 미가 한층 사는 <묵란/강세황>을 보면 옅은 먹으로 그려진 난의 꽃잎이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여리게 느껴지는데 비해, <노근묵란/민영익>을 보면 난이 무더기로 힘있게 일자로 서있다. 그리고 난 중에는 뿌리가 바깥으로 드러나서 자라는 것도 있는지라 그림을 보면서도 그려려니 했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뿌리를 드러내어 그리는 것에도 의미가 있구나 싶어졌다. 곧게 뻗은 대나무와 날카로움이 서린 댓잎들이 풍기는 멋과 기상이 참 강인해 보인다. 그 중 <청죽>은 채색을 하여 푸른 대나무 잎의 색이 살아 있어 눈에 확연히 뜨이는 그림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풍속화 <사계절의 생활 풍속>보다는 다소 심심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사계절을 각기 대표하는 사군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두고 두고 사군자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나에게 좋은 책친구가 생기게 된 것이라 여겨진다. 앞으로의 다른 시리즈들도 기대를 안게 하는데 개인적으로 민화와 동물화가 빨리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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