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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같은 마음의 누군가에게 계절을 담아...
"같은 마음의 누군가에게 계절을 담아..." 내용보기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김미리 #귀찮 #밝은세상 #서평단 #서평 #책추천 오늘같이 새벽부터 비가 내린 날이면, 수풀집과 그리고다의 텃밭은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을지 궁금해지고 상상해보게 된다. 여러 작물의 생장도 궁금하지만 얼마나 잡초들이 무성해지고 또 강렬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을지가 더 궁금해진다. 겉으로 보기만 할 때의 시골 단독 주택의 삶과
"같은 마음의 누군가에게 계절을 담아..." 내용보기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김미리 #귀찮 #밝은세상 #서평단 #서평 #책추천 오늘같이 새벽부터 비가 내린 날이면, 수풀집과 그리고다의 텃밭은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을지 궁금해지고 상상해보게 된다. 여러 작물의 생장도 궁금하지만 얼마나 잡초들이 무성해지고 또 강렬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을지가 더 궁금해진다. 겉으로 보기만 할 때의 시골 단독 주택의 삶과 텃밭 가꾸기를 더 넘어서,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고충까지를 다 알고나니, 더 깊은 애정과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치, 나도 두 자연 생활자의 삶에 초대받아 그 삶을 들여다보고 경험해본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괜히 흙을 찾아 나도 어딘가 발길을 옮겨야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우선은, 부러움을 잔뜩 안고 편지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오랜 로망에 가까운 삶을 이 두 작가님들이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야트막한, 땅과 가깝게 생활하며 계절의 변화와 하늘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어 왔다. 나의 공간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넣어두고, 자연에 나의 삶을 맡기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작은 텃밭에서 나고 자란 것을 취하며 사는 삶, 손에 흙을 쥐고 사는 삶의 로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뽑아야지. 노상 뽑아야지, 뽑아서 없애야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는 걸 말하는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였어요. 자연에, 사는 일에 순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293쪽) 누구나 이런 순응하는 삶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다만 힘들어서 혹은 여의치 않아서 내지는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일 뿐. 그리고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통해 잠시라도 숨 내쉴 수 있는 구멍을 찾으면서 말이다. 편지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그 편안함에 두 작가님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가 더해져 더욱 생생히 전달되었던 것이, 이 책에 더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변기 화장실에 정화조 얘기까지,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이야기의 환상을 바사삭 부숴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가 오히려 그들의 삶에 대한 친근감을 한껏 더 부풀렸다. 다르게 표현하면 제대로 날 것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는 것에 더 나아가 엉뚱한 경험의 이야기를 상대방을 웃길 수 있을까 배틀이라도 하듯, 서로 귀여운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두 작가님의 주고받는 편지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그 편지를 통해 무엇을 공유하고 관계를 촘촘히 다져가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작가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 물론, 공간적으로 떨어져 생활하고 둘 사이의 접점도 없어 보이지만, 그 가운데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생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게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도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해내야한다는 것만큼 외롭고 힘든 경우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 다음은 일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진다.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을 느끼는 한 사람이 여기 있구나. 그럼 우리 둘이니까, 둘이 한다면 셋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셋이 한다면 넷이, 그렇게 이 글을 쓰기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76쪽) 이 생각은 다만 어떤 하나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같은 마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언제든 가능할 것이니까. 두 작가님의 계절을 지나 다시 같은 계절을 만날 만큼의 시간동안 쌓아온 이야기 속에서, 이미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셋이 된 기분이 들었고,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의 넷, 다섯이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써 준 편지를 받아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고르는 모든 시간이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편지를 쓰는 모든 시간이 그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 편지가 끝나 아쉬우면서도 언젠가 이런 편지를 나 또한 누군가에게 써주고 싶어졌다. 같은 마음의 누군가에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달의 사락 n*****0 2025.05.03. 신고 공감 6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김미리, 귀찮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김미리, 귀찮" 내용보기
월에 한 번서로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우리는 궁금했거든요.다른 듯해도 스스로 온전히 서기 위해고군분투하며 불안에 떨고결국 자연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는다는공통을 가진 두 사람이이맘때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지금의 우리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말이죠.이 편지를 함께 받아보고 싶다면페이지를 넘겨주세요. (pp.13-15)『우리는 나란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김미리, 귀찮" 내용보기


월에 한 번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궁금했거든요.

다른 듯해도 스스로 온전히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불안에 떨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는다는

공통을 가진 두 사람이

이맘때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

지금의 우리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말이죠.

이 편지를 함께 받아보고 싶다면

페이지를 넘겨주세요. (pp.13-15)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도시 밖, 회사 밖 삶은 선택한

두 창작자, 김미리와 귀찮 작가가

사계절 동안 서로에게 쓴

교환 편지를 엮은 에세이다.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궤적을 지닌 두 작가의

자연생활자로 지내는 시골에서의 일상과

프리랜서로의 독립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늘 제 리듬을 찾는 자연을 따라

불안에 잠시 쉼표를 붙이며

마음의 틈을 채운 초록빛 나날로

'오롯한 나'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준다.





때로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자연에서 얻는 위로와 감상이 삶 속의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되지는 못한다고요.

오늘은 자연이야말로 그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산을 오르던 제 마음과 폭포 아래 한참 섰다가

산을 내려온 제 마음이 이렇게 다르니까요.

(김미리, 「소재 줍는 자연 생활자」, p.200)


그럼에도 이 불편한 삶을 고집하는 건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자연에서 얻는 위로와 감상이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때문 같아요. (…)

물결처럼 일렁이는 논,

구름의 구름자가 드리운 산등성이, 홀로 마을을 비추는 달.

자연이 선물한 순간을 만날 때마다

머릿속에 꽉 차 있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깨달아요. 그 모든 게 사소한 일임을요.

이런 자연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졌던 일과 덤덤히 마주할 용기를 주더라고요.

(귀찮 「그럼에도 계속 머무는 건」, p.209)


- 두 작가님의 편지의 마지막 수신인이 되어

긴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마음으로

독서기록을 남겨봅니다 - 


입하를 지나 소만을 향해가는 5월의 여름이네요.

밭고랑을 매어놓은 밭엔 고추와 토마토 모종이

키를 키워가며 자라고 있고

고구마들도 제법 잎들이 무성해졌어요.


때를 놓치면 안 되기에

시기마다 해야 하는 일들-

시골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덕분입니다.


책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에 담긴

두 작가님의 오고 가는 편지들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시골살이의 생활, 

이거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싶은 현실도

그럼에도 자연이 일러주는 소중한 일깨움도

동시에 알 수 있어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멀고도 가깝게, 다르고도 같게

나란히 걸음을 맞춰주고 있어

편지마다 느껴지는 걸음걸음들이

다정하고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밭을 매고 작물을 보살피며

단단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 한 만큼 내일 티가 날 거란 믿음이요.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처럼,

내일은 내가 가꾼 오늘 하루에 달렸단 것.

그걸 생각하면 밭일이든 쓰고 그리는 일이든

뭐든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져요. (p.305)



자급자족하는 느린 삶을

꿈꾸게 되는 시골살이 생활은

쉴 틈 없이 바쁘고 불편한 일 투성이라

생각했던 것만큼 로망만 가득하진 않지만,

순수한 노동에 대한 몰입과 수확의 결실

그리고 시간과 자연의 순환에

힘들다 하다가도 금세 마음이 무장해제되곤 하는 터라

작가님들이 시골을 통해 알게 된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답니다.


2-3주씩 텀을 두고 시골에 가는 저는

매번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은 잡초들과 씨름중이라

이렇게 또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기도 하고

조용히 스치는 바람에 마음도 시원해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나게 된 새에 어린아이가 된 듯

엄마를 급하게 부르기도 했던 터라

두 작가님이 부모님이 계신

시골 인근의 이웃같았고요.

(+엄마께 물어보니 책에 나왔던 할미새더라고요.

소개해 주신 제초 호미는 구입할 예정!)


오늘은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생각하고 느끼실까요-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 (p.305)'처럼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내 삶도 그리 가꾸며

작가님들의 또 다른 책들도

다음에 받게 될 편지처럼 기다려봅니다.

평안하시길 바라요!


- 5월. 편지를 함께 나누고 싶은

간헐적 시골 생활자이자 독자

책일상소소혜로부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

https://blog.naver.com/lemontree17/223871285995





d******2 2025.05.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내용보기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내어주고마음 쓰면서 살고 싶다.“‐--------------------⠀📬초등학교때 국군장병 위문편지를 시작으로고등학교 때까지 펜팔을 했었습니다.절친들과도 편지를 주고받았고타 지역의 펜팔 친구들도 여러명 있었지요.😊😊책을 보자마자잊고 있었던 옛 추억 소환🫶다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편지를 쓰고 싶어집니다. 책을 읽는 동안 두 작가님이 너무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내용보기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 쓰면서 살고 싶다.“
‐--------------------
📬초등학교때 
국군장병 위문편지를 시작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펜팔을 했었습니다.
절친들과도 편지를 주고받았고
타 지역의 펜팔 친구들도 
여러명 있었지요.😊😊

책을 보자마자
잊고 있었던 옛 추억 소환🫶
다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편지를 쓰고 싶어집니다. 

책을 읽는 동안 두 작가님이 
너무 너무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이 책은
도시의 소음과 속도에서 
한걸음 떨어진 시골에서 
두 작가님이 서로에게 쓴 
교환편지를 엮은 에세이입니다. 
각자의 삶을 바라보며
느린 호흡으로 삶을 기록하고,
작고 조용한 순간에 집중하며,
계절을 함께 써 내려간 
다정하고 따뜻한 책입니다.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내가 세 번째 친구가 되어
편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서로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응원하고, 쓸쓸함을 나누는 과정이
따뜻하고 애틋했습니다.
두 작가님의 느린 삶이
오히려 풍성하고 충만해 보였습니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전해보는 일,
그것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비슷한 속도로 나란히 계절을 쓴다는 것
너무 설레며 다정하고 따뜻합니다.

요즘 산책 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계절을, 이 시골길을 자주 걷자.
이 계절을 눈에 가득가득 담고
바람과 햇볕을 자주 느끼자.
_저는 오일장이 열리고
산, 논, 밭이 있는 시골에 삽니다.😆😆

그래서
“자주 걷자.
이 시골길을, 이 계절을.“
이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누군가와 편지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만의 계절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 두 작가님을 통해
계절처럼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안온한 책이었습니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s*******2 2025.05.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언젠가 나도 이런 삶을 꿈꾼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언젠가 나도 이런 삶을 꿈꾼다!" 내용보기
정신없이 일의 세계를 유영하다보면 가끔은 수면 위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잊기도 하잖아요. 대충 라면이나 끓여 먹자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떨치고 텃밭으로 나가는 것이 핵심이자 결정적 고비입니다. 먼저 텃밭에 무엇이 열렸는지 보고 그 채소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검색해요. 인터넷에 계신 여러 요리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채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합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언젠가 나도 이런 삶을 꿈꾼다!" 내용보기
정신없이 일의 세계를 유영하다보면 가끔은 수면 위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잊기도 하잖아요. 대충 라면이나 끓여 먹자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떨치고 텃밭으로 나가는 것이 핵심이자 결정적 고비입니다. 먼저 텃밭에 무엇이 열렸는지 보고 그 채소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검색해요. 인터넷에 계신 여러 요리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채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합니다. 그러면서 조록조록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싱그러운 채소의 향을 맡고, 나무 도마에 칼이 탁탁탁 부딪히는 감촉을 느끼고, 오묘하게 바뀌는 요리의 색깔들을 봅니다.               p.64~65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에 지쳐 언젠가 나이들면 시골에 집을 짓고 살 거라고, 혹은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매번 상상 속에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다 상상의 시간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뿐이다. 오늘 하루, 과연 몇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삶, 일주일은 7일인데, 회사가 5일을 갖고 나는 2일만 가지는 것을 늘 당연하게 여겼던 삶...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결정이 쉽지는 않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이니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아주 많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돈이 없으면 진짜 중요한 것보다 돈 생각을 더 많이, 더 자주 하게 되니깐. 그런데 여기, 바로 그런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킨 사람들이 있다. 번아웃에 시달리다 숨구멍을 찾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해내야 하는 일로만 점철된 삶을 멈추고 싶었기에, 자신이 원했던 삶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도시와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계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이란 어떨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아무튼, 집>의 김미리 작가와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를 쓴 귀찮 작가가 사계절 동안 서로에게 쓴 교환 편지다. 김미리 작가는 시골 폐가를 사서 고친 후 평일은 서울에서 밥벌이를 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텃밭을 돌보는 생활을 하고 있고, 귀찮 작가는 회사원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와 일 년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각자 서로 다른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한 명은 턱시도 고양이 소망이와, 또 다른 한 명은 앙칼진 말티즈 마루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사람은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르지만 결국 자연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봄에는 예정에 없던 완두콩을 심으며 텃밭의 봄농사를 시작하고, 여름에는 잡초 뽑기를 하느라 고생하다 가을에는 친구들와 양파 모종을 심고, 겨울에는 동파를 대비해 집안 곳곳을 손보며 사계절의 풍경들을 그려낸다. 

밭을 매고 작물을 보살피며 단단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 한 만큼 내일 티가 날 거란 믿음이요.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처럼, 내일은 내가 가꾼 오늘 하루에 달렸단 것. 그걸 생각하면 밭일이든 쓰고 그리는 일이든 뭐든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져요. 어쩌면 우리가 사계절을 나며 부지런히 주고받은 스물네번의 글은 훗날 우리 스스로에게 부치는 편지 아니었을까요? 당장 눈앞의 결과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만나게 될 테니까요.                  p.305

김미리 작가는 예정에 없던 완두콩을 심으며 봄을 시작한다. 텃밭의 봄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웃 어르신이 완두콩을 한 주먹 쥐어주고 가셨기 때문이다. 꽃은커녕 싹도 틔우지 못할 것 같이 말라 비틀어진 모양새였는데, 포슬포슬한 흙 속에 자리잡은 쪼글쪼글한 완두콩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름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귀찮 작가는 자신의 방임형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토마토, 오이, 고추, 파, 상추, 가지 등은 잡초 뽑기를 성의없게 하고, 방임형으로 키워도 척척 잘 크는 작물들이라고 한다. 당근이나 생강처럼 섬세한 관심 없이는 키우기 힘든 까다로운 작품들이 아니라 이런 작품들을 키우는데서 작가의 성격이 엿보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조그만 작물에게 준 다정함이 귀여운 연둣빛 자태로 돌아오는데서 대견한 마음이 들고,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제 막 시작한 벼를 보면서 힘을 얻고, 하등 쓸모없다 생각했던 작은 잡초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세상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책을 읽는 내가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시골살이라는 것이 마냥 낭만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편한 삶을 고집하는 이유에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무리 방임형 텃밭이라고 해도 한없이 늘어지는 줄기들을 지주대에 묶어주어야 하고, 누렇게 시들어버린 죽은 잎사귀를 정리해야 하고, 과실이 너무 익기 전에 따주어야 한다. 조그만 텃밭에도 해야 할 일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이 시골살이의 진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골이기에 가능한 이웃 어른들과의 정겹고 따스한 일들도 많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에 무성한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는데, 하필 해가 가장 높이 뜬 시간에 텃밭에 쭈그려 앉아 있는 걸 본 이웃 어르신이 한 마디 건넨다. "젊은 사람은 뭐, 목숨이 여러 개여? 왜 땡볕에서 일을 하고 그랴. 쓰러져. 일어나믄 다음 생이여." ㅋㅋㅋ 이 귀여운 유머때문에 책을 읽다가 빵 터졌다.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자연에 기대어 살 수 있는 삶, 막막하고 힘들면 언제든 달려가 자연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일상이라니... 참으로 부러웠다. 자연에서 얻는 위로와 감상이 삶 속의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되지 못할지라도 그걸로 또 오늘 하루를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누구나 살면서 수없이 흔들리고, 이 길이 맞는 건지 불안해하고, 이 방향이 괜찮은 건지 의심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중요한 것은 늘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자연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페이스를 찾는 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부지런하고, 단단하게 하루하루를 빚어나가는 이 책 속 두 작가들처럼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5.06.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본격 시골살이 에세이
"본격 시골살이 에세이" 내용보기
친한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내 꿈은 시골의 아담한 한옥집에서 우리 털쟁이들과 조용한 노후를 보내는 거야.”라고.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남편의 직장도 도시 안에 있다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나는 여전히 이 바쁜 도시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이유는, 도시를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다 읽게 된 책 한 권 『
"본격 시골살이 에세이" 내용보기

친한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합니다.
“내 꿈은 시골의 아담한 한옥집에서 우리 털쟁이들과 조용한 노후를 보내는 거야.”라고.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남편의 직장도 도시 안에 있다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나는 여전히 이 바쁜 도시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이유는, 도시를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읽게 된 책 한 권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일에 치여 집에 오면 기절하듯 잠이 드는 저를 오랜만에 책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책이 특히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한 작가의 시선으로만 써내려간 일반적인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서로 다른 지역, 다른 방식으로 시골살이를 이어가고 있는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되어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메시지 하나면 실시간으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옛날 편지가 주던 쫀득한 감성은 여전히 마음 한 켠을 간질이지요.
서두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조금 더 특별하게 부르고 싶은 이름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마음까지 잊고 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한 자 한 자 눌러 쓴 문장 속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오가며 주고받은 편지들이 쌓여 만들어낸 두 사람의 우정이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루하루 쌓여간 그들의 문장에는 흙냄새와 풀빛, 때로는 분노(?)와 웃음이 함께 깃들어 있었거든요.
어느새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함께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기다리는 또 한 명의 친구가 되어 있더라고요
편지지에 배어든 그날의 공기, 감정, 온도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글을 읽는 내내 계절의 풍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치 낯선 시골마을의 길을 나도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이 편지들을 따라가며 간접적으로나마 사계절이 살아 숨 쉬는 시골의 하루하루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당신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있을지도 몰라요.
도시의 바쁨 속에서도 문득 멈춰 서서 자연과 나, 그리고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그리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w********6 2025.06.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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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꾸리지 않아도 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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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김미리x귀찮>🔖‘이 책이 독자님께도 안온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보냅니다.’-에필로그 중에서. 김미리.네. 작가님, 충분히 안온한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책이다.시골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작가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아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닮아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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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김미리x귀찮>

🔖‘이 책이 독자님께도 안온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보냅니다.’-에필로그 중에서. 김미리.

네. 작가님, 충분히 안온한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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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책이다.

시골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작가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아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닮아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을 아끼는 마음.

나도 자연을 사랑한다.(누구든 그러겠지만) 자맥질을 하는 오리,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 담장을 타는 덩굴식물, 벼 이삭이 고개숙인 풍경 등, 작가님들이 적어낸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풍경을 상상하니 절로 평온해지고 콧속으로 불어오는 바람 냄새에 마음이 간질거린다.

한 때는 나도 시골생활을 꿈 꿨다. 이 책에는 시골생활의 고충이 그대로 담겨져있다. 동파된 수도관, 가득찬 정화조, 마당을 뒤덮은 잡초 등.

문제가 있으면 해결도 있는 법.

고충을 해결해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어 작가들은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처음 시골생활을 시작할 때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큰 나무를 심었던 작가는 어느새 나무를 뽑아내고 이웃 어르신들과 정을 나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골에서의 삶이 아닌 도시에서의 삶을 바라보아도 마찬가지다. 도시가스 검침, 정수기 관리, 택배 배송, 에어컨 청소, 정화조 청소, 건물 청소 등..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나의 삶에 그들의 손길이 닿고 있기에 안정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

책 속에서 작가님들이 주고 받는 마음이 소중하게 빛나서 눈이 뿌옇게 흐려진다.

공감, 감동, 위로. 이 세가지의 감정이 연속된다. (중간 중간 유머도 재미있다.)

시골생활을 꿈 꾸는(혹은 꿈 꾸었던)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꿈 꾸지 않아도 쳇바퀴의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이 읽으면 참 향긋한 여행이 될 수 있겠다. 짐을 싸지 않아도 되는 여행. 너무 좋지 않은가!

사계절을 담고 있다. 올해는 여름에 읽었으니, 내년엔 가을, 그 후년엔 겨울에 읽어야겠다.

-

이 책에 녹색 인덱스를 전부 써버렸다. 새 것 이었는데 뜯자마자 한 권에 다 사용해버리다니! 아쉬운 마음은 없다. 뿌듯한 마음만 남아있다.

이토록 좋은 책을 만나서 행복하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감동이 깊어 독후감이 길어졌다. 좋았던 글귀가 너어무 많지만 글자수 제한으로 인해 가장 좋았던 것을 뽑아야겠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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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86
무언갈 하는 과정이 재밌거나 보람차다면,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정 자체가 보상이니까요.

🔖
p.112
제 슬픔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이라이트가 있으면 때때로 슬픈 비하인드도 생겨나는 것이겠지요.(…)음수에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는 것처럼, 슬픔을 곱하면 위로가 될지 몰라요.

🔖
p.200
밤새 내린, 때아닌 비를 묵묵히 맞이하는 산처럼 살고 싶습니다. 삶을 어떤 창작물로 변환해버리는 스스로가 눈꼴사납고, 두렵고, 징그럽더라도 계속 쓰고 무언갈 만들면서요. 흐르고 흐르다 세찬 물줄기가 되어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살고도 싶습니다. 대체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흐르게 되겠지만 필요한 곳에 닿았을 때는 힘차게 모든 걸 쏟아내고 싶어요.

🔖
p.306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처럼, 내일은 내가 가꾼 오늘 하루에 달렸단 것.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김미리 #귀찮 #밝은세상 #에세이 #에세이추천 #시골살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평 #독후감 #독서 #독서빈 #책리뷰 #북리뷰
b*****9 2025.06.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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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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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주고받고 싶은 마음의 결정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빚고 빚어 형태를 띈 물체로 만들면 그것은 꼭 편지의 모습일 것만 같다. 전하고 싶었던 긴 말뿐만아니라, 간단한 안부와 용건만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말일지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수신인을 생각하며 쓰다 보면 절대 진심을 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그런 것이 있다는 게 사소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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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를 이렇게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주고받고 싶은 마음의 결정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빚고 빚어 형태를 띈 물체로 만들면 그것은 꼭 편지의 모습일 것만 같다. 전하고 싶었던 긴 말뿐만아니라, 간단한 안부와 용건만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말일지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수신인을 생각하며 쓰다 보면 절대 진심을 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그런 것이 있다는 게 사소해 보이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다행한 일인지.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편지를 엮은 이 책은 당연해서 잊고 지냈던 빛나는 사실들을 빚고 빚어 편지의 형태로 느끼게 해주었다.


 잡초 뽑기와 그것에 대해 공부하기, 식물 심고 기르고 재배하기, 언 수도 녹이기, 화장실 변기 뚫기, 설산을 올랐다가 길을 잃기 등 도시에 살며 이 책을 읽고 있는 읽는 이에게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야기들에 어쩜 이렇게 진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편지들은 단순히 일상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영역을 넓혀 내가 사는 곳, 나와 안부를 주고받는 상대가 사는 곳,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와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뻗어나간다. 이 과정을 지나며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정비해보게 되었다.


 ❝작가님, 저는 여기 금산의 작은 집을 돌보며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기뻐하고 어느 날은 슬퍼하면서요. 기대하고 또 실망하면서요. 그 모든 일들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293쪽)


 다정한 사람들은 오늘의 날씨에 대해 묻고 지금의 계절에 대해 서술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당신의 안부까지도 고려하며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어떠한지,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 존재들은 또 어떠한지.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리하여 다정함이라는 것에 어떤 힘이 있는지 그들은 안다. 그런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 세상에 살며 쓰는 언어를 읽으며 나는 나만의 편지를 써 본다. 수신인은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나일 수도 있겠다. 편지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빚고 빚으며. 매일 뽑아도 매일 돋아나는 잡초를 그저 뽑고 또 뽑으며.


 ❝밭을 매고 작물을 보살피며 단단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 한 만큼 내일 티가 날 거란 믿음이요.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처럼, 내일은 내가 가꾼 오늘 하루에 달렸단 것. 그걸 생각하면 밭일이든 쓰고 그리는 일이든 뭐든 성실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져요.

 어쩌면 우리가 사계절을 나며 부지런히 주고받은 스물네번의 글은 훗날 우리 스스로에게 부치는 편지 아니었을까요? 당장 눈앞의 결과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만나게 될 테니까요.❞ (305쪽)

YES마니아 : 골드 r*******5 2025.06.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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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사라지는 시대의 소중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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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말끔한 도시에 산다.얼마전 지인은 최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서울 구도심으로 이사를 갔다.미래 도시 같은 판교에 살다가, 나무가 많은 서울의 구도심으로 이사간 지인의 집에서 작은 벌레 하나가 등장했는데, 지인은 그 벌레를 잡으며 이사를 가야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같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도시 사람들은 얼마나 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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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말끔한 도시에 산다.
얼마전 지인은 최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서울 구도심으로 이사를 갔다.
미래 도시 같은 판교에 살다가, 나무가 많은 서울의 구도심으로 이사간 지인의 집에서 작은 벌레 하나가 등장했는데, 지인은 그 벌레를 잡으며 이사를 가야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같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얼마나 나약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의 두 저자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의 두 저자인 김미리,귀찮은 어느 것 하나 말끔하지 않은, 말끔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온 노력을 다 해야하는 시골집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긴 겨울을 지나 비집고 자라난 게 기특해서 뽑지 않은 잡초가 마당을 뒤덮어서 곤혹을 치르는 일이나
화장실을 쾌적하게 쓰기 위해 휴지는 반 칸만 써야하고, 오수통을 비워주시는 기사님을 기다려야 하는 일 같은 것은 '말끔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속에서, 두 저자는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자연 속의 평화를 얻는다.
들판을 바라보는 일, 숲 속에서 조용한 평화를 만끽하는 일.
그 모든 것은 거칠지만 조화롭고, 그것이 곧 자연스러운 '자연' 그 자체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한다.
누군가가 대신 경험한 후기를 읽고, 영상을 본다. 심지어 영화와 드라마조차 요약영상으로 경험한다.
이런 시대에서, 하나 하나 내 손길을 기다리는 시골집을 돌보면서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소짓고 경험하고, 생명체와 호흡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따뜻한 햇살과 초록의 풀내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귀찮 #김미리 #에세이신간 #책추천 #에세이추천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베스트셀러 

m******8 2025.06.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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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을 주고받는 교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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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서울근무, 주말은 충남 금산 시골집에 사는 김미리 작가. 회사원 생활을 정리 후 경북 문경의 시골집에서 글쓰는 귀찮 작가의 시골생활을 편지 형식으로 주고받는 에세이. 어린시절 시골풍경이 떠오르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물맑고 공기좋은 시골에서 살며 겪은 이야기가 너무나 정겨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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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서울근무, 주말은 충남 금산 시골집에 사는 김미리 작가. 회사원 생활을 정리 후 경북 문경의 시골집에서 글쓰는 귀찮 작가의 시골생활을 편지 형식으로 주고받는 에세이. 어린시절 시골풍경이 떠오르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물맑고 공기좋은 시골에서 살며 겪은 이야기가 너무나 정겨운 책.
n*********r 2025.05.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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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편지를 주고 받으며 계절친구가 된 두 작가 이야기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교환편지를 주고 받으며 계절친구가 된 두 작가 이야기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내용보기
김미리 작가의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읽으면서 고즈넉한 주택 생활을 꿈꿔본 적이 있다. 물론 김미리 작가의 5도 2촌의 삶이 항상 핑크빛인 것은 아니었지만 턱시도 고양이 소망이와 도시-시골을 오가며 사는 모습이 고양이 집사의 관점에서 보면 참 부러워할만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그 김미리 작가와 <<귀찮지만 매일 씁
"교환편지를 주고 받으며 계절친구가 된 두 작가 이야기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내용보기




김미리 작가의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읽으면서 고즈넉한 주택 생활을 꿈꿔본 적이 있다. 

물론 김미리 작가의 5도 2촌의 삶이 항상 핑크빛인 것은 아니었지만 턱시도 고양이 소망이와 도시-시골을 오가며 사는 모습이 고양이 집사의 관점에서 보면 참 부러워할만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그 김미리 작가와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를 쓴 김윤수 작가가 서로 주고 받은 편지 내용을 엮은 에세이다. 책을 쓴 작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반려중이라는 점, 시골에 살며 먹거리를 농사짓고 있다는 것 등의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김미리 작가는 충남 금산 '수풀집'에서

김윤수 작가는 경북 문경 '집업실'에서 



생활하며 서로 안부를 전하고 일상을 나누고 궁금한 점들을 주고 받는다. 손편지에서 메일로, 메일에서 다시 카톡으로 빠르게 변화된 소식 전하기 수단. 두 사람을 편지를 등뒤에서 몰래 넘겨보는 기분으로 읽고 있지만 사실 비밀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훔쳐보는 맛'은 없다. 대신 여름에서 시작되어 다시 여름으로 끝맺음되기까지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다르게 진행되는 시골의 삶이 다정스레 전해져 따뜻한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끝까지 말을 놓지 않고 존대하는 두 작가가 처음의 어색함을 벗고 계절친구로 거듭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같은 장소도 여행자의 눈으로 볼 때와 현지 생활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다르다고 했던가. 

자연과 가까운 시골의 삶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고동노 항생제와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임신과 출산을 거쳐 얻은 새끼를 생후 4~5개월 만에 빼앗겨야만 하는 어미소의 운명,

그것도 열 번 정도 '새끼 빼는 과정'을 당하고 나면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어 버려진다는 암소의 삶도 슬프고

조심스레 "고양이들 밥은 주지 말라" 당부하는 이웃과의 관계, 심은 식물이 이웃에게 민폐가 된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의 죄송함,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정전이 되고 단수가 되는 상황을 겪는 당황스러움, 빠른 배송이나 24시 편의점이 없는 불편함 등등



늘 편안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갈 정도의 매력 또한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잡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취득하게 된 자격증인 '식물보호산업기사',

동네 할머니들을 '1인 1고양이화' 시킨 슈퍼 할머니와 나비의 묘연,

욕쟁이 할머니와의 추억을 소환 시킨 오일장 풍경, 

단수와 변기막힘 고민 때문에 부서진 에어비앤비의 꿈



상상해보면 시트콤처럼 웃기고 재미난 장면들이 있어 혼자 깔깔대기도 했다. 

풀을 뽑고 낙엽을 쓸고 화단을 정리하고 마당을 치우는 고된 일상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표현되나보다.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 쓰면서 살고 싶다 며 도시를 벗어난 선택을 한 두 창작자의 삶은 오늘이 힘든 우리에게 답을 주진 못해도 살짝 불어오는 바람처럼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는 소중한 여유를 남겨준다. 이제, 꿈꾸던 전원생활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삶이 아님도 알게 되었고 이웃의 터치없는 개인으로 살 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계절을 변화를 체감할 수 있고 하늘을 보며 살 여유가 주어진다는 점만으로도 계속 시골의 삶을 꿈꾸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쓴 서평입니다 *


i*****i 2025.05.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