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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책을 들다가, 2023년 작 <그 여름의 끝>을 들었다 내려놓고 <고백의 형식들>을 들었다. 사실, <남해금산>과 <정든 유곽에서>,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이후 그의 책, 시집을 가까이 한 기억이 없다. 나의 기억과 가장 가까운 해였던 그의 산문집인 <고백의 형식들>은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의 말에 마음이 동했다. 꽤 오랜 시간 시를 읽고 있지 않다가, 최승자 시인을 다시 만나며 최근 시집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래전인 2014년에 출간 된 책이며, 저자는 1976년부터 2014년까지 씌어진 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애초 발표의 뜻이 없거나 이런저런 이우로 발표하지 않은 글, 발표는 되었으나 책으로 간행하지 않은 글, 또는 간행은 되었지마는 여기저기 숨어 있는 글들로 나뉠 수 있다" 말한다. 여기 모아논 글들은 약간 저자로부터 등한시 되었던 것들을 모아놓았단 말로 받아들였다.
산문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일상의, 삶 속에 시의 부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이-시인이-시인인 저자가-시를 읽는 독자가 시가 없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대답은 역시나 독자 각자의 몫이긴 하지만, 시인인 저자는 시없이 살기 버겁다 말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는 저자가 시에 대한 열정이 '들끌'었던 그시기에 시에 대한 그의 물음이었다. 지금은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시에 대한 열정이 들끌어 시 없이 살수 있나 없나 라는 질문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이미 일흔을 넘긴 나이에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생각해보게 한다. 주변에 그보다 나이 많은 어느 시인은 지금도 매일 시에 대한 열정을 SNS를 통해 주변에 뿌리고 다니는 시인이 있다. 성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시에 대한 열정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적지 않은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그를 존경하지만, 간혹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흩뿌리는 사람은 반갑다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역시 시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껏 삶이 유지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2023년 최근 그의 시집<그 여름의 끝>을 만나볼 수 있음에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산문을 읽다보면 저자는 아직도 출판사에 누가되지않을 만큼의 시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 있나?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40여년을 시에 자신을 갈아넣고 있는 저자를 생각하다, 병영 한 구석에서 그의 시를 읽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모든것이 힘겹다 여겨지던 시기라 한 줄의 그의 시가 조금은 숨쉴 수 있는 위로가 되어주었었다. 현재는 오랫동안 시를 읽지 않아도, 삶에 큰 변화가 일지 않는다, 다만 정신이 힘들었었겠지만. 저자의 작품을 통해 "저자는 미지의 시에 대한 열정과 고통 속에서 좋은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며, 그 고통스러운 꿈속에서 태어난 시들은 당시 독자들의 가슴속에 비수처럼 각인되었다" 말한다. 시대가 변하였어도, 그러나 시는 살아 숨쉬어야 한다. 살아서 시인의 감정이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교감되고, 공감하고, 성장하여야만 한다. 시가 행해야할 시의 역할이다. 아마도 모든 독자가 바라는 것도 이러하리라 여겨본다.
산문집은 그의 일상과 사유가 담겨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별반다르지 않음에, 그 속에서 시인과의 교감을 이룰 수 있었고, 그럼에도 시인은 평범함 속에서 날카로운 쪼갬을 이루어내는 시어들을 찾아, 나열할 수 있음에, 그 차이가 그의 시를 찾아 읽게 만드는 것일테다. 이 산문집은 2014년 출간된 것으로 그의 시에 대한 열정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하는 그의, 그가 느낀 방식들을 만나보았고, 그가 느끼는 시와 시작업에 대한 생각들, 그의 일상과 사유들을 공유해볼 수도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지금보단 조금은 젊은 날의 그를, 시에 대한 열정이 조금 더 들끌고 있던 그를 만나볼 수 있었고, 이 책이 새로운 만남을 위한 그 무엇이란 도구로서의 책보단 오롯이 추억과 현실의 그를 만나볼 수 있음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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