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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제작되던 무렵은 미소 냉전의 긴장이 극에 달했으며 동시에 우주 진출의 부푼 꿈이 세계인의 가슴을 채우던, 대단히 모순된 분위기의 정세가 지구 표면을 거닐던 시절이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리 모순된 것만도 아닌 게, 스푸트니크 쇼크의 여파가 아폴로 계획을 이끈 게 정책적 결정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핵전쟁의 참혹한 여파가 이 행성의 여건을 현생 인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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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제작되던 무렵은 미소 냉전의 긴장이 극에 달했으며 동시에 우주 진출의 부푼 꿈이 세계인의 가슴을 채우던, 대단히 모순된 분위기의 정세가 지구 표면을 거닐던 시절이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리 모순된 것만도 아닌 게, 스푸트니크 쇼크의 여파가 아폴로 계획을 이끈 게 정책적 결정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핵전쟁의 참혹한 여파가 이 행성의 여건을 현생 인류에게 영 불리한 방향으로 바꿀 경우, 코카시언 인종이 바다 건너 신천지를 찾아 나섰듯 다른 천체에 새 터전을 개척할 필요도 분명히(몽상 수준이 아니라)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즈음은 삶의 실용적 수요와 깊은 낭만의 나래짓이 한 지점으로 향할 수 있었던, 때묻지 않은 인간의 건강한 심성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벨 에포크'라고 봐도 된다. ; 요즘 되어가는 꼬락서니가 하도 뭣 같으니 지난 과거의 어느 시점을 돌이켜 봐도 다 좋은 시절로 보이기는 한다.

<패튼 대전차 군단>, 그리고 며칠 전 리뷰했던 <대장군>을 감독했던 프랭클린 샤프너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요즘 보면 이 영화의 결말이 다분리 연극적이고(이건 칭찬 아닌가?)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영화를 MBC 주말의 명화 시간에 틀어 준 적이 있는데, 다음날 아이들끼리 모여 너 그거 봤냐고 떠들면서 난리도 아니었던 반응이었다. 그때는 어른들(부모들)이 즐기던 컨텐츠와 아이들의 그것 사이에 큰 괴리가 없어서, 혹 이해가 딸리던 애들도 부모의 친절한 설명을 받아가며 윗 세대와 충분히 공감이 가능했다는 좋은 점이 분명히 있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원숭이와 인간의 대립이지만, 각본이 영리하게 묘파하고 있듯, 당시 미국의 베트남 전 참전 여부를 두고 극적으로 불거지던 세대 간 갈등이 아주 섬세하게 주제의식으로 드러난다. 인간을 옹호하고 편들어 주는 쪽은 젊은 원숭이들, 기성의 권위에 반항하는 미래 세대이다. 반면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고 질서의 안정을 추구하는 쪽은 늙고 의뭉스러우며 이 세상을 뜰 날이 멀지 않은 늙은 축들이다. 며칠 전 리뷰한 <차일드 플레이> 같은 작품이나 <엑소시스트>, <로즈마리 베이비> 등에서도 잘 드러나듯, 오래 지속된 호경기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이란 모든 갈등의 회피, 기존 절대시되던 컨센서스와 교조적 방침에 대한 회의 등으로 나타났다는 게 이 시절의 아이러니이다. 이전 시대에 불거진 위기와 모순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오늘의 안정을 만든 기성 세대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웠겠는데, 그들이 이끌고 다진 미국이야말로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위대한 국가였으나, 자식 세대에게 가장 신랄히 욕을 먹게 되니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었겠다.

영화는 그뿐 아니라 과학적 진실과 종교적 광신의 대립도 함께 부각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몽키 트라이얼'이라든가 딥 사우스의 퇴행적 근본주의가 더욱 심화하던 시점에서 별로 새삼스런 움직임도 아니겠다. "넌 너무 못생겨서 좀 힘들긴 해." "털이 없어지니 덜 현명해 보인다." 젊은 과학자들은 아무리 머리 속에 엄중한 사명감과 첨단 지식이 꽉 들어차 있다 해도 여전히 젊은이들이라 툭툭 던지는 말들이 철없고 순수한 감정 표현 그대로다. 요즘 모기를 잡으면서도 유난히 몸체가 길고 동작이 민첩한 녀석이 잡히면, 아 이놈도 지들 사이에선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타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추한 원숭이 주제에 감히 누구의 외모를 품평하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어차피 그네나 우리나 필멸의 존재로서 이 거대한 질량 덩어리에 아슬아슬 몸 붙이고 살다 fragile한 육체를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꼴을 생각하면 처연해지기도 한다. 생각이 꽉 막힌 원숭이들을 보며 어쩜 저렇게 경직된 생각일까를 비웃지만, 한편으로 나르시즘과 편견에 질식하는 줄도 모르고 자기모순을 애써 망각하는 인간 역시 저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게 이 영화의 진짜 의도겠다.

s****o 2023.06.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