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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란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집이나 방 따위위의 둘레를 막은 수직 건조물, 둘레를 형성하거나 공간을 규정하는 수직의 구조나 골조, 또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나 장애, 관계나 교류의 단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벽이란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며 고립과 억압의 상징과 같은 위의 정의에 동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자 삶의 근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는 것, 변함없이 견고한 것, 영혼을 밝혀 주는 것 등, 벽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후자의 견해에 대한 가장 근접한 예는 성벽이겠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기능과 역할로서의 벽은저자의 견해처럼 분명히 견고하게 서 있음으로 하여 우리를 보호해준다.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벽의 재료, 벽의 역사, 벽의 재현 및 벽의 발언권 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벽의 다의적 성질과 복잡성 등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본문의 내용 중 이런 말이 있다. “건축 재료의 통일성이 도시를 단조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에 뚜렷한 동일성을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말은 어찌 생각하면 잘못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럽의 유명한 도시들을 떠올려 본다면 위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려고 주위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그에 더하여 같은 색상의 재료를 사용한다. 시간의 한계성으로 인하여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전혀 다른 색상·재료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으로 인하여 그 도시가 정체성을 얻기도 하고 또한 잘 정돈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도시의 뚜렷한 동일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도시 전체가 모두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할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거나 다양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벽의 색상과 재료가 같다하여 형태까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며 마찬가지로 내부 공간의 형식은 별개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다. 옛 전통마을 찾아가보면 동일한 재료, 동일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한옥을 만나게 되는데, 어느 누가 그러한 풍경을 다양성이 없고 천편일률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특이할 만한 것 중의 하나는 벽도 다른 생물들과 같이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벽의 장식에 대한 저자의 색다른 관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단순히 벽은 장식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획일적으로 표준화된 건설 시스템에서 화룡정점을 찍는 것이 장식이며 풍요로움과 힘을 과시하기 위한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도 장식이고 이러한 것이 벽의 발언이라는 표현이다. 더불어 이러한 벽의 목적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벽은 볼 때 즐거워야 하며, 건물의 매력이나 호화로움을 증대시켜야 하며, 외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고대의 벽화 등 모든 문명은 벽을 장식함으로써 웅장하고 화려한 그들의 미 세계를 보여 주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거주한다는 것. 그것은 이런 평범한 벽들 가운데서 산다는 것이고, 인간은 그들이 직면한 환경을 침작해서 벽을 세운다. 이처럼 '벽을 만들다'라는 것은 모면하기 위해 넘어가야 할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고 삶의 기반을 세우는 애정의 벽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에서든 간에 우리가 삶의 공간을 꾸리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협력자가 바로 이 벽이 아니겠는가.” 라면서 글을 마쳤다.
관점에 따라서 이에 동의, 혹은 반의할 수도 있다만, 벽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의 혹은 그 건축의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정시설의 벽은 교화대상자들에게는 어찌되었는지 장애물로서의 벽이 될 수 있지만 외부의 일반인들에게는 보호의 벽이 된다. 그리고 그 벽을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또 다른 건축의 존재를 표현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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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대한 짧은 에세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건축물로서, 우리가 마주 보며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벽에 대한 여행과 생각을 조용히 들려준다. 그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녀가 '벽'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의 밑바닥에는 늘 '사랑'이 깔려있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얻게 되는 벽에 대한 지각은 차라리 감각적으로 느끼는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햇볕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벽에 어깨를 기대고 있으면 우리를 받쳐주고 있는 벽의 든든함과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곧게 서 있는 벽,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벽을 지각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꼭 침대나 땅 위에 길게 누웠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11쪽 벽의 온기... 아마 이런 기억.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한참 동안 기대고 있었던 담벼락. 또는 여자아이가 살던 집 옆 골목길 담벼락에 숨겨져 있던 따뜻했던 느낌같은 것. 책의 초반은 벽의 재료나 건축적 의미를 묻지만, 책의 후반은 문학적 해석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초반은 딱딱하고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후반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기억이나 꿈, 상상은 벽의 정신적 이미지를, 다시 말해 벽이라는 물성으로부터 거리를 둔 상징적 가치를 가지는 벽을 재현시킨다. 이런 상징적 기능을 통하여 벽은 또 다른 존재성을 가진다. 즉, 벽은 인간과 직접 맺은 물질, 도구적 관계를 떠나 자신을 생각하는 주체를 밖에서 자신을 실현하고 다시 새로운 형태로 상상과 실제 속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 107쪽 우리가 매일 만나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 벽. 눈에 보이는 건축물이면서도, 마음 속으로 뻗어나가는 상상적 공간이기도 한 벽. 두껍고 무거운 벽에서부터 현대 건축물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유리로 된 벽까지. 이 책은 벽에 대한 짧고 매혹적인 찬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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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색다르게 와닿아서 읽게되었는데...단순하게 스쳐지나가던 건축요소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나또한 벽이라하면 그저 기능적인 요소로써의 벽만을 바라보았다. 재해석? 이런것은 생각도하지 않았으며 기본적을 건축의 기본요소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되돌아본적이 없었다. 설계를 할때도 마찬가지로....그저 원형기둥, 사각기둥....어떤것이 이공간에 적합한것인가...이정도로 그쳤지만 내 눈을 새로이 뜨게해준 고마운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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