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Phil und Lip, 고래실에서 2005년 한국어판 출간 전에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어린이들이 상상으로 친구를 만들어 내어 함께(사실은 혼자) 노는 것은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전에는 현실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 곧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상상 친구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는데, 연구 결과 도리어 상상 친구 놀이를 해본 어린이가 현실에서도 친구를 잘 사귄다는 것이다. 상상 친구 놀이는 현실에서 친구를 사귀고 함께 놀기 전의 연습이라고나 할까. 하긴 나나 내 동생의 어릴 적을 돌이켜보아도, 혼자 있을 땐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 내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중얼중얼 읊곤 했다. <그린 게이블즈의 앤>에서 앤이 거울 속의 자신이나 메아리를 동무 삼아 놀았던 것도 같은 차원 아닐까. 만화영화 <마리 이야기>의 마리도 바로 그러한 상상 친구가 아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요정들도 필립에겐 바로 그런 상상 친구일 것이다.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필립의 방에는 작은 요정들이 가득하다. 필립은 요정들에게 빵을 잘게 부수어 나눠 주기도 하고, 날씨가 추우면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 주기도 한다. 필립은 요정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는데, 노래를 못 부른다고 요정들이 면박을 주는 일도 없다. 필립이 요정들을 돌보는 태도는 감동스럽기도 하다. 요정들은 필립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필립이 학교에 가게 되면서 요정들은 학교까지 진출한다. 초등학교 교실이 시끌버끌 떠들썩한 건 바로 이들 요정 때문 아닐까? 이렇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 좋다고 생각된다. 나중에 필립이 요정들 이름을 지어 줄 때, 아이들도 한번 지어 보도록 해도 좋을 듯... 그림이 참 귀엽다. 필립이 요정들 이름을 지어주려고 입에 연필을 문 모습은 특히. 18-19쪽에 작은 요정들 앞에 코를 들이민 커다란 강아지 그림도 좋다. 순한 강아지의 표정과 느낌이 생생하다. 다만 그림 속에 독일어로 된 글자들(아이들 이름표 따위)을 그대로 둔 것이 좀 아쉽다. 간단한 것이긴 하지만 한글로 옮겨 써 주었으면 좋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