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0.0
리뷰 총점
꽁치의 맛 (1962, 오즈 야스지로)_쓸쓸한 노년을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
"꽁치의 맛 (1962, 오즈 야스지로)_쓸쓸한 노년을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 내용보기
딸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는 초로의 신사 히라야마. 히라야마는 친한 친구로부터 딸을 결혼시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딸은 어리게만 보인다. 이후 중학교 은사와 친구들과 정겨운 술자리를 가진 히라야마는 완전히 취해버린 은사를 집까지 배웅하기 위해 은사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은사의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걱정하며 늙고 초췌한 모
"꽁치의 맛 (1962, 오즈 야스지로)_쓸쓸한 노년을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 내용보기

딸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는 초로의 신사 히라야마. 히라야마는 친한 친구로부터 딸을 결혼시키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딸은 어리게만 보인다. 이후 중학교 은사와 친구들과 정겨운 술자리를 가진 히라야마는 완전히 취해버린 은사를 집까지 배웅하기 위해 은사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은사의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걱정하며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고 딸 미치코를 떠올리게 된다. 히라야마는 결국 딸을 결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친구들이 추천하는 청년과 결혼시키려 결심한다.

 

노년의 쓸쓸함, 적막감이 깊이 묻어나는 작품. 나이를 먹고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게 된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잔잔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실로 묵직한 인생의 무게를 살아낸 거장의 유작이 될 만 하다.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그려내고 무겁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유머와 담담함, 하지만 끝내 어쩌지 못할 외로움. 그걸 어찌 이길 수 있으랴.

주인공 히라야마는 이상적인 일본의 아버지 상이다. 전쟁을 겪고 홀로 되었지만 자식들은 곧게 키웠으며 물심양면으로 자식들을 돕고 걱정한다. 또한 가부장적이거나 노인 특유의 아집도 없고 자신의 도리를 묵묵히 다 한다. 자신의 은사에겐 예의를 갖추고 군대 시절 후임에게 친절하며 가끔 아내를 그리워 하고 직장의 어린 여직원의 결혼에도 성의를 표한다. 히라야마의 중학교 시절 은사인 '쪽박선생'이 전쟁 때문에 인생 전체가 흔들리게 되고 그 때문에 어리고 예뻤던 그의 딸이 아버지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집을 못가고 늙어버리게 만든 걸 보고 나서 히라야마는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딸의 삶을 찾아주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물론 그 역시 전쟁에 대한 추억과 노스탤지어가 남아 있지만 자식 세대에게는 그들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일본의 당시 기성세대에게 기대되던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건 영화에서 남성들이란 여성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앞치마를 둘렀거나 기모노를 입고 항상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오가며 가사일을 하는 여자들에 비해 누워서 담배를 피우거나 업무 시간 짬짬이 골프채를 휘두르거나 틈만 나면 친구들이랑 모여서 술 마시면서 농담따먹기를 하거나 젊고 예쁜 마누라 자랑을 하는 게 영화 속 남성들이 하는 일이다. 히라야마는 그나마 덜하긴 하지만 그의 막내 아들 역시 누나 미치코가 없으면 바지도 찾지 못하고 혼자 밥찾아 먹을 생각도 안 하는 철부지다. 큰 아들은 결혼했으나 냉장고 사는데 아버지에게 돈을 꿔서 살 만큼 무능하고 남은 돈으로 형편에 맞지 않는 골프채가 갖고 싶어서 아내 앞에게 시위를 하는 인사로 그려진다. 반면 미치코는 자신이 시집가고 나면 남겨질 아버지와 남동생이 걱정되어 사랑하던 남자도 놓쳐 버리고 혼자 슬퍼하고, 미치코의 올케 역시 남편 경제교육 시키느라 남편 친구들 앞에서까지 악역을 맡아야 한다. 히라야마가 딸을 결국 좋은 사람에게 시집보내기로 마음먹게 되어 다행이지만 60년대 일본 영화 속 여주인공들은 참으로 딱해 보인다. 그저 '참한 신부감'이 되는 것 외에는 별달리 사회에서 요구받는 일이 없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혀가 차지는 장면. 골프채 못사게 했다고 삐쳐있는 남편.



마지막 장면, 어둡고 깊은 집에서 홀로 방안 이곳저곳을 비춘 후 히라야마의 외로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여운을 깊게 남겨주면서, 인생이 이런 것이며 나쁘기만 한 건 아니지만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 오로지 남성중심적 시각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홀로 남겨진 여성보다 왜 유독 혼자된 남성이 더 처량해 보이는 건지, 그 이유가 과연 무엇때문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이 거장감독이 미처 가져보지 못했던 것일까?

딸이 떠나고 난 뒤의

쓸쓸한 집안 풍경.

홀로 남겨진 히라야마의 마지막 뒷모습.



테크니컬한 측면으로는 오즈 야스지로의 유명한 다다미 샷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바스트 샷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장면이 인물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나오는 풀샷을 바닥에 가만히 얹어 놓은 듯한 카메라로 하염없이 비추고 있다 이런 카메라 앵글은 관객을 영화 속 인물들 사이에 놓고 현장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몰래 살펴보거나 아니면 집안의 붙박이 가구가 된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한다. 이것은 더욱 그들의 인물을 관조하면서 바라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생동감보다는 그저 흘러가도록 놓아두는 것, 시간이 흐르듯, 인생이 흐르듯,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혁신적인 구도잡기에 전혀 관심없었던 듯.

영화 중 2/3가 모두 이런 구도로 이룬다.



복도나 골목 등과 같이 소실점이 등장하는 샷이 많이 등장하고 일본 전통 가옥의 구조 안에 인물이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 영화의 특징이다. 가로 세로로 촘촘하게 짜여진 목재 건물의 구조, 격자 무늬 문살, 대나무의 수직선을 이용한 디자인 등과 같은 요소들이 인물을 격리시키거나 가려 놓는 느낌을 준다. 배우들은 그 안에 실제 갇힌 등장인물을 보여주듯 프레임 안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시종일관 무언가에 억눌린 듯한 갑갑한 느낌이 드는 구도를 보여주고 낡은 아파트나 복잡한 술집 간판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골목을 자주 비춘다. 야외 중에서도 탁 트인 시야를 보여주는 것은 미치코가 몰래 좋아하던 미우라와 함께 전철을 기다리는 장면이 유일하다. 아주 잠시, 그들의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은 암시를 주는 장면이지만 그나마도 별 의미없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때 미치코가 미우라에게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그들은 사랑에 빠질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꽉꽉 막힌 목재 가옥에서 남겨질 늙은 아버지와 철없는 남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다시 격자 구도 안으로 다시 들어오고 사랑을 놓치고 만다.




생각보다 재밌고 의외로 화질이 너무 깨끗해서 좀 놀랐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한국영화 <오발탄>과 전혀 다른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어 60년대 한국영화와 기술적으로 얼마나 큰 격차가 있었는지 새삼 느꼈다. 

갑갑해 보여서

밖으로 꺼내주고 싶은 인물들.

프레임 안에 당최 여백이 없다.



유난히 술마시는 장면이 많은 영화,

저 맥주회사에서 협찬 제대로 받은 듯.


s*****e 2009.06.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