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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고전 텍스트에 보이는 미와 예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밝히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를 논증하여 보는 저작이다. 우선 중국과 일본의 미학사를 개관하고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의 미학을 심도있게 논한다.
중국의 미학사 개관
예술에 관한 성찰은 공자로부터 시작된다. 공자는 예술의 최고 위치에 음악을 둔다. 그 다음이 연극과 시이다. 공자에게 있어 예술은 학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인간정신을 보다 높게 초월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음악의 근원을 감정으로 파악함으로써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솔직한 감각이 미, 즉 예술을 대하는 관점이 되는 것이다.
장자는 예술을 철학적으로 성찰하지 않은 공자의 한계를 지적하고 학문으로서의 예술을 초월하여 예술을 형이상학적 미학의 단계로 끌어 올린다. 공자의 예술에 대한 성찰을 예술론적 미학이라 한다면, 장자의 예술에 대한 사색은 철학적 미학이라 할 수 있다.
묵자,순자,한비자도 예술을 논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학적 관점에서 예술을 본 것이 아니라 순전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논했다. 묵자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음악을 배격했으며, 순자는 예와 법을 구분하여, 예를 전례예술 또는 구체적으로 연극예술의 형태로 다루어서, 이것이 결국 예법이라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비자는 법가로서 음악이 사람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경계하였다.
육조시대에 이르러 회화, 특히 산수화가 미학의 영역으로 새로이 편입된다. 이 시대 미학자 종병은 이렇게 말한다. "'산수는 형태로써 도를 이룬다.' 즉 산수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형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도를 인간에게 근접시킨다." 회화의 본질을 '도'로까지 확대상승시키며 이 '도'와 '미'를 연관시킨다. 이렇게 하여 전례회화는 대표적인 미학의 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미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서론 즉 서의 미학이다. 서라 함은 서예를 이르는 말인데, 서론에 나타난 미학적 고찰이 화론으로 계승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즉 화의 미학보다 서의 미학이 먼저 등장하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대는 예술에 대한 미학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시기이며, 미학과 미학자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이다. 당대 미학자 손과정은 그의 저서 서보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풍을 지키면서도 현대에 적응하고, 현대의 천박한 부정적인 면에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미의 실질의 통합, 전통과 현대의 통합이 가능하다면 훌륭한 제작자이며 미학자인 것이다."
당대의 미학자 장언원은 그의 '역대명화기'에서 회화 미학의 본질적 가치를 이렇게 확정한다. "그림은 사람을 교화하고 인간관계를 조정하고 조화의 섭리를 알려 유현하고 미묘한 진리를 헤아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육경의 가르침과 그 효용을 함께 한다."
송대의 예술론적 미학의 전개는, 자연의 기와 상관되는 작가와 감상자의 상호연관성이 강조되었으며,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인 소동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서예를 살아 있는 인간에 비유하여 작자와 작품을 삶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였다. 또한 음악을 대신한 주요 예술로서 서가 인생과 예술을 연결짓는 매개체로 등장한 시기가 송대이다.
원명청대에는 앞서 당송 시대의 미학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이 시대 역시 다양한 관점을 가진 미학자들이 나타나 그들만의 미학을 정립해 나간다. 유명한 미학자 탕후는 "무릇 화는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즉 회화는 인간의 마음의 작용에서 성립한다."고 말하며, 또 "회화에서는 사유가 중요한 것인데, 일획이 상징하는 근원적 도의 진리를 사유케 되면, 마음이 침착하게 되고 즐거워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심경에서 그림을 그리면, 상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지극히 정묘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였다.
일본의 미학사 개관
신화의 시대를 건너 뛴다면 일본에서 미학이 의식적으로 예술과 상관되어 이론화된 시기는 중세다. 대표적인 미학은 기노 츠라유키의 가론이다. 가론에서 기노 츠라유키는 "천지가 열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노래가 생겼다"라고 말하며, 생에 대한 자기 표현이 이 노래 속에 녹아있다고 본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미학의 사상 보다는 미학의 존재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가인 마츠오 바쇼가 등장한다. 마츠오 바쇼로 대표되는 일본의 독특한 문학 장르인 하이쿠는 미학의 대상으로서는 정점에 있는 시의 형태다.
일본 근대 미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는 고지키와 니혼쇼기 이전의 일본 고전을 매개로 하여 순수한 일본정신에 의한 미학을 주장했다. 어쩔 수 없는 사상적 배경이었던 중국의 유교 철학에서 벗어나 일본만의 고유한 예술 철학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일본의 미학사가 중국의 고전 사상에 뿌리를 두는 한계를 가졌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미학자들의 노력이 있어 왔으며, 이외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노래로서 렌가가 있고 예술적 전례의식들인 가부키, 노가 예술의 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여기에 다도, 가도가 또 하나의 예술적 지위를 확립하고 미학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의 미학을 논함에 있어 중국 미학의 두 사상가인 공자와 장자의 예술론을 밑바탕으로 하여, 이 책 후반부의 대부분을 일본 미학을 논하는데 할애하였다. 미학의 대상으로서 중국에서 중요시된 예술은 음악, 시, 연극이었으나, 일본에서의 미학의 대상은 일본 특유의 노래인 렌가와 시인 하이쿠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렌가와 하이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듯하다. 일본 미학 사상의 뿌리가 중국에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중심의 예술철학에서 탈피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동양의 미학'이 이 책의 제목이지만 결국에는 일본의 예술과 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순으로서 중국의 미학과 공자, 장자 등 위대한 사상가들을 앞서 소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함으로써 이 책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울러 후반부 일본의 미학을 소개한 부분들은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데 있어서 흔히 나타나는 특유의 난해함이 상당히 있었다.
어쨌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미를 분석하는 단순한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형태의 예술과 관련하여 철학적 사유을 내재한 미학 사상, 또는 철학적 예술론으로서의 미학의 본질을 밝혀보려는 논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난해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