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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을 추스러서, 그가 바라던 시인이 된 지 횟수로 4년차 되는 시점에서 박진성은 첫시집 『목숨』(천년의 시작, 2005)을 내놓는다. 도처에 병, 가족, 목숨이 있다. 그의 시는 문학평론가 박수연의 말대로 “부재하는 기원과 시의 형식”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언어들은 의미의 확산을 위해 있지 않고 분위기의 일관성과 집중을 위해”있다.
병(상습불면, 자살충동, 공황발작)의 기원은 현실에서는 부재하지만 시집에서 그토록 헛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까닭은 박진성 시인의 삶에 대한 자의식에서 말미암는다. 이것은 그가 기원이나 근원적인 것에 대한 갈망을 여러 시편에서 그 특유의 “분위기의 집중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공생하는 병의 기원이 없다면 그는 다른 곳에서 기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시인-병 사이, 그 ‘共病’의 관계는 시인-가족의 관계이다. 가령 그의 가족 시편들은 내력에 대한 인간적인 그러나 비극적인 탐색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기원 탐색의 회귀와 소급을 통할 때만이 겨우 그는 목숨 하나 부지하는 셈이다.
박진성 시의 지배소라 할 만한 “불면, 자살충동, 발작, 불시착, 불안, 뻣뻣함, 강직, 입원, 응급실, 병원”과 같은 죽음 이미지들은 그 대척점에 “안면, 고요, 평온”의 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죽음(긴장․강박) 이미지의 많음은 그의 시집의 내용이며 형식인데, 이것을 떠안는 평온의 이미지들은, 시인과 관계된 대상은 때문에, “아버지, 불쌍한 내 자식,”(『나는 아버지보다 늙었다』)처럼 힘들 수밖에 없다 - 하여, 그는 自序에서 “내 시만은 골병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이 두 대척점 사이의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선”에서 그는 겨우 버텨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목숨을 견디어 나가는 한 방법이며, 그 방법으로 시라는 형식을 삼는 것이다.
그러나 박진성의 시는 내성화의 경향으로 나아가되 주체, 자아에 함몰되지 않는다. 아픔과 병을 통한 타자와의 교류의 흔적은 가령 「계룡산 학봉리에 김열 산다」「아픈 것들은 아픈 것들끼리」와 같은 시에서 “마음 한군데가 절단나고 ”“다리 한군데가 절단”난 말띠동갑의 형과 나가 “뒤엉켜서 학봉리 온 마을을 휘저었더랬습니다”라고 말할 때, “아픈 것들은 아픈 것들끼리 같은 물관에서 눈물을 받아먹는데”, 확인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박진성은 “江은 스스로 제 목숨을 닫지 않는다”(「목숨」- 금강에서)라고 말하는데, 시집에서 빈번하게 출현하는 “강, 물고기, 나무”는 그의 분신에 해당한다. 그가 힘들여 지은 시집『목숨』안에서 그는 “고요해지기 위하여 가족의 평온을 위하여” “누워서 자는 나무”(「외롭고 웃긴 가게 - 누워서 자는 나무」)가 되려고 하지만, “새로 비탈을 깎고 있는 느티나무 뿌리가 목, 숨, 목, 숨, 여자야 여자야 숨 쉬러 가자 황사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무서운 짐승이 산단다 病이 숨을 끊으려는가 실핏줄처럼 물에 길 내는 물고기 한 마리는 온 몸이 목이어서 느티나무도 온 몸이 목이어서 오오 목숨“처럼 격한 호흡과 투병하며 견뎌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시 박수연의 말처럼 ”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화끈거리고 눈이 흐려지는데, 이 흐림 속의 암중 모색이 세상과 함께 사는 일일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인상깊은구절] 내 직립의 일생이 순전히 내 여자를 향한 발기이고 싶다(p.18) 귓속에서 웅성거리는 소용돌이 테오야, 그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p.43) 아버지, 불쌍한 내 자식,(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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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박진성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난 고등학생이었다. 그때 문우들과 함께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의 정신병까지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가 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떨림을 생각하며 다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ㅡ^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시집 속에 '테오'를 자주 등장시켰다.
눈을 감으면 보였다 병원 근처 대나무 숲 또 밤이 오면 눈발이 대나무에 달라붙었다 나는 詩人이 될거야, 간호사들은 비웃었지만 나는 대나무에 달라붙어 옹이가 되었다
- 13p <대숲으로 가다 - 1996년> 본문 중에서
시집을 여는 첫 작품. '나는 시인이 될거야'라는 부분에 오래도록 눈이 머물었다.
어젯밤엔 주사바늘 꽂다가 선인장 될 뻔했어요, 분열되는 것이야 세포들이고, 분열된 정신에다가는 이성복 시집 한 권, 금강 한 물결 꽂아주시구요 나를 계몽하려 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 기억을 지워야 한다니까, 어머니는 일 나갔고 아버지는 철근과 콘크리트 사이 담배 피우고 보호자는 의사 선생님이에요, 뭐? 돈 없는 놈은 발작도 못하냐! 어, 어, 그 주사 안 치워 주, 죽(어/여) 버릴거야!
- 26p <나쁜 피 - 동물의 왕국> 본문 중에서
이 시가 우습게 보이지 않는 이유, 이런 말 장난이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모두 그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아팠고, 그래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고 한다. 그의 정신이상과 시에 대한 애증이 작품 안에 그대로 녹아 들어 이렇게 가슴 콤콤한 작품을 써 낸 것이라 생각한다.
죽, 었, 다, 라는 말은 차마 문자로 찍을 수도 없어서 손가락을 치켜드는, 그 벌겋게 타오르는 손가락은 언어의 바깐에서 누군가 난을 치고 있는 거라
- 91p <아픈 것들은 아픈 것들끼리> 본문 중에서
제목이 가슴에 콱 와 닿았다. 아픈 것들은 아픈 것들끼리. 크~ 시인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두려움일까, 외로움일까, 시집을 읽는 내내 그의 아픈 곳이 어디쯤일지 가늠해 보았다. 여기인지 거기인지.
아파 울부짖는 사람에게 포즈는 없다.
- 100p <病詩> 본문 중에서
시집 뒷 부분에 박진성 시인의 산문이 실렸다. 그 긴 문장 속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 '아파 울부짖는 사람에게 포즈는 없다' 온 마음이 담긴 이 한 줄에 가슴이 뭉클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뜨겁게 아프고 흔들리는 것이다. 시인은 왜 정신병원을 드나들 만큼 힘들었을까. 무엇이 그를 이토록 외롭고 막연하게 만들었을까. 아파서 시인이 된 것일까, 시인이 되어서 아픈 것을까. 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이 시집은 내가 고등학교때 발표 된 작품이다. 당시 문우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된 책이었고, 나 역시 이 시집을 읽으며 가슴 한 구석이 자주 뜨거워졌다.
2012년 12월 18일 다 읽음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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