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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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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걸었다. 자가용이라는게 먼 세상일처럼 느껴지던 그 옛날엔 주로 걸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면서 걸었다. 그리고 그 옛날엔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길가나 어느 골목에도 레코드가게는 한 군데씩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만나면 쉬어가듯 피곤한 다리와 무거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내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 레코드가게였다. 거기서 이 주에 나온 새 앨범도 보고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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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걸었다. 자가용이라는게 먼 세상일처럼 느껴지던 그 옛날엔 주로 걸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면서 걸었다. 그리고 그 옛날엔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길가나 어느 골목에도 레코드가게는 한 군데씩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만나면 쉬어가듯 피곤한 다리와 무거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내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 레코드가게였다. 거기서 이 주에 나온 새 앨범도 보고 지나간 앨범도 보고, 음악과 추억을 동시에 아우르며 시간을 보내다가 그날 주머니 사정에 맞게 앨범을 한 장 사들고 집으로 오면 돈 아깝지 않게 줄기차게 틀어재꼈다.

그러다가 직장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주머니엔 돈도 들어오면서 덜 걷게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러면서 동네 레코드가게들도 하나씩 없어졌다. 없어지는 동네 레코드가게를 대신해서 예스24를 통해 CD를 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스24는 할인 때문에, 배송비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장씩 사도록 나를 잘 훈련시켜 놓았다. 싸게는 사고 편해는 졌지만 한 장씩 한 장씩 고르면서, 앨범에 손때를 묻히면서, 음악과 추억을 아우르는 재미는 없어졌다. CD를 집어들고 사고자하는 충동이 확 들때 질러야 하는데, 그냥 카트에 넣어두다보면 다음에 묶어서 살때는 김이 좀 빠진다..

어제 나는 간만에 걸었다. 그리고 간만에 방앗간을 발견했다. 그리고 "브리티쉬 스틸"을 14,000원 주고 샀다. 예스24에 "브리티쉬 스틸"을 카트에 오랜동안 넣어두고 이 앨범이 9,900원(이리 저리 할인받으면 아마도 9,000원 정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원칙에 반대되는 상행위를 했다. 단지 그날 만큼은 "인터넷에 훈련된 고객"이 아니고 싶었고, 단지 그날 만큼은 "브리티쉬 스틸"을 당장 집에 가서 죽어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록앨범을 사면서 록스피릿을 실천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예쁜 종업원 눈에 둘러만 보고 나가는 쪼잔한 아저씨처럼 보이기 싫은 이유도 있었던것 같다. 좀 유치하지만 인간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집에 와서 내리 두 번을 들었다. Metal Gods, Breaking The Law, Grinder로 이어지는 광풍을 접하고 Living After Midnight를 흥얼거리며 깔끔한 마무리까지.. Screaming for Vengence 앨범에 비해서는 약간 구식이지만 더 정감있다. 꼭 듣고 싶을때 실컷 들으면서 보낸 하루저녁의 낭만과 뿌듯함으로 5,000원을 더 준 값어치는 충분했다.

s*****9 2009.11.21.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