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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에서 남자답고 영웅의 기치가 흐르는 항우에 맞서, 초라하고 어찌 보면 무뢰배 같은 유방이 승리를 한다. 초와 한의 싸움에 대한 승리 요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유방의 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고조인 유방이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황위에 오르고 새 도읍지에 연회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모인 열후장상들에게 유방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항우와 나는 함께 일어나 5년 동안 천하를 다투었소. 분명 항우는 강했고, 나는 약했소. 그런데도 나는 천하를 얻었고, 항우는 천하를 잃었소. 그 까닭이 무엇이라 생각하오?"
모두들 눈치를 살피는 중에 한 장수가 대답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폐하는 성품이 오만하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반면, 항우는 인자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하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상을 내려주셨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항우는 자신보다 어질고 재능이 뛰어난 자를 시기하여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도 그 공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일절 상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항우가 천하를 잃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방이 껄껄껄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대답이오. 군박 속에서 계책을 짜내어 승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장자방보다 못하오. 또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로하며 양식을 공급하면서 운송로를 끊이지 않게 하는 일은 내가 소하보다 못하오. 또 군대를 통솔하고 싸움에 임해 승리하는 일은 애가 한신보다 못하오.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걸출한 인재들을 거느릴 수 있었다는 점이오. 반면, 항우는 범증 한 사람만 있었으나 그마저도 끝까지 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 잡은 천하를 잃어버리게 되었던 것이오."
이 대화가 실제로 있었는지 사가에 따른 이야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훌륭한 인재의 등용과 적절한 배치, 효과적인 활용이 유방이 밝힌 천하를 얻은 비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