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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룡 교수님은 내 은사이시다.
대학교 3학년때 부터 건축론, 건축사 수업을 듣고 4학년때는 설계를 지도 받았다.
그당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설프고 덜 숙성된 모습에 교수님 앞에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내가 학교에 재학중일 때 교수님께서「공간」지에서 연재하셨던 한국 근대 건축 평전을 재 종합 하신 책이다.
우리는 대학에 입학 후 동,서양의 유구한 건축의 문화를 배우고, 세련된 서양의 근 현대건축에 열광한다.
다시 서양의 건축에 질릴때쯤에 내밀한 우리의 전통 건축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한다.
서양이 모더니즘으로 옷을 갈아 입을 때, 식민지 한국은 일본에 의해, 서구 열강에 의해
언니의 원피스를 입혀 놓은 꼬맹이 마냥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식민시대 , 6.25전쟁 , 경제개발기 ... 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 까지
한국의 건축이 걸어왔던 모습들을 서사적으로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차근히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걸어온 근현대건축의 역사를 따뜻함과 애정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희망을 이야기 한다.
혹자는 교수님의 글이 괜히 어렵다고 하는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내가 지켜 봐 온 교수님은
모호함으로 촛점을 흐리시지 않는 분이다. 오히려 우리언어의 섬세함을 잘 들어낼 수 있는 단어들을 다양하게 채택 하시는가 하면, 하이테크한 단어들도 놓치지 않으신다.
이 책을 보니 교수님의 모습과 그 분의 스타일이 아주 잘 묻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님께서는 다작을 하지 않으신다. 한 권, 한 권 잘 정리하고 정돈해서 내 놓으신다.
하지만 내가 대학 때 보아 왔던 그분의 관심분야와 건축적 영감이 잘 다듬어진 저작으로 기록되어지리라는 기대를 하니 많은 기대가 된다.
교수님의 저작으로 우리가 소홀히 잊어 버린 우리의 모습을 잘 돌아보고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이 저작은 지난 50년간의 한국 건축의 중간 평가이며 소결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우리의 건축을 하리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인상깊은구절] 결국 중요한 것은 지난 50여년간에 거둔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한국 모더니즘건축이 종파, 변이, 진화되는 모습은 거칠지만, 원천적으로 우리는 건축을 잘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야성적이지만 낭만이 있다. 또한 극적이지만 정신적이다. 그것이 미래를 낙관적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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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를 은퇴하신 박길룡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겨 미리 이 책을 읽어보았다. 다행히 강의 내용 역시 이 책을 근거로 해서 진행되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 "유전자"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건축도 문화 현상의 하나이며 당연히 유전한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한국건축의 유전자는 19세기말에 이르러 커다란 유전자 변이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식민지화와 서양화인데, 한국의 서양건축에 대한 체험은 주로 선교와 외교적 목적으로 건립된 서양건축물을 통해서였다고 말한다. 아마추어 건축가인 사제나 기술자들에 의해 건물들이 올라갔으며, 한국은 이들을 통해 서양식 건축술을 익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종교건축이 양식을 받아들이는 와중에 조선건축 방법을 섞어 쓰는 버릇도 생겨났다고 한다. 일본이 받아들인 서양 자체가 왜곡된 것이었고 그나마 식민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은 이질적인 문화를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1930년대 이후 왜곡된 모더니즘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일제의 차별정책을 넘어선 최초의 한국인 건축가인 박길용의 존재가 돋보인다고 언급한다. 건축을 전통과 양식성과 모더니즘의 생각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 한다.
결국 한국의 근대주의는 식민지 경험과 광복 후의 혼돈이라는 문제를 원형질로 안고 있다고 말한다. 일제의 양식주의, 왜곡된 시대 조형, 그리고 전쟁 공간을 채우기 위한 양의 가치관, 이 세 가지 이유가 빌미가 되어 20세기 피곤한 역정을 시작했다는 게 이 책의 초반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모더니즘을 건축작업이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일이 아니라 그를 통해 사회를 개혁하는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 언급한다. 그에 따라 세계 역사상 최초로 하나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원대한 이상으로 나타난 게 바로 국제주의 양식이라 말한다. 이것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1945년에 결성된 국제연합에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전쟁 공간을 재건하는데 이러한 국제주의는 상당히 유효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것은 매우 경제적이며 빠르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쇄신이라는 메시지로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1953년 건설된 계영빌딩이 대표적인 국제주의 양식 건물인데, 물자의 부족과 함께 기술적 지원이 부족했지만 콘크리트와 조적조를 조합하여 격자조형의 수법을 통해 모던한 디자인을 해결하였다고 평한다.
이러한 기법은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추상예술 같지만 직교 형태의 방안지 위에 그대로 그려낼 수 있는 아주 편안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라 말한다. 이 시기에 대한 설명 중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한국 주택부흥을 위해 서울에 있던 인연으로 도미한 건축가들을 아이엠페이의 사무실에서 맡았다는 것, 그리고 조선왕조의 후예 이구도 아이엠페이 사무실에서 근무했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시기에 한국에서 선보인 국제주의 양식은 세계 문화를 향하는 보편이라고 이해하기보다 새로운 것이기에 선택한 것이며, 이것은 지역적 특질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주의를 택하는 것이 새 문화의 메시지로 더 유효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즉, 한국 모더니즘은 양적 목표를 우선하면서 결핍된 공간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서구에서 모더니즘은 양식성으로부터 해방, 또한 건축의 경색된 공간을 해방하는 것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던 반면 한국의 모더니즘은 디자인만 흉내 내고 디테일이 없었다고 평한다. 이어서 1950년대 후반 한국건축은 지역성과 합리주의가 적절히 뭉뚱그려진 타협을 본다고 설명한다. 국제주의 퇴조와 함께 건축이 지역적 관심으로 회귀하려는 세계 건축의 흐름에 동조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1950년대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빈곤은 모더니즘 건축의 경제적 장점을 우선하는 버릇을 앞세웠으며, 1960년대 경제적 진보와 문화적 폐쇄의 환경에서 모더니즘의 아류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후 한국의 모더니즘은 세계와 대개 20년의 간격을 두고 뒤따르는 양태를 보여준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눈길을 끌었던 이 시기에 대한 설명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건축부가 신설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저자는 예술 = 건축 = 미술의 의식이 강하게 표출된 것이며 건축이 독자적으로 문화 가치를 체화하지 못하였던 한국적 가치관인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홍익대가 초기에 건축미술과라는 이름을 내걸었던 것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1960년대에 선보인 조형주의는 직방형의 조형을 벗어나려는 의지로 만들어지는데, 어느 정도 콘크리트의 가소성을 익힌 기술을 이용하여 입체조형의 관능성을 끌어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예로 김중업의 수석 파트너로서 일했던 김석재의 조형이 매우 풍성하다면서, 콘크리트 구법으로 대상을 하나의 오브제로 다루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는 어떤 야성을 가지고 있으며 회화성이 강한 표현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철골 건축의 시도는 번번히 장애에 부딪히며, 한국의 철강산업이 본격화되는 1970년대까지는 기다려야 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또한 한국 초기 근대건축의 지적 수준도 논평하며 이 시기에 활동했던 교수들이나 건축사무소장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각각 홍익대와 국민대 교수로서 활동했던 김중업과 김수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테크노크라트가 부재한 관료 사회는 자연히 교수라는 전문가 집단에 의사결정을 미루었던 시절이며 최소한 1970년대까지 한국 교수들은 뭔가에 너무 바쁘거나 무위하였다고 언급한다. 이어서 조형과 공간을 세계화시킨 김중업과 김수근에 대한 내용들이 쭉 언급된다. 우선 1960년대까지 한국 현대건축에는 자의식이 없었다면서 참다운 건축이란 인간에게 짜릿한 감동을 주어 끝없는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인데, 바로 김중업이 그런 건축을 했다고 평한다. 특히 김중업의 작품이 시적인데 비하여 김수근은 회화적이고, 김중업이 상당히 추상성에 의도하는 바에 비하여 김수근은 묘사적이며, 김중업은 우화적인데 비해 김수근은 리얼리즘에 기초했다고 두 사람을 평한다. 김중업은 어릴 때 시인이 되고자 했으며 미술에도 심취했는데, 집안 어른들의 기대와 타협하며 건축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파리에 있는 르 코르뷔제 사무소에서 일하며 설계현장에 몰두했던 이력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에 비해 김수근은 어린 시절 북촌에서 생활했고 그곳이 마치 귀소 본능처럼 각인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건축 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1952년 서울대 건축공학과 2학년을 중퇴한 뒤 일본으로 밀항해서 일본의 대표적 모더니스트 밑에서 공부를 했으며, 일본의 메타볼리즘을 목도하였기에 서양의 합리주의와 동양적 생리주의 모두를 체험했다고 한다. 사실 저자가 김수근 문화재단 이사라서 그런지 김수근의 이야기가 더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 어쨌든 건축 현장에서 김중업과 김수근은 국립부여박물관 왜색 논쟁으로 처음 격돌하게 되었고, 이후 김수근은 전통에 대한 보습과정을 거쳐 공간에서 한국적 주제를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김수근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부사장에 취임하면서 제3공화국 정치세력과 연계되던 위치에서 도시 및 국토계획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들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71년부터 7년의 시간 동안 공간 사옥을 건축하면서 한국성, 공간, 자연, 테크놀로지, 종교로 건축의 사유가 계속 확장되었다고 한다. 또한 김수근은 일본 도쿄대학 연구소 시절부터 다채로운 체육 시설에 관한 선험이 있었기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체육시설들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눈길을 끌었던 언급은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 대한 설명이었다. 설계공모에서 김중업과 김수근을 공동 당선시켜 더 나은 상징성을 만들어주길 기대했지만 두 예술가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김수근이 간암으로 생의 종국으로 치닫는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손으로 서울대 의대 간 연구소를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전통건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조선의 도목수 조승원이 근대식 건축을 독학하여 콘크리트 구법을 익혀 한옥을 콘크리트로 지어볼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서울여상의 팔각정 건물이라 한다. 또한 1968년 광화문 복원 당시 현판 이외에는 전부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였는데, 목조 구조의 우아함과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영구 보존과 공사비 절감이라는 안이한 핑계로 광화문을 망쳤다고 평한다. 그 밖에도 현재 민속박물관으로 사용중인 국립종합박물관은 전통 건물들의 왜곡된 강요의 대표 사례로 그 당시 건축 설계 평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비평하고 있다. 또한 공간에 대한 특질은 곧 비움의 개념이며 마당의 형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데, 분명히 한국의 마당은 일반 정원이나 광장과는 달라서 거기에는 기운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현대 건축을 돌아볼 좋은 내용이었으나 실린 사진들이 너무 작고 흑백 위주라 그것이 아쉬움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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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의 자리매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큰 진전없이 답보상태 -
그나마 최근 꾸준한 저술과 연구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전통건축사 분야나 서양건축이론을 도입해서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하는 현대건축에 대한 연구와는 달리 한국근대건축에 대한 분야는 부족한 연구자와 수준낮은 저술들이 그 원인 -
개인적으로 누가 근대건축시기의 건축에 대해서 철악을 가진 해석이나 역사적인 자리매김은 고사하고 건축가들의 활동이나, 작품들에 대해서 체계적인 정리를 해놓았는지 궁금 -
이런 의미에서 박길룡교수의 한국현대건축의 유전자에서 소개한 근대건축의 건축가, 건축물에 대해서 보다 심도깊은 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1장.한국 모더니즘의 유전자 2장.모더니즘의 보습 3장.한국적 모더니즘 4장.교수건축가 에 대해서 쓴 글들.
책을 보면서 광복이후 건축가들의 작품에 대해서 피상적이지만 상당히 흥미있게 보았는데 - 김중업, 김수근 이전의 건축가들의 활동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재조명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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