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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과 사농공상의 시대로 조선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조선의 부자들'이란 제목은 그 자체로 새로움과 호기심을 만들어 냅니다. 책은 1부 조선시대 12명의 부자 이야기와 2부 구한말, 일제시대 11명의 부자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어 냅니다. 어려서 TV 드라마 등으로 접해 익숙한 김만덕, 임상옥에 대한 이야기가 반갑고 구한말, 일제 강점기의 이석영, 민영휘의 이야기에서는 부의 쓰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김근행' 편의 '망할 것 같은 가문'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후배 역관의 질문에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을 취하려는 자, 점쟁이나 점술가를 청해다가 공적인 일이건 사적인 일이건 길흉을 묻는자, 거짓으로 말과 행동을 꾸며 선비인 체하는자, 아침의 말과 행동이 다른 자,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하난 자, 항상 윗자리에 있어야만 적성이 풀리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말걸세'라는 김근행의 답이 와 닿습니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국부를 일궈내는 일이 조선시대와는 다를 수도 있겠으나 부를 이루고 쓰임을 찾는 과정에 사람의 생각과 태도라는 점에서는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세상을 읽는 지혜로 저자의 저서 중『군주의 조건』, 『왕의 공부』,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탁월한 조정자들』, 『왕의 경영』 등과 함께 일독을 권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