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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세미콜론을 통해 세상에 책을 내놓은 스무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공간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평소에도 많이 생각해왔던 부분이라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이름만 언뜻 들어봤을 뿐 그들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긴 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공간에 대한 경험담과 나름의 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내 영감의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학교 다녔을 때 부터 학교에 적응을 무척 못하는 학교부적응자(?)인 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내 방이었다. 베란다로 여동생방에 연결이 되어 있어서 우리는 곧잘 서로의 방에 가서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에게 학교와 입시학원은 몇 년 동안 다녀도 낯설고 스트레스였던 곳이었다. 아침에 졸린 상태에서 반에 들어섰을 때의 그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누군가 학창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그 때 만났던 친구들을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걸 보면 학교 다녔을 때 반에서 목소리가 크고 주목을 받았던 애들이 떠오른다. 저 사람도 그런 애들 중 하나였겠거니 싶다. 겨우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닐 때 상경을 했다. 그 후 주거공간이 몇 번 바뀌며 내 방 또한 수시로 바뀌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삶이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줄곧 내 방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불안하고 불행했던 가정환경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고 정서적으로 학대를 많이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내게 나만의 공간까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가을 날 한강에서 이 책을 완독했다. 이제는 내 방이 아닌 영감의 공간을 한 군데 더 만들어볼까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