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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지 않는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이 내 생에 가장 힘든 시기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 이유를 남이 알게 되는 것조차도 싫었다. 7년 다닌 직장이 망했고, 5년을 만난 연인과 헤어졌다. 그 어떤 일에도 나의 의지는 개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나의 힘듦이 되었고, 당연히 나의 상처가 되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살아야 하니까. 울지 않았다. 어떤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며, 그렇게 버틸 때 이은정 선생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알람 문자가 배달되었다. 조심스럽게, 여유가 없는 가운데 책장을 펼쳤다.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책장을 펼쳐 그 속에 빠져들고 또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장면은 내 가슴 속에서 멈춰서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떄로는 책 속의 기억이, 그 활자를 어루만지며 아팠지만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시절 내 곁에 누군가가 겪은 그 성장통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도 한 번쯤 허세로 한 번쯤 시도해봤을, 그런 성장통. 우리는 모두 아프구나.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각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내가 안고 있는 나의 고통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저 민정이 걸어가는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이고, 민정의 지나온 시간을, 민정의 곁에서 사람들을 함께 만났을 뿐인데 그 안에서 나도 치유가 됐다.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이 기뻤다. 같은 책을 두 번은 읽지 않는 것이 나의 버릇이고 취향인데, 이 책은 반드시 한 번 더 읽어야겠다고 마지막 문장을 놓기 전에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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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 있고, 누구나 몸에 흉터 한두개쯤 있을테지. 때로는 그 상처가.. 때로는 그 흉터가 잊을수 없는 기억이 되어 일평생 자기자신을 괴롭히기도 할테지.. 고교2년 2학기 중간고사를 반에서 꼴찌(?)한적이 있었다. 52명중 51등.한명은 결시. 시험 얼마전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즈음 내몸에도 남들은 모를 흉터들이 생겼었다. 이은정 작가님의 신작 <기억을 새겨 드립니다>의 시작은 그 기억과 함께였다. 사춘기 시절의 아픈 기억들만 있었던 주인공. 할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었던 상처와 흉터들. 그러나 쉽게 지울수 없었던 흔적들. 그 지우는 방식으로 타투를 선택한 주인공 모리의 이야기. 타투를 통해 상처와 흉터를 치유하고 타투를 통해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새겨주는.. 타투에 대해서 딱히 관심도 없었고 호불호도 없고 하고싶은 마음도 없고 남의 타투에 거부감도 없지만, 작중의 타투가 삶을 감싸고 회복시켜 주는 수단이 되는것처럼 이 책 자체가 나에겐 타투가 된듯하다. 오래 오래 내 가슴속에 새겨질 힐링타투! 상처를 가졌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무너진 일상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대들 삶에도 그대들 가슴속에도 힐링의 타투가 새겨질것이다. #이은정 #기억을새겨드립니다_어느타투이스트의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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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새겨드립니다 #어느타투이스트의이야기 #이은정 #도서출판득수 #내돈내산 #애정하는작가님신간 일에 치이다보니 책읽기도 버겁다. 서평책은 숙제하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읽고 리뷰를 올리지만 그밖의 인친들의 독서 리뷰나 소식은 그냥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간 소식은 눈과 마음이 머물 수밖에 없다. 기대하고 고대하던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읽어야지...하는 마음에 조급증이 생긴다. 우선 서평 제안받은 책을 먼저 읽으며 눈길은 이은정 작가님의 책에 머물다 드디어 온전히 마주 본다. 그럼 기쁜마음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피를 봐야 산다는 말을 해준 건 법수 삼촌이다. 12월의 몹시 추운 날, 영화를 따라간 곳에 법명이 법수인 삼촌이 있었다. 천수를 다하려면 바늘이나 칼을 들어야 한다니..겨우 열여섯 살에 들은 허무맹랑한 예언이 맞아떨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피를 보고 살 운명이라면 간호사로 어쩌면 운명대로 잘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 광수 의원을 나와 집으로 오니 이모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야반도주 했다고 한다. 막내 이모 사건으로 아빠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정신 사나운 집도 좁디좁은 방도 여전히 그대로다. 백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언니가 전화한다. 명석한 언니는 형부를 만나 동거 중이다. 언니는 백수 된 거 배낭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한다. 스물아홉은 그래야 하는 나이라면서. 영화의 죽음이 있던 열아홉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아니면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스님들이 머리를 박박 미는 이유가 머리카락이 나쁜 기운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나쁜 기운'이라는 어휘에 끔찍한 아홉수를 자꾸만 떠올린다. 아홉수..라는 말이 다른 나라에도 있나 모르겠다. 사실 아무렇지도 않게 살다가 꼭 아홉수가 되면 모든 액운을 아홉수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아홉수에서 물러날 수도 있고, 액땜을 했다고 믿는게 아닐까. 화자의 열아홉에 친구의 죽음말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느 타투이스트의 이야기가 시작 되려나 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영화의 죽음은 그냥 개죽음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두려움에 영화가 죽기 전에 남긴 화구 가방은 좀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간호대학에 예비 합격을 하고, 졸업식에 참석하는 대신 영화의 화구 가방을 열어 본다. 영화가 남긴 그림을 보고 그때부터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증거가 될 수도 있었던 그림들을 보며 너무 늦은 후회를 한다. 불면증과 거식증에 가시나무처럼 말라가고 엄마는 급기야 해골 같은 얼굴을 무당에게 보인다. 교복을 입은 젊은 망령을 떼어버리는 굿을 해야 한다해서 법수 삼촌을 찾아간다. 삼촌은 대학 소식을 듣고 되도록 수술실에 들어가라고 한다. 죄책감이 길어지면 망자 탓을 하니 이제는 잊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한다. 다만 영화의 죽음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그후로 영화 꿈도 죄책감도 점점 사그라지고 다시 아홉수가 돌아왔다. 민정은 화구 가방을 전해줬던 소라를 찾아간다. 네일아트 숍을 연 소라는 손톱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주고 손목 흉터를 보며 타투라도 하라고 한다. 드디어 제목과 연결된 단어가 나온다. <기억을 새겨 드립니다>는 커터칼 하나로 공통된 아픔을 나누던 영화와 민정의 이야기다. 친구의 죽음 뒤에 남은 민정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타투를 하게 되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위로를 얻는다. 상처를 도려내어 새살이 나와야 아물겠지만 흉터는 가슴에도 남는다. 대신 아픈 상처를 감싸는 타투는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새기는 작업. 영원한 멋을 입는 작업이 타투다. 그런 타투에 매료되어 소중한 기억을 입히는 타투이스트가 된 모리의 이야기가 운명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아 조금은 다행이다. 겁이 많아 죽을때까지 내 몸에 문신은 없을 예정이지만 화상입은 발을 보며 타투를 생각해 본 적은 있다. 다 늙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마는...지금은 흐린 흔적만큼 기억에도 남길게 없다. 이은정 작가님에게 는 타투가 있었던 기억이...낯설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인생 여정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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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기 직전, 글마무리 즈음에서 발견한 문구. 살아보니 나쁜 기억과 한 몸이 되는 순간이 온다, 는. 어떤 기억은 형체도 없는 주제에, 형체가 있으나 꼬옥 숨겨진 심장에 각인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심장에 새겨진 문신같은 기억이라고 불렀다.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춘 뒤에야 비로소, 그 생명을 다할지 모를 기억들이는 생각에. 때론 자포자기였고, 때론 공포였고, 때론 무력함이었던 시간의 폭력 앞에서.. 그 물리적 길고 짧음과는 상관 없이 내게만은 영원의 생명력을 가져버린, 그 기억. 그것이 내 심장에 난 상처의 흉터인 것이라면, 그 흉터에 커버업을 하고싶어졌다. 그럼, 어쩌면 진짜 기억과 이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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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에는 상실을, 겨울에는 회복을 반복하는 운명. 반드시 회복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반복되는 상실이 조금 덜 괴로울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겪어도 겪어도 아픈 게 있는 법이니까. 믿어도 믿어도 불안한 게 미래니까. "103p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보편적 정의를 만들고 싶었던 인간. 못된, 아주 못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서른을 목전에 두고서야 그 작은 편견과 옹졸함에서 벗어났다. 111p.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며... 매번 아파하며... 매번 불안해하며... 비겁하고 지질하게 살아온 것도 모자라...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보편적 정의를 만들고 싶은 못된 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소설은 타투이스트 손에 쥐어진 바늘 같았다. 콕콕 찌르고 결국은 피를 내고 말았다. 학폭과는 무관하게 살았지만 내 안에는 민정, 소라, 영화, 현진이가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모리와 조커처럼 살고 싶다고. 사주, 팔자 이런 거 안 믿는데 은근히 신경 쓰이는 아홉수를 나또한 호되게 보내면서 새기든 지우든 상처로부터 한 발 떨어지고 싶다고... 몸에 새겨서라도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있다면 나도 한 번 해볼까 살짝 흔들릴 만큼... 이 소설은 강력했다. 제대로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이지 싶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보일 듯 말듯한 옷소매 밑의 타투처럼 반전들이 튀어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