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2%
  • 리뷰 총점8 28%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8.0
  • 50대 10.0

포토/동영상 (5)

리뷰 총점 종이책
사각 사각....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사각 사각....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심한 편은 아니지만 연필 여러 자루를 책상 아래 상자함에 고이 보관할 정도로 연필을 좋아한다. 만년필 처럼 고가의 필기구도 아니고 발품을 팔면 오래된 문방구에서 득템도 가능하다.(문화 더존 연필의 경우 지금은 중국생산이지만 2005년까지 전주공장에서 만든 한국생산이어서 운 좋으면 오래된 문방구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릴 적에는 큰아버지께서 미군 부대에서 근무를 하셔서
"사각 사각....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심한 편은 아니지만 연필 여러 자루를 책상 아래 상자함에 고이 보관할 정도로 연필을 좋아한다. 만년필 처럼 고가의 필기구도 아니고 발품을 팔면 오래된 문방구에서 득템도 가능하다.(문화 더존 연필의 경우 지금은 중국생산이지만 2005년까지 전주공장에서 만든 한국생산이어서 운 좋으면 오래된 문방구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릴 적에는 큰아버지께서 미군 부대에서 근무를 하셔서 가끔 집에 오시면 미국산 연필 몇 자루를 선물로 주시곤 하셨다. 그 당시에는 미국 제품이면 다들 알아 주던 때라 학교에 가지고 가면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정희재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는 연필 마니아인 저자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에세이이다. 저자는 연필 하나 하나의 필기감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고, 가격이 좀 비싼 구형 연필도 찾아서 구입하는 연필 마니아 중에 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 연필에 대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애정을 일깨워준다. 연필의 주재료인 흑연이 처음 발견된 것은 1500년대 영국의 컴벌랜드 지역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쳐 나무들이 모두 뿌리가 뽑혀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목동이 어느 쓰러진 나무 밑을 지나다 검은 물체를 발견한 후 그 검은 물체로 자신의 양에 표시를 한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흑연을 사용한 예이고, 연필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된 것은 프랑스 콩테라는 사람이 발명한 콩테기법(흑연과 점토를 혼합해 고온에서 구워 심을 만드는 것)이 나오면서부터라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연필을 통한 저자의 오래된 추억을 한장 한장 꺼내는 덕분에 내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소환하게 된다.

 

   많은 문장들이 내 감성을 흔들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악필이라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연필로 옮겨본다.

 

 

 

 

 

 헝클어진 사고에 질서를 주길 바라며, 연필나무의 결이 드러나는 경사면을 손끝으로 매만져본다. 깎인 나무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 비 맞고 눈 맞으며 컸을 어느 산야의 향나무 한 그루가 코끝에서 우람하게 살아난다. 나무 냄새와 마른 잎사귀 냄새 속에서 종이와 연필, 손목의 힘으로 핸드메이드 글쓰기를 하는 아침. 헤어지고도 멀쩡하게 살아왔던 옛 연인과 재회하듯 내 안에 고여 있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나는 필압이 센 편이다. 마치 처음 글을 배우는 아이처럼 연필을 꽉 쥐고 꾹꾹 눌러 적는 버릇이 있다. 쓰다 보면 손이 얼얼해져 규칙적으로 쉬어야 한다. 잠시 연필을 내려놓고 굳은 근육을 펴기 위해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시간이 달다. 연필을 놓고 바라본 세상에는 여전히 모래바람이 불고 있다. 나 자신 한 점 모래였던 세월이 풍경화처럼 지나간다.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때론 살아지기도 한다."

 

                                                                                                        - p.165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아날로그라고 부르는 것들은 불편하기에 오히려 정감이 가고 우리의 오감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자전거, 필름 카메라, 아날로그 라디오 등.... 몸을 움직일수록 마음은 분주한 잡념을 멈추고 고요해진다.

 "사각 사각..." 힘들고 고된 하루지만 잘못 쓰면 언제든지 지울 수 있는 연필처럼 힘들거나 실수한 일은 지워버리고 인생이라는 우리 노트에 다시 써보자. 우리 인생은 아직 진행 중이니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6 2019.02.24. 신고 공감 17 댓글 24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연필예찬! 정말 연필을 가지고 이렇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저자에게 연필은 단순히 글을 적기 위한 도구가 아닌, 인생과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에서도 연필을 깍아줌으로써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가 하면, 낡은 문방구점을 찾아 옛 연필 찾기를 즐기고, 국내외 정말 다양한 연필을 모으며 자신에게 꼭 맞는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연필예찬! 정말 연필을 가지고 이렇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저자에게 연필은 단순히 글을 적기 위한 도구가 아닌, 인생과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에서도 연필을 깍아줌으로써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가 하면, 낡은 문방구점을 찾아 옛 연필 찾기를 즐기고, 국내외 정말 다양한 연필을 모으며 자신에게 꼭 맞는 연필을 찾으며 환희에 휩싸이는! 연필 하나로 만족스런 삶과 행복까지 은유하는 저자를 보며 내게 그런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 새삼 저자의 연필에 대한 사랑이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연필로 대변하고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늘 곁에 있기에 무심하게 대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연필에 대한 기억... 어린 시절, 저자와 달리 엄마가 연필을 깍아주었던 기억 하나 없이 나는 처음부터 샤파 연필깍기를 가졌었고, 가끔 재미삼아 칼로 연필을 사각사각 깍아내려간 적은 있지만 필요에 의해 연필을 깍아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가끔 필기감이 매끄러운 연필을 발견하면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내게 맞는 연필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글씨를 적을 때보다 그림을 그릴 때가 더 했던 거 같다.

 

  이제는 몽당연필에 깍지를 끼워 쓰는 일도 없어졌고, 교실에 잃어버린 연필이 굴러다녀도 아무도 찾아가는 이가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 아니라면 연필을 다시 만나는 일이 없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손쓸씨가 어색해진지 오래이고, 자판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지금. 책을 읽으며 연필과 함께 사라져 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랐다. 수업시간 친구와 주고받던 쪽지, 대학교 과방에 존재하던 날적이, 카페에 존재하던 방명록 같은 낙서장, 손편지 등등... 그것 또한 나는 사실 연필보다는 볼펜 등으로 쓰지 않았던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된. 진정 연필은 사라져가는 모든 아날로그적 감성을 대변하는 듯 하다.

 

  연필에 대한 아득한 나의 기억,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생생히 함께 하는구나. 오늘은 괜스레 나도 무언가 종이에 끄적이고 싶다. 연필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사각사각 손으로 깍아낸 후, 깨끗한 노트에 무언가를 기록해 보고 싶어진다. 나무향과 함께 잊혀진 유년 시절의 기억이 함께 떠오르지 않을까.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하며, 가끔은 타닥타닥 자판소리보다는 쓱쓱 쓰여지는 연필소리를 들어보련다.

 

 

k*****u 2014.12.28.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정희재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정말 좋은 책 !
"정희재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정말 좋은 책 !" 내용보기
정희재씨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다. 글이 좋다. 정말 좋다... 다 읽고 나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만 같다.   글만 좋은 게 아니라 연필과 관련하여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일화들에서 배울 게 참 많았다. 내가 만약 메이저 신문의 기자라면 .....신문에 큼직한 서평과 기사를 써주고 싶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
"정희재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정말 좋은 책 !" 내용보기

정희재씨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다.

글이 좋다. 정말 좋다...

다 읽고 나니,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만 같다.

 

글만 좋은 게 아니라

연필과 관련하여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일화들에서 배울 게 참 많았다.

내가 만약 메이저 신문의 기자라면 .....신문에 큼직한 서평과 기사를 써주고 싶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방에 머물며 글을 써가는 작가의 쓸쓸함이 안타깝다.

앞으로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널리 알려지길 기원하고 싶다.

 

연필을 소재로 하지만

주제는 '아날로그적인 삶에 대한 향수, 자신과 삶에 대한 성찰'인 것 같다. 

소재와 주제가 절묘하게 결합된 글이다.

거기다 수많은 독서를 통한 좋은 글의 인용들이 상당히 많고

자신의 삶에서 길어낸 좋은 글들이 너무도 많아서그 예를 들기가 벅찰 정도다.

 

"어디선가 오고 있을 첫 문장은 아직 내게 도착하지 않았다.

한낮인데도 눈구름을 거느린 하늘 때문에 주위는 어둡다.

창밖으로 약한 눈발이 바람을 타고 사선으로 내려온 모습이 보인다.

시야의 끝에 잡히는 산은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다. 사위는 조용하고 나는 연필을 든 채 서성인다."

 

글쓰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적이 많지 않을까?

나도 그런 적이 많다. 

그녀와 다르다면 나는 컴퓨터 앞에서, 정희재씨는 연필을 들고...

작가 김훈의 표현에 의하면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는 것은 비천하다'고 했는데

나는 글을 비천하게 쓰면서도...그의 글에...동감한다.

 

나도 한 때 연필로 글를 써본적이 있었다.

회색빛 시험지 위에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들어가며 꾹꾹 눌러가며 쓴 글은

컴퓨터 글과 확실히 다르다.볼펜, 만년필과도 다르다.

거기에는 깊은 사유가 배어들고, 온몸의 체취가 배어든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당 '두줄'을  쓴다는 시인 토마스 딜런...

적당히 타협하여 시간당 '열줄'을 쓴다는 정희재.

요즘의 우리는 글과 말을 너무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겸허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정희재는 연필 오다쿠족이다.

글을 쓰기 위해, 기획해서....연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연필 오다쿠, 매니아로서...정말 해박하다.

그 일화들이 수없이 나오는데 학창 시절, 연필을 써왔던 나지만 나는 이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지금도 연필 매니아들이 모인 카페가 있어서

서로 옛날 연필 발견하면 보내준다는 글을 읽으며...아, 그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정말 부러웠다.

 

ㅎㅎㅎ...그에 비하면 요즘의 인터넷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이란

얼마나 가벼운가? 

글과 말이 모두 한번 쓰고 버리는 싸구려 장식품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귀한 옛날 연필을 발견하면얼굴도 모르는데 값과 배송비만 주면 사다가 부쳐준다니.

 

그리고 작가 정희재가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 배고픔과 함께 연필과 얽힌 순수한 동심들이 있어

가끔 가슴이 짠해지기도 하고...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진솔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푸근해졌다.

바로 나의 과거도 그랬기에.

 

어느 분이 겪었던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하는데서는 웃다가, 가슴이 짠했다.

 

어린 시절, 어느 반에서 연필 한자루를 도난 당했는데

선생님이 그걸 찾기 위해 아이들을 협박하고 회유해도 범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몸수색을 하는 가운데 연필은 발견되었고

범인이었던 어린 학생은 선생에게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그때 아이는 두손을 비비며 '미역 갖다 줄께, 때리지 마세요, 김 갖다 줄께, 때리지 마세요."라고 했단다.

 

나는 그 처참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어린 시절 섬에서 자란 정희재에 의하면 섬에서 미역과 김은 생존이고 삶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은 그 다음날 사라졌고...

 

이렇게 연필과 어우러진 자신의 어린 시절, 타인의 이야기 등이 절묘하게

종횡무진 어우러져 연필과 관련된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어

바로 우리의 삶, 특히 잃어버린 아날로그적인 세계...'소중한 것들'이 살아난다.

 

또 정희재의 글과 함께, 그가 연필로 쓰는 글, 거기에 읽힌 일화,

그리고 그녀가 좋애했던 문장, 시, 일화들을 보며 정신적인 여행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소개한 시들이 종종 나를 옛날로 돌아가게 했다.

 

"누에는 제 수명을 줄여가면서 집을 짓는다.

아이고, 내 집이 나를 가두다니!

나의 깊이는 나의 한계였느니 "(황지우, '나는 너다')

 

한때 좋아하며 읽었던 그의 시를 보며 다시 전율하고

 

또 여행 중에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그녀가 방에서 누워 시간을 보낸 후에

나오는 이런 표현들은 나를 감탄하게 했다. 

 

"나는 숙소의 맨 안쪽 방에서 바람 세찬 날의 조각구름처럼 누워서 여행했다.

인생은 주유(周遊)와 와유(臥遊) 사이에 꾸는 꿈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오래된 도시처럼 낡고 퇴락한 은총이 머리맡에 가득했다."

 

인생은 '주유와 와유 사이에서 꾸는 꿈'이지. 맞아, 맞아...

표현...참 ... 탐난다. 살 떨린다.

 

 

또 글쓰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선생이

 

'좋은 책이 아니라 나쁜 책을 쓰라'고 말하자

학생들이 허영심을 보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며 겁없이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도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나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으며, 그러면 그 두려움도 이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글쓰는 이들에게 얼마나 보약같은 말인가.

우리는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 때문에 시도하기도 전에 좌절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람마다 다르니, 모든 사람이 이책을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느끼는 분들...정말, 정말 좋아할 책이다.

후회하지 않고, 두고두고 펼쳐 볼만한 책이다.

약이 되는 말, 예화가 많이 있어서 소장해 둘만한 책이다.

단...천천히...천천히...음미하면서 보아야 한다.

그럼 당신을 편안하고, 아늑한 아날로그적인 세계로 데려갈 것이며 

문득 조금씩 치유되어 가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속도 빠른 세상에...연필.

그 아날로그가 뜨거워진 뇌를 식혀주고,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이 책 참 좋은 책이다.

왜?...나를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좋은 책은...사람을 변화시킨다.

오랜만에 덮는 순간...감동의 물결이 밀려 오는 책을 만났다.

 

이책에는 연필, 아날로그적인 삶...등등의 표현으로 끝낼 수 없는

짙은 삶의 체험, 연륜, 지혜가 배어 들어있다.

 

읽고 나서 뿌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r****8 2014.10.17.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25년이 넘은 허름한 만두집. 그곳은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지나치기 쉬운 시장통 골목 안에 있다.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가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겨울엔 작은 가게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난로 위에 노란 주전자. 거기엔 보글보글 끓는 보리차. 1인분에 8개짜리 만두.그곳에 다녀오면 희한하게도 힘이 난다. 시골에서의 경험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25년이 넘은 허름한 만두집.

그곳은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지나치기 쉬운 시장통 골목 안에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가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겨울엔 작은 가게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난로 위에 노란 주전자. 거기엔 보글보글 끓는 보리차. 1인분에 8개짜리 만두.

그곳에 다녀오면 희한하게도 힘이 난다. 시골에서의 경험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

그런데 거기는 시골 할머니 집 같은 기분이 난다. 나는 이런 장소를 좋아한다.

친구들과는 주차하긴 어렵지만 맛으로는 유명한 이탈리아 화덕피자집엘 간다. 하지만 남편과는 저 만두집엘 간다. 남들에게는 알려주기 싫은 아지트 같은 곳.

 

군 단위의 도시를 좋아한다.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잘 나있어 도시를 통과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갈 수 있지만 일부러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간판, 낡은 가게, 빛바랜 포스터가 붙은 슈퍼마켓. 지명이 붙은 가게 이름. 그런 곳을 좋아한다.

 

라디오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TV를 보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는 적게 볼 뿐이다. 대신 라디오를 듣는다. TV에서 나오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우는 것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말소리로 방 안을 채우는 것이 훨씬 더 부드럽고 정겹기 때문이다.

 

스테들러 900 25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연필 성애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이다.

문구류를 편애하는 DNA가 있는지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펜을 모으기 시작, 재수 시절에도, 대학 시절에도 펜을 모았다. 친구들이 화장품을 살 때 나는 펜, 노트 등을 모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연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남은 몽당연필을 쓰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펜보다 연필을 더 가까이한다. 연필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쓰면 쓸수록 빠져드는 것 같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옅은 나무 향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잠시 쉬어야 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쓰고 나면 심이 뭉툭 해지기 때문에 꼭 깎아줘야 한다.

나는 이런 시간을 들이는 게 참 좋다. 컴퓨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볼펜을 쓴다 해도 어지간해서는 쉴 틈이 없다. 한 자루의 볼펜은 다 쓸 때까지 한결같은 색과 굵기를 유지할 수 있으니 굳이 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삶이란 지금까지 나를 잊게 한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문명에 적응하고 어제의 나와 경쟁하느라 지쳐갈 때, 우리가 뒤에 남기고 온 존재들이 말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순식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지난날의 애틋함이 얼마든지 오늘의 산뜻함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문 중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디지털화 되어있는 아날로그 인간인 것 같다. 아날로그 인간이지만 필요에 의해 디지털화 된.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정희재의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표지를 들여다보고 다시 책장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까닭을 알았다. 디지털화 된 아날로그 인간이 아니라, 나는 그냥 아날로그형 인간이라는 것을.

 

YES마니아 : 플래티넘 h******6 2017.02.20.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이런 상상을 해본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년 후. 이 우주 최고 문명의 시기에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한 학자 A. 그가 우연히 2억년전 지구라는 코딱지만한 행성에 있었던 연필이라는 흥미로운 물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연필에 관한 자료를 찾아 연구를 하게 되었다. 연필에 대한 책은 수십 개의 언어로 쓰여졌고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연필매니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이런 상상을 해본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년 후.

이 우주 최고 문명의 시기에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한 학자 A.

그가 우연히 2억년전 지구라는 코딱지만한 행성에 있었던 연필이라는 흥미로운 물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연필에 관한 자료를 찾아 연구를 하게 되었다.

연필에 대한 책은 수십 개의 언어로 쓰여졌고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연필매니아들이 쓴 개론서나 입문서포함, 연필에 대한 시, 소설, 수필, 논문들까지.

평생동안 연필에 대해 연구하는 사이 그 자신 연필매니아가 된 A는 그 엄청난 자료중 연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책 한 권을 골랐는데....

그 책은 바로, 정희재라는 사람이 한국어로 쓴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였다. 

 

이 아름다운 책,<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읽다보면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는 꼬마가 한단어 한단어 또박또박 공들여 글씨를 쓰는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연필이 불러일으킨 지나간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지금의 내 모습과 겹쳐진다. 그래서 잠깐씩 멈추어 심호흡을 하는 사이 저절로 천천히 읽게 된다.

작가는 `연필`을 얘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연필'이 동물이나 식물일수도 있고 학문일 수도 있고 그림일수도 있고 직업일 수도 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동전'에 미친 고등학생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24시간의 행복하고도 힘든 아기엄마라는 ' 지금 이 시기'일 수도 있다.

작가는 " 적어놓고 보니 이것은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상황에 빠진다 해도, 반대로 감사해야 할 것이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79쪽)고 로빈슨 크루소의 말을 빌려 힘든 이들에게 위로한다.

오늘처럼 몸살감기로 아픈 날, 똑같이 감기 걸린 두 아이가 낮잠도 거르고 칭얼대는 것도 밥세끼을 꼬박꼬박 챙겨 먹여야 하는 것도 고단한 날. 내가 처한 상황을 자꾸 '불행한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마음의 관성을 이런 글 덕분에 얼른 바꾸게 된다.

태어나서 팔년동안 뱃줄로 식사를 하는 딸이 불쌍해 하루 열끼를 챙겨도 좋으니 입으로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동생이 생각난다. 그러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기운을 챙겨 아기들을 먹여 밖으로 데리고 나오니 주위 구경에 신이 났다. 초등학교앞 붕어빵 포장마차앞에서 붕어빵이 찍혀나오길 기다리는데 옆에 두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던 애기 엄마, 붕어빵을 사려고 잠깐 멈춰 선다. 우리애들이랑 터울이 비슷해보여 물어보니 3살 1살, 개월 수도 비슷하다. 급호감을 느낀 두 엄마는 붕어빵을 사서 나란히 공원벤치에 앉았다. 큰애들은 붕어빵을 하나씩 손에 들고 저희끼리 낙엽놀이를 하고 젖먹이 두 놈은 각자 유모차에서 앉아 서로를 마주보고 웃고 있다. 처지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가. 거의 비슷한 또래의 아기 둘, 둘째아이가 주는 새로운 기쁨,  저도 아기면서 더 어린 동생에게 양보하는 큰 아이를 보는 짠한 가슴, 둘째 출산후 도무지 돌아오지 않는 몸상태.... 내 이야기를 격하게 공감하며 들어줄 귀가 있다는 것.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마치 귀 파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귓밥 가득한 귀를  발견한 것만큼이나 설레고 흥분됐다. 요즘에 연필을 뭉툭해지도록 쓰는 사람이 드물 듯, 귓밥이 가득한 귀도 여간해선 만나기 힘들다." (90쪽) 비유하자면 이런 종류의 반가움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공감하는 즐거움이 또 있다. "설렘 다음에 오는 익숙함과 환멸, 그리고 모든 생동하는 감정의 소멸까지 예감하는 서글픔이 내게는 있다. 이미 아는 이의 통시적인 우울함이라고 할까." (146쪽)

아, 나도 그런데.... 이런 건 배운다고, 경험한다고 얻어지는게 아니다. 어릴 때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단감나무 감이 빨갛게 익어가던 무렵,

5시가 되면 언니동생들과 청소를 했는데 나는 그날따라 감나무옆 낮은 창고 지붕위에 숨어 누워있었다. 아마도 청소하기가 싫었을게다.

서해바다가 보이는 지붕, 해가 넘어가면서 노을이 장관이었다. 옆에서는 감나무에 감이 빨갛고. 지금도 기억난다. 그 아름다움과 동시에 서글픔. 눈물까지 스르르 나왔었다.  한창 아름다웠던 청춘에는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랑이 그렇게 힘이 들었다. 익숙함과 환멸이 예상되어서. 모든것은 변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가 서글퍼서 마냥 사랑의 감정에 푹 빠질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감백배인 글귀를 자주 만나면 어느사이 나는 그 작가의 팬을 자처하게 된다. 그 작가의 모든 책이 의미를 띄게 된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은 고독할 때 가장 순수하고 맑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타인과 진심으로 소통할 때도 가볍고 밝아."(262쪽) 지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대면, 타인과의 소통. 이 두가지를 제하면 인생에 뭐가 남겠는가.

 

살면서 두고 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아름답고 좋은 때보다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한 순간이다. 다들 하는 거 나도 뭐 하는 심정으로 했던 대학시절의 컨닝페이퍼나 친구에게 빌린 마이마이를 차일피일하다 결국은 돌려주지 못한 일등. 나도 "그들 중 하나"(197쪽)였으나 끝내 그들 중 하나였기에 끝까지 남아있는 절망같은 기억. 알게모르게 자존감을 버려온 사소한 일들,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 밤에도 나는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듯 연필로 용서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와 세 자루의 연필로 인해 나는 연필을 다시 옆에 두게 되었다. 집안에 굴러다니던 연필을 모아 연필전용꽂이를 만들고 그 옆에는 연필깎는 칼과 문방구에서 산 500원짜리 연필깎이를 놓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깊은 밤에 책상에 앉아 연필을 깎고 기도문을 한 장씩 베껴쓴다. 기도문을 필사할 땐 되도록 연필깎이를 쓰지않고 직접 연필을 깎는다. 연필심이 고르게 잘 다듬어지면 어쩐지 마음까지 잘 정돈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을 치루고 있다. 어쩌다 아이들과 같이 잠들어버리는 날에는 그 다음날 밀린 숙제하듯 두 장을 필사하지 않고

그냥 그날치 한 장만 베껴쓴다. 피곤해서 잠들어 버렸는데 나만의 의식을 자신을 벌주듯 보내고 싶지 않아서다.

확실히 좋다. 볼펜이나 만년필로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가 내면에 흐른다. 나무와 흑연으로 만들어진 이 단순한 이차원의 물건이 나를 저 글자 너머 한글자 한글자가 품은 글자의 숲으로 데려가는 듯 하다.

연필 한자루 한자루에는 이미 "시인의 연필을 품은 숲"(288쪽)이 있는게 아닐까.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읽고 난 후 "1부터 300까지 쓰면서 알아차리기"(121쪽)를 나도 꼭 해봐야지 했다.

너무 당연한 거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틀리는 것들, 늘 익숙한 거라서 있는 것조차 잊고 있는 사람들,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매번 소홀해지는 누군가. 300까지 쓰는 사이 이렇게 당연,익숙,항상이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될것 같다.

나는 1부터 300까지 삐끗하지 않고 쓸 수 있을까? 작가는 처음엔 자신이 성공한 줄 알았다고 한다. 명백히 틀렸는데 그것조차도 내눈에 안보일때가 많다. 내 삶에는 얼마나 많을까, 분명 아닌 줄 알면서도 슬그머니 덮어두고 가는 것들. 내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 내마음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순간들. 그런 것들이 다시 말을 걸어오도록 이 가을에 이 책, 참 좋다.

 

 

 

e******7 2014.10.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각거림의 위로가 되는 순간,
"사각거림의 위로가 되는 순간," 내용보기
외롭고 높고 쓸쓸한 순간의 연필 테라피라는 책 커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연필로 쓴 책 제목 역시 두근거리게 했다. 연필마니아인 정희재 작가가 들려주는 연필테라피. 그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 역시도 연필을 좋아한다. 연필로 글씨를 쓸 때 그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연필을 자꾸 찾게되고 언제 처음 연필을 썼었는지 되
"사각거림의 위로가 되는 순간," 내용보기

 

 

 

 

외롭고 높고 쓸쓸한 순간의 연필 테라피라는 책 커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연필로 쓴 책 제목 역시 두근거리게 했다. 연필마니아인 정희재 작가가 들려주는 연필테라피. 그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 역시도 연필을 좋아한다. 연필로 글씨를 쓸 때 그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연필을 자꾸 찾게되고 언제 처음 연필을 썼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연필의 첫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ㄱ.ㄴ.ㄷ. ㅏ.ㅑ.ㅓ.ㅕ 를 배우던 그 시절이 기억이 날 뿐이다. 네모칸이 쳐진 공책에 꾹꾹 눌러쓰던 그 때의 그 연필. 엄마가 깍아주던 그 연필. 내가 스스로 깍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 연필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의 일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연필보다 샤프를, 그리고 볼펜을 쓰기 시작했다. 연필이 점점 사라져갔고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글쓰기는 연필로 쓰는 게 좋다고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다시 연필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왔다. 책을 읽고 난 후 필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펜, 연필, 마카 가리지 않고 써보고 있다.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하고 있어서 더더욱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자주 있다. 수많은 필기구를 이용해 써보고 있지만 연필로 쓸 때의 느낌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연필을 잡고 쓰는 순간의 고요함. 그리고 사각거림. 정희재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쓰면서 손으로 위로받고, 사각거리는 소리로 세상의 소음을 지운다." p.191

 

그렇다. 쓰는 행위만으로도 위로받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쓴다는 것만으로 보면 어떤 필기구라 하더라도 상관없겠지만, 나는 연필만의 그 필기감이 좋다.

 

작가가 굉장한 연필애호가다보니 연필종류나 그로 인한 에피소드에서는 공감을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필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연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분명 연필의 추억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작가를 보면 연필로 쓰면서 수행을 하는 것만 같다. 연필로 인해 깨닫게 되는 것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세상엔 완벽한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 왼손으로는 내 의지대로 쓰지 못하는 것처럼 세상사역시 통제할 수 없다는 것, 행복해지기 위한 문장을 정성들여 쓰면서 행복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단순한 사실이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사실들을 연필을 통해 기억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없고 긴장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 가만히 앉아 연필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깍고 쓰는 것이 시간낭비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연필을 깍고 싶어질 것이다. 연필깍기 아닌 칼로 직접 정성들여. 나는 책을 덮고나서 차분하게 연필을 깍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보았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쓰기의 기능을 구조 조정해

몸의 능동성을 하나씩 잃어가는 동안

인간이기에 지닐 수 있는 소중한 능력도

장작불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사라져가는 것은 아닐까? p.216

 

손에서 연필을 비롯한 필기구가 사라져가고 키보드. 스마트폰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손으로 쓰던 그 순간의 설렘과 온전히 내 생각에 빠지게 하는 그 고요함을 빼앗아 가버린 것 같아 씁쓸해졌다. 늘 피곤하다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나를 볼 때도 씁슬해지곤 한다. 니 책은 다시 한번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연필테라피라는 말이 딱 맞다. 내가 똑바로 서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사랑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경험하는 것일 뿐. 그 경험의 한 가운데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똑바로 서는 순간이 내게는 소중하다. 상처받고도 끝내 훼손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연필심처럼 가슴에 품고 세상의 길들을 걷게 되기를 나는 바란다. p.295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y*******2 2014.10.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얼까?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얼까?" 내용보기
누구나 무언가에 집착했던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 집착의 아이템이 오래가지 못해서 자주 변한다. 그러다보니 이렇다할 만한 전문가적인 지식을 지니거나 집착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할 만한 주변머리도 없다. 한때 관심있던 아이템에 대한 희미한 추억 정도.. 그것도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저자는 연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여러 사람들의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얼까?" 내용보기

누구나 무언가에 집착했던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 집착의 아이템이 오래가지 못해서 자주 변한다. 그러다보니 이렇다할 만한 전문가적인 지식을 지니거나 집착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할 만한 주변머리도 없다. 한때 관심있던 아이템에 대한 희미한 추억 정도.. 그것도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저자는 연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필 자체가 주는 매력이 고전적이고, 아날로그 같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러다보니 추억을 더듭기도 좋은 것 같다. 나도 최근 짐정리를 하다 새 연필 두 박스를 발견하고 연필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책이 더 맘에 와닫는 것 같다. 예전에 학교다닐 때는 샤프를 쓰지 못하게 했었다. 글자를 배우는 시기라 또박또박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연필이 더 적합했을 것 같다. 요즘은 그마저도 컴퓨터로 다하지만, 가끔 무언가 끄적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글을 안쓰다보니 머리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손으로 옮기다 보면 한줄을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작가가 수집한 연필들을 보며, 몽땅연필들이 찍힌 사진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왠지 연필이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연필로 글을 쓰고 있으면 바쁜 일상이 저절로 여유로워지고 한번더 숨을 고르게 된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으로 개인의 사치를 즐기기에 연필은 참 좋은 것 같다.

남들은 이제 가치를 높게 사지 않기 때문에 덤으로 얻게 되는 많은 연필들, 그리고 가치를 너무 잘 알기에 선뜻 분양을 해주는 사람들, 연필 마니아로서 즐거울 것 같다.

처음엔 한자루로 시작해서 이제는 한다스씩 주문한다는 연필,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연필심과 연필 종류에 따라 수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연필 하나로도 많은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의 것들, 무심코 넘겨 버렸지만 잠시나마 나의 관심을 끌던 내 소중한 것들은 내게 여전히 말을 걸고 싶어 할 것 같다.

r*****1 2015.02.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내용보기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같지만 결정구조가 달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할 수 없는 것을 흑연은 해냅니다. 연필로 쓰면서 우리는 내면의 고유하고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죠. 연필 테라피에는 분명 그런 힘이 있습니다. (15쪽)          연필 테라피, 처음 듣는 말이지만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내용보기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예담]연필 테라피를 아시나요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같지만 결정구조가 달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할 수 없는 것을 흑연은 해냅니다. 연필로 쓰면서 우리는 내면의 고유하고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죠. 연필 테라피에는 분명 그런 힘이 있습니다. (15)

    

 

 

연필 테라피, 처음 듣는 말이지만 동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단어에 동그라미 하거나 감동적인 문장에 밑줄을 쓱쓱 칠 때 나 역시도 마음이 편해진다. 책에 나온 그림을 백지 위에 연필로 베낄 때에도 사각거리는 느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푸근해진다. 커터 칼을 들고 직접 연필을 깎을 때면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서 흐뭇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잘 사용하지 않는 연필이지만 가끔 연필 사용을 즐기는 이유는 나 역시 연필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주는 평안 때문이다

 

   

 

핸드백에 연필을 넣어 다니기 위해 연필집도 만들었다. 광목으로 만든 에코 연필집이랄까. 연필심이 부러지지 않게 하려고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연필집이다. 사진 찍을 일이 있는 줄 알았으면 자수도 넣을 걸......

 

 

  

이면지가 비어 있는 날에는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짧은 시나 책속의 구절이라도 옮겨 적는다.

어느 날은 앙드레 지드가 지상의 양식맨 앞에 붙인 제사를 쓰기도 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나의 게으른 행복은 이제 눈을 뜨도다. -하피즈

 

다 쓴 뒤 게으른 행복밑에 두 줄을 그을 때,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느긋한 만족감이 뼛속까지 차올랐다. 게으른 행복은 아무것도 기대하는 바 없이 행위 그 자체를 즐길 때 찾아온다. (49)

    

다이어리나 공책보다 하얀 이면지에 쓰는 걸 나도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프린트 용지를 몇 박스나 샀을까. 연필로 쓰기도 하고 볼펜으로 그리기도 하며 여백을 채우는 기쁨을 즐긴다. 그런 날은 여백이 꽉 차오르듯 온 몸에 세로토닌도 꽉 채워짐을 느낀다.

 

연필의 역사는 처음 접한다.

흑연이 처음 발견된 시기는 1500년대 초반이다. 영국 컴벌랜드 지역에 태풍이 불면서 나무들이 뽑혔고 그 밑에 있는 검은 액체를 발견한 목동이 자신의 양에게 흑연으로 표시를 했다거 한다. 그리고 1610년까지 문구처럼 흑연을 팔았다. 연필심의 원조는 프랑스인 콩테가 발명한 콩테기법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는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 고온에서 구운 흑연 심을 만들었다. 그땐 대단한 발명이었을 테니, 콩테는 얼마나 전율했을까.

 

연필의 종류, 연필의 역사, 작가와 연필의 인연에 대한 것도 처음 접한다. 작가나 화가처럼 연필을 오래 쥐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각진 연필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하루 여섯 시간씩 연필로 글을 썼다. 그는 육각형 연필로 하루 종일 쓰고 나면 손가락이 갈라진다.”며 원통형 연필을 선호했다. (166)

 

존 스타인벡이 하루에 부러뜨린 연필이 60자루가 될 정도로 엄청난 연필을 사용했다니, 대단한 작가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부러진 연필들에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에른하르트 파버사의 블랙윙과 몽골 연필원통형 480 2를 최고로 쳤다고 한다. 몽골 연필과 블랙윙을 저자도 있다고 하니, 정말 연필마니아다. 개인적으로 구경도 못해본 연필들이다.

 

헤밍웨이도 하루에 연필 두 자루는 닳아 없어져야 하루 일을 충분히 한 것 같았다고 한다. 대단한 작가들의 엄청난 습작 분량이다.

 

오래두어도 변함이 없는 연필은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 시간과 함께 했을 것이다. 인간의 변심이 없다면 늘 곁에 있어주는 의리의 연필은 많은 작가들의 습작 시간과 함께 했을 것이다. 연필은 그렇게 문학 작품과 그림, 제품과 건축물, 노래와 연극의 탄생 순간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연필 끝에서 위대한 인류 고전이, 유물이, 유산이 만들어 졌을까. 연필은 지구 역사와 예술, 위대한 유산과 함께한 인간의 동반자였지만 앞으로도 미래의 인류와 함께 하지 않을까. 절대 시시한 연필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어마무시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연필 마니아의 연필 테라피를 읽고 있으면 곁에 있는 연필을 다시 보게 된다.

소박하지만 추억이 서린 존재인 연필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때로는 괄시받기도 하는 존재지만 때로는 향수를 자극하는 물과 공기 같은 사물인 연필이 그저 든든해 보인다. 때로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는 물건이기에 기특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연필로 쓸 때의 경쾌한 또각거리는 소리, 연필심 깎을 때의 씩씩한 서걱거리는소리에 진정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연필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느꼈기에 나로서도 연필 테라피를 해왔던 셈이다. 이젠 연필에 대한 공학과 디자인의 역사를 추적한 헨리 페트로스키 박사의 연필읽고 싶다. 연필에 대한 오마주니까.


a******7 2014.11.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생에서 가장 어둡고 긴 터널을 예고도 없이 만났을때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어 준 글들이 있다. <정희재> 작가, 그녀의 글들이었다.   <연필하나로 소박하게 풀어내는 이야기> 순식간에 fan이 되어 작가님의 블로그를 종종 찾았었는데그녀는 연필 애호가였다.풋내기 독자에게 분양을 해 줄 정도로 넉넉한 인심의 소유자였고,연필 만드는 공장까지 견학을 갈 정도의 덕후 기질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생에서 가장 어둡고 긴 터널을 예고도 없이 만났을때
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어 준 글들이 있다.

<정희재> 작가, 그녀의 글들이었다.

 

<연필하나로 소박하게 풀어내는 이야기>


순식간에 fan이 되어 작가님의 블로그를 종종 찾았었는데
그녀는 연필 애호가였다.
풋내기 독자에게 분양을 해 줄 정도로 넉넉한 인심의 소유자였고,
연필 만드는 공장까지 견학을 갈 정도의 덕후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 한권이 되어 나올 줄은 몰랐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어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단숨에 읽어버리기엔 가라앉힐 여운이 너무 벅차 아껴가면서 읽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필을 깎으면 어떨까..하는 대목에서는
그 모습이 상상이 되서..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직접 촬영해서 삽입했다는 사진 하나 하나가 참 정감어리고 멋스럽다.
그녀의 여느 책들이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그녀스런 감성으로
무심코 지나쳐왔던 어떤 사물에 대해.. 기억에 대해..이야기 한다.

 

P.16
 - 아날로그적인 삶이란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 손으로 쓰는 명상..연필테라피>

 

때때로 그녀가 알려준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미처 전하지 못한.. 못다한 말들을 가슴에 묻은 채로
내마음에 꼭꼭 눌러 써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P.295
- 상처받고도 끝내 훼손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연필심처럼 가슴에 품고
   세상의 길들을 걷게 되기를 나는 바란다

 


<그녀의 글은>

 

그녀가 좋아하는 연필 만큼이나 소박하고 따뜻하다.

 

 

 

s****5 2014.11.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잡는 필기구는 연필이다. 연필로 뭔가를 쓰고 지우개로 지우기도 하며 글씨와 그림을 배운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연필을 버리고 볼펜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 건축 분야에서 일하는 이에게 연필은 결코 버릴 수 없는 도구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그렇고, 학자 중에도 연필 애호가가 많다.   어느 집에든 굴러다니는 연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내용보기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잡는 필기구는 연필이다. 연필로 뭔가를 쓰고 지우개로 지우기도 하며 글씨와 그림을 배운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연필을 버리고 볼펜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 건축 분야에서 일하는 이에게 연필은 결코 버릴 수 없는 도구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그렇고, 학자 중에도 연필 애호가가 많다.

 

어느 집에든 굴러다니는 연필 몇 자루씩은 다 있다. 흔하고 싸고, 그래서 귀한 줄 모르는 게 연필이기도 하다. 누구나 써본,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렇지만 결코 사치라고 여겨본 적 없는 대상이 바로 연필일 것이다.

 

나는 평소에 연필로 글을 쓴다. 책상 위 연필꽂이마다 연필이 몇 십 자루 이상 빼곡히 꽂혀 있다. 평생 써도 다 못 쓸 정도로 연필이 많다. 그럼에도 여행을 가면 특이하게 생긴 연필을 사 온다.

 

이 책은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등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희재의 에세이다. 책에는 저자가 연필의 철학적인 생애와 삶을 연결해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친구도 가족도 함께해줄 수 없는 고독의 순간이 올 때마다 연필 덕분에 버텨낸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이 부제다. 연필애호가인 저자는 영혼의 속도가 일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때 마음을 되찾는 도구로 연필의 역할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위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연필 깎는 소리나 도마질 소리, 또는 바느질이나 뜨개질 같은 일상적인 모습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혼자서 아파 누워 있을 때 다정한 친구가 찾아와 옆에서 책을 읽거나 부엌에서 먹일 만한 걸 만들기 위해 또각또각 도마질을 할 때, 그 속에서 일상의 다정한 속삭임을 발견하고 안도하곤 한다. 그것은 삶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응원가였다.”(p.33)고 했다.

 

저자는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연필 한 자루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에 기뻐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여러 사레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연필 한 자루의 행복을, 주위에 흔히 널려있는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대하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연필 한 자루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연필을 손에 잡고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몸과 먼저 소통함으로써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나의 현재 좌표를 알아차리는 것. 여기서부터 정확한 현실 인식과 대안 모색이 시작된다. 알아차리는 순간, 격렬했던 최초의 충격은 진정되고 좌절한 인간에서 행동하는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운을 얻는다.

 

이 책은 연필과 아날로그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눈 뜨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연필을 통해 오랜만에 추억 속 손맛을 되살려보면 좋을 것이다.

h*******0 2014.11.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