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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뭘까? 이 물음에 답이 있기는 할까? 사는 동안 이 답을 찾아내 보려고 엄청 애를 쓰겠지만, 끝내 스스로는 알아내지 못하고 마는 게 생이 아닐지. 그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 후에 남은 사람들이 답을 정리해 줄 수는 있을 듯해도(그게 답이었는지 아닌지는 결국 모르는 것이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같은 기독교 순례길이 일본의 시코쿠에 불교 순례길 헨로라고 있다는 것. 시코쿠라는 섬의 역사와 더불어 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보여 주는 만화다. 읽기는 했지만 그림도 배경도 분위기도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아니라 떨떠름했다. 갖고 있고 싶은 만화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컴컴해서, 그림도 컴컴하고 생각도 암울하고 일화들도 우중충하고 어두워서 싫다.(나는 예쁘고 밝고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만화를 좋아하니까.)
일본의 사회가 우리보다 20년을 앞서 간다는데, 지금 일본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곧 우리나라에서도 생겨 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만화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의 불확실한 진로 문제. 잘하는 한 가지 특기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언젠가 교육 정책가들이 주장했던 것 같은데, 큰일이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이르고 말았으니.
시코쿠 여행, 시도도 안 했으면서 살짝 망설여진다. 순례를 핑계로 하는 노숙인과 도망자들이 섞여 있단다. 서울역에서 본 노숙인들도 무척 불편했었는데, 불편한 선입견 하나가 다른 많은 좋은 장면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세상에 잘못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