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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경향을 거칠게 분류해서 묶을 때, 현실 참여 시인이라는 큰 범주안에 함께 들어가는 두 시인 김수영, 신동엽의 생애와 대표작 그리고 일반적 작품 경향까지 넓게 기술한 책이다. 분량도 160쪽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문학에 관심있거나 언어영역에 자신있는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김수영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청년기를 보내고, 6.25에 북한군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탈출, 포로 생활을 하게 되며 4. 19혁명을 현장에서 지켜보았고, 독재에 온몸으로 항거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신동엽 역시 김수영보다는 열 살 가까이 어리지만 일제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고 6. 25때 국민방위군으로 끌려갔던 경험이 있으며 역시 4. 19혁명도 현장에서 지켜보았고 군부 독재 치하를 살다가 갔다.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이지만, 이들은 시인으로서 이 현실로부터 도망치거나 숨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것을 시로써 풀어냈다는 점에서 우리 현대시의 산 증인이자 대들보가운데 하나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시적 경향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김수영 이전의 우리 시는 주로 서정시에 치중되는 경향이 많았다. 김수영은 모더니즘으로부터 출발해 4. 19혁명과 그 혁명의 좌절, 그리고 군부독재 시기를 거치며 시의 지평을 확대하고, 지성적인 자기 시의 영역과 민족의 역사와 뿌리를 같이하는 것(참고 : 김수영 詩, <거대한 뿌리>)에까지 이르게 된다.
반면 신동엽은 그의 고향은 충청도, 특히 금강 유역의 농촌 정서에 기반하여 동학농민혁명, 3.1만세운동,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성에 천착한다. 그의 대표작인 <금강>처럼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속에 숨쉬는 민중들의 생생한 숨결을, 그리고 그 숨결과 물결이 흘러갈 꿈과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의 시 가운데 이러한 지향을 함축한 다음의 시를 읽어보자.
<산문시(1)>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다미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서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식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의 직업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는 것이 있는가보다. 보통의 대통령과는 다르게 칫솔을 사실 때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에서 사시는가 보다. 그래도 대통령이 칫솔을 산 가게가 대박이 난다거나 대통령 칫솔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따위의 일은 없겠지. 칫솔 가격이 수십만원으로 올라도 그게 명품이라며 너도나도 사는 일 따위는 없겠지.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하이데거와 장자를 읽는, 대학 나온 엘리트들인가보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높은 수준까지 제공되는가 보다. 물론 그 사람들이 노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나 분위기도 물론 갖춰져 있어야 하겠지. 헤밍웨이와 럿셀의 책을 라면받침으로 쓰면서 '아 나에게도 유식한 대학생 친구 하나 있었으면.'하고 탄식하는 일 따위는 없겠지.
그 나라의 국무총리는 보통의 국무통리들과는 다르게 여행을 갈 때 서울역(스칸디나비아에도 서울이 있다!ㅋㅋㅋ) 삼등대합실 매표구에서 표를 끊는다. 서민 코스프레가 아니라는 것은 그를 지나쳐가는 역장의 인사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휴가가서 기쁘시겠소". 어느 나라처럼 관용차로 휴가가는 관행 따위는 없겠지.
이 중립국은 온 나라가 꽃밭에 무지개빛 분수로 넘쳐나는가 보다. 딸아이 손을 잡고 칫솔을 사러 간다는 대통령이나 삼등대합실 표를 끊어 휴가를 가는 국무총리가 있는 그 나라에는 반대로 외세는 없는가보다. 그 동네 사람들은 애초부터 패거리를 지을 생각을 하지 않기에 그 모오든 쇠붙이는 필요가 없는가보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들인가 보다.
그래서 그 나라에는 저녁 야근이 없는가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야근을 밥먹듯 하는 흔한 대통령도 없는가보다. 그래서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은 저녁에 막걸리병을 가지고(G20 공식 만찬주일지도 모르지) '시인'을 만나러 간단다. 그 시인을 만나서 하는 얘기란...... 읽고 상상하는 독자의 몫이다.
신동엽의 화법을 빌려 반복과 병치로 시의 감상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반복과 병치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하고싶었던 말, 그만큼 중요한 말이라는 뜻이다. 신동엽과 김수영이 꿈꾸던 자유가 넘치는 세상, 평화로 하나된 세상, 제 역할을 각자 하는 평등한 세상은 어디쯤 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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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풀이라는 시를 참 좋아했다. 풀이라는 시를 좋아하면서 김수영 시인에 대해 막연한 동경같은 것이 있었는데, 막상, 이 시인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암흑기를 고스란히 체험하고 온몸으로 맞서 살다간 김수영 시인과 신동엽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분들이 살아야 했던 그 암흑같은 현실에 시대의 지식인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한 그분들의 뜻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와닿아 더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분들도 소시민이었고, 어려운 현실앞에 타협하면서 살아야 했지만, 그 현실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살고자 했고, 불의에 항거하고자 했다. 그분들의 삶을 돌아보며 나와 지금의 우리의 모습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옛날보다는 형태는 다를지언정 불안하고 힘든 현실앞에서 우리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걸까. 나또한 말이다.
조금더 현실에 맞서는 양심의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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