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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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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은 내가 살아가면서 큰 스승으로 모시는 몇 안 되는 분 가운데 한 어른이다. 선생님이 쓴 책을 통해 선생님 뜻을 받아들였고, 그 뒤로 선생님 뜻은 내 삶의 큰 좌표가 되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은 없다.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십 년 넘게 함께 일한 사람이 가까운 후배라서 선생님에 관해 들을 기회는 있었지만 내가 선생님을 찾아뵈려고 할 때는 이미 선생님 몸이 불편해서 내 욕심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선생님은 내 삶에 계속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선생님이 살아 계시면서 조직한 곳의 회원으로 오래 전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고, 그곳의 성과를 계속 출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울러 유통과 관련하여 선생님이 주춧돌을 놓은 모임의 정회원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래저래 선생님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인데 더 중요한 것은 선생님 뜻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 43년 동안 교육 현장에 몸을 담고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선생님은, 교사는 아이들과 놀기 위해 양복을 입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으로 철저하게 아이들이 준거인 교사로 지내셨다. 틈틈이 시와 동화도 썼으며 안동 조탑리에서 쓸쓸히 동화를 쓰던 권정생 선생님의 진가를 처음으로 알아보시고 줄곧 후원하며 동지로 살아오셨다. 교육자이자 아동 문학가였던 셈. 학교를 은퇴한 뒤로는 우리글 바로쓰기에 온몸을 바쳐 백성들이 이해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정신을 퍼뜨리신 분. 그러니 나는 살아가면서 주기적으로 선생님 뜻을 확인하려고 선생님 책을 읽는다. 머리로만 알지 않고 온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하고 싶어서이다. 이번 책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으니 역시 선생님 뜻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첫 장면은 용이가 어머니한테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장면이다. 아버지가 머슴살이를 해서 동무들한테 놀림을 받는 용이. 뿐만 아니라 학교에 갈 때 다른 동무들의 책보퉁이를 들어주어야 한다. 아버지가 머슴이면 아들도 머슴으로 대접받는 시절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올해까지만 머슴살이를 하고 내년부터는 남의 산전을 얻어서 죽을 먹더라도 머슴살이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다. 용이는 한 해만 꾹 참자고 다짐한다. 그러고는 학교를 가려고 산기슭을 돌아 고갯길에 올라섰을 때 다른 아이들의 책보퉁이를 받아 든다. 오늘은 한 학년씩 올라가서 그런지 책보퉁이가 훨씬 무겁다. 그렇게 동무들에게 뒤처져 올라가는데 2학년과 3학년 아이들이 용이를 앞질러 올라가며 수군거린다. 4학년이 됐다는 아이가 남의 책보퉁이나 메다 주는 못난이라고. 용이는 화가 난다. 아이들 책보퉁이를 콱콱 짓밟아 버리고 싶어진다. 발밑에 밟힌 돌멩이 하나 집어 던지니 꿩이 푸드득 날아오른다.
꼬공 꼬공, 푸드득! 그것은 온 산골의 가라앉은 공기를 뒤흔들어 놓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정말 살아 있는 생명의 소리였습니다. 날개를 쫙 펴고 꽁지를 쭉 뻗고 아침 햇살에 눈부신 모습으로 산을 넘어가는 꿩을 쳐다보는 용이의 온몸에 갑자기 어떤 힘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용이는 그 자리에서 한 번 훌쩍 뛰어올라 보았습니다. 하늘에라도 날아오를 듯합니다. 용이는 발에 채는 책보퉁이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 위로 던졌습니다. (32 - 39쪽 발췌 편집)
용이는 자기 것이 아닌 남의 책보퉁이를 남김없이 골짜기에 던진다. 이제 하늘이 탁 틔어지고 가슴이 시원해져서 건너 산을 보고 하하하 웃기도 한다. 그 동안 못난이 노릇을 한 게 억울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는 결심이 선다. 자신의 책보퉁이를 허리에 둘러메고 고개를 향해 날듯이 뛰어오른다. 용이가 자기 책보퉁이만 메고 오는 모습을 지켜본 동무들은 펄쩍 뛴다. 머슴의 새끼라며 몰매를 때릴 기세다. 그러나 용이는 번개같이 거기를 빠져 나와 발 밑에 있는 돌을 두 손으로 한 개씩 거머쥐고는 정면으로 대항한다. 누구든 덤비는 놈에게는 이 돌로 박살낼 것이라며 맞선다. 그러자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하다 결국 자기 책보퉁이를 찾으러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드디어 용이가 자유스런 꿩처럼 비상하는 순간이다. 억눌리고 억눌려 살다 비로소 자신으로 우뚝 서는 순간. 읽는 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