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이라는 것은 그저 단어를 일일이 기계적, 사전적으로 옮기는 과정이 아니다. 옮기려는 언어의 맥락과 정서에 맞도록 매끄럽게, 더러는 문화적인 상상력을 가해 재창작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컨텐츠가 국제적으로 각광받으며 영상매체뿐 아니라 출판매체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에 누군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지 않은 게 서양 언어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번역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과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동안은 한영번역이건 영한번역이건 우리가 한국인인 입장에서 영어 텍스트에 맞춰주는 번역을 했지만, 이제는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곁들이는 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의 입맛에만 맞도록 사대주의적으로 뜯어고칠 필요도 없다. 우리만의 방식을 고집하라는 국수주의적 입장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번역은 크고작은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번역가의 창작이 가미된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건 참 좋지만, 채식주의자 영어판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말했듯 'K-문학'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게 마냥 바람직한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창작물이라고 외국인에게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고유의 것을 외국 소비자들 취향에 맞춰주겠답시고 억지로 뜯어고치면서까지 보여주는 것 역시 옳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모두가 공감할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우리나라 문학만의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문학번역이라는 게 영어 실력과 국어 실력, 그리고 문화적 상식을 모두 갖춘 채 수행해야 하는 작업임을 생각하면 분명 값진 일이지만 결코 쉽진 않아보이는 과정이다. 그래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이 분야도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