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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인 진화학자이자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초기 저작 중에 《눈먼 시계공(Blind watchmaker)》란 책이 있다.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가 길을 가다 시계를 발견했다면, 그처럼 정교한 장치가 저절로 만들어졌을 리 없기 때문에 누군가, 즉 시계공가 만들었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데 대해 리처드 도킨스는 반박하며 시계공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눈먼’ 시계공, 즉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시계는 19세기, 아니 그 이전부터 정교함과 복잡함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져 왔다.
시간이 존재하면 당연히 그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했던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그 측정의 방법은 발달을 거듭해 시계라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시계라는 장치는 역사적인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이를테면 하루를 몇 시간으로 볼 것이냐, 혹은 시간을 얼마나 너그럽게 볼 것이냐 등등) 시계는 그 형태를 달리해왔고, 시계 자체를 기능적으로 볼 것인지, 장식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도 모습도, 기능도, 꾸밈새도 달라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1차 세계대전을 즈음으로 해서 그 이전에는 여성들이 팔목에 시계를 차고, 남성들은 회중시계를 들고 다녔다면, 긴박한 상황에서 바로 시계를 확인할 필요 때문에 남성들이 팔목에 시계를 차기 시작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시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어떤 과정을 발달해왔는지 기능적으로, 미학적으로 이해하고, 또 그런 시계를 사회와 개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계 제작과 시계의 역사를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보면 시계와 관련한 일을 하는 이면 가능한 상황 같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게 가능한 것은 바로 이 책의 저자, 레베카 스트러더스가 시계 제작자, 즉 시계공이면서 시계학(시계의 역사)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기계로서의 시계와 역사로서의 시계는 매우 절묘하게 만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이렇게 써놓고도 뭔가 이율배반적이란 생각이 든다. 명색이 이과 출신인 내가?) 나는 시계의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기계로서의 시계와 관련해서는 낯선 용어들 때문에 상당 부분 그러려니 하면 넘어갔고, 심지어 마지막 장 “시계 고치는 법”은 거의 넘겨버렸다. 그렇게 반쪽만 읽은 셈인데도 나는 다른 책이라면 두 권을 읽은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저자가 시계의 역사만 심드렁하게 나열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시계의 역사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역사가 죽은 역사가 아니라 바로 현재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역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도였다 시계를 제작을 배우는 거의 유일한 여성으로서, 시계를 고치고, 시계를 제작하고, 시계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로서 역시 시계 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지금까지 이어온 삶 자체가 어쩌면 역사란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관심이 가는 역사들이 있다. 우선 존 해리슨의 ‘경도상(The Longitude Prize)’과 관련된 이야기는 데이바 소벨의 《경도 이야기》란 책으로도 잘 알고 있고, 또 항생제 내성과도 관련이 있어서 강의 때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직접 시계공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였던 ‘윌터의 시계’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존 윌터라는 가상의 시계 제작자의 이름을 빌어 네덜란드풍으로 만들어진, 말하자면 짝퉁 시계인 셈인데, 당시의 시대상과 시계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마리 앙투와네트와 관련된 시계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른바 ‘여왕의 시계’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는 다른, 당시 프랑스 왕실의 고급스런(?) 취미가 시계에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브레게라는 천재 시계 제작자가 의뢰를 받고 수십 년에 걸쳐(앙투와네트가 죽은 이후에도) 제작하고, 결국은 아들 대에 걸쳐 완성했다는 시계 이야기는 시계 장인의 집념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남극 탐험에서 죽은 스콧의 시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죽은 콘래드 앵커의 시계,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터진 시각에 멈춘 시계 등등은 그 주인의 비극성과 함께 시계가 무엇을 증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스위스의 수출회사에서 통역 및 사무직으로 일하던 독일 출신의 한 젊은이가 영국으로 이주해 후원자와 함께 시계회사를 차리고 천재적인 마케팅 실력으로 시계의 역사를 다시 바꾼 역사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빌스도르프 앤 데이비스(Wilsdorf & Davis)’라는 이 회사는 1914년 새로운 회사명을 등록했고, 1915년부터 새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왜 이 사무원 출신의 시계회사 사장을 기억해야 하냐면, 새로 바뀐 회사명이 바로 롤렉스(Rolex)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생기면서 시간이 생겼고, 인류가 태동하면서 시간에 얽매였다. 산업혁명 이후로는 시계에 예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과 관계없이 살 수 없고, 그래서 시계를 제쳐두고 이 사회에 존재할 수 없다. 그 시계의 역사, 시간의 역사가 무섭고, 흥미롭고, 또 고맙기도 한 이유다. 시계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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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의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인 레베카 스트러더스가 들려주는 '시계'와 '시간'의 역사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시계의 시간 HANDS OF TIME》에는 인간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시계'의 시작부터 인류가 처음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갖게 된 이야기까지 시계와 시간에 대한 역사를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 시계 제작자의 눈으로 바라본 시계와 시간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시계 clock'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clocca'와 불어 'cloche'이다. 두 단어 모두 '종'을 뜻하는 단어로 교회의 종 탑 시계와 시계의 관계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해시계, 물시계 그리고 손목시계까지 이어지는 시계 제작 역사의 시작은 어디일까? 기계화된 세상에서 수작업으로 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계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시계의 시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시계 제작 역사를 들려주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부속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은 부속 하나하나를 직접 가공하고 조립하는 장인들의 경이로운 모습을 담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대용 시계 이야기도, 스프링을 동력원으로 하는 시계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랜 시계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또, '시계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시계도 만나볼 수 있고, 비극적인 남극 탐험으로 알려진 탐험가 스콧의 시계도 만나볼 수 있다. 시계 제작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다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는데 이 인물의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느껴진다. 시계 제작을 완전히 익히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과학적 이론, 수작업 기술, 디자인 재능까지 모두 가지고 있었다는 브레게의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p.342. 우리 모두는 시간의 순간들과 그 시간을 동반하는 기억들로 삶을 측정한다. 시계 제작이라는 낯선 분야의 모든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시계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 가치를 창작하는 예술적 기질과 함께 시계 제작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그림'해설과 '용어 정리'를 보여주는 친절함도 가진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3D 프린팅 기술이 있는데 수작업으로 작은 부속들을 직접 만든다는 게 너무나 대단한 것 같다. 저자의 대단한 열정을 만나보고 싶다면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계의시간 #레베카스트러더스 #생각의힘 #시계 #역사 #시계제작자 #책추천 #도서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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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가구, 빈티지한 옷처럼, 지나온 시간 흔적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특유의 취향이 있다. 바쁘게 살기보다는 지금 여기에 머무르길 원한다. 새로운 것을 즉흥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고 되살린다. 인문학 책 추천 <시계의 시간>을 읽으며 그런 오래된 것들에 대한 취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영국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다 한 세기가 넘은 공구를 손에 쥐고 하루 종일 시계를 고치며 시간을 듣는다 그런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저자는 어떤 시간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시계의 시간> ✔<월스트리트 저널> & BBC 라디오 추천 ✔이탈리아 등 세계 10개국 출간 ✔시계의 매혹적인 역사가 궁금하다면 섬세한 일러스트와, 진귀한 사진과 함께 즐기기 좋은 인문학 책 추천이다 태어나자마자 시간 속에서 사는 게 너무나 익숙한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사실, 인류에게는 시계가 처음부터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시계의 등장은 불과 500여 년 전, 지금처럼 작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주머니에 넣고, 손목에 차게 된 건 또 훨씬 뒤의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시계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추적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역사책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시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뭔가 푹 빠져드는 지점이 있다 자기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풍기는 매혹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에를 들면 이런 이야기들, 영국 메리 여왕이 간직했다고 하는, "시간은 모든 것을 삼킨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죽음을 늘 상기시키던 '해골 시계'라든지 혹은 시계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작품, 프랑스 혁명기에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장인 브레게가 만들었던 '시계의 모나리자'라든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시계의 역사 속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계인 '시계의 모나리자'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이 작품은 시계 역사상 가장 부가 기능이 복잡하고 아름답고, 귀중한 작품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이외에도 총 23가지 부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고, 와이어로 만든 섬세하게 조정된 소형 징으로 60분, 15분, 1분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시간 방정식’을 보여주었다. 177쪽 브레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시계 장인으로 그를 두고 이런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브레게 시계를 몸에 지니는 것은 천재의 두뇌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의: 명품 '브레게 시계' 아님! 사람 이름임! ㅎㅎ) 지금은 사실 누구나 쉽게 시계를 가질 수 있다 공장에서 손쉽게 똑같이 찍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옛날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거 시계 장인들은 과학적 이론, 수작업 기술, 그리고 디자인 재능을 모두 갖춰야 했다 도재 기간만 십수 년이었으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런 장인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시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이 시간을 다루기 위해 살아온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물 같은 존재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우아하고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손목시계를 좋아한다면,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면 특별히 더 좋아할 것 같은 인문학 책 추천이다 사실 일반적인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애플워치를 찬지는 꽤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목시계의 세상은 종말을 고한 건 아닐까?" 저자도 같은 고민을 했던 듯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으니 말이다 전자책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 책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떠들었다. 이북 리더기로 모든 책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22쪽 하지만 우리 모두 알듯 아직 책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부활했다 손으로 넘기는 감각, 종이의 질감 이 모든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저자는 시계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시계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빈티지 시계가 더욱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시계 복원 작업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걸 단순히 복고 감성 혹은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업데이트 속도는 무섭고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어제 불가능했던 게 오늘은 되고 내일은 또 다른 신기술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점점 불안해진다 "나는 혹시 뒤처지고 있는 걸까?" "나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건 아닐까?" 그 불안을 이겨내는 방식은 어쩌면 천천히, 정성 들여 만든 오래된 것들을 손끝으로 느끼는 일 아닐까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다 시간을 '느끼는 방식'을 바꿔주는 물건이다 지금 이 순간, 잠시 손목 위에 흐르는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역사책 추천 <시계의 시간> 책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책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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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제작하는 제작자이면서 시계와 관련한 모든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처럼 시간이 곧 생계 수단이다. 본 책은 시계제작자로서 저자의 경험과 함께 아주 오래전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가 만들어지던 시기부터 현재 스마트워치가 나올 때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날로그 손목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하였고, 숫자가 표시되는 카시오, 지샥 같은 디지털시계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제품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시계의 형태뿐만 아니라 시계가 발명되고 양산되면서 변화하는 사회상 역시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계가 만들어졌지만 보통 임금보다 비쌌던 산업혁명 시기에 "주인과 관리자가 원하는 대로 일해야 했"던 것이다.(212페이지) "공장에 걸린 시계는 아침에는 앞으로 돌리고, 밤에는 뒤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라기보다는 기만과 억압을 은닉하는 도구였다. 우리 모두 그런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말하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노동자는 시계를 가지고 다니기를 우려워했다. 시간의 과학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해고당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212페이지) 어떤 것을 알고 싶을 때 그 역사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늘날 내가 매일 차고 다니는 스마트워치를 볼 때마다 시계의 역사를 떠올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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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시간> - 멈춰 있던 물건 안에서 시간이 움직일 때 💡금속은 기억하지 않지만, 기억은 금속 안에 남는다 작은 회중시계를 분해한 적이 있다. 낡은 유리 밑에 희미하게 긁힌 자국이 있었고, 초침은 한 달 전 어디쯤에서 멈춰 있었다. 그걸 만들었을 사람, 차고 다녔던 사람, 손에서 손으로 건네받은 사람을 알지 못했지만, 닳은 모서리와 느슨한 태엽만으로도 이 시계가 어떤 시간을 견뎠는지는 알 수 있었다. 기계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를 통해 사람을 기억한다. 그게 금속으로 된 것이라면 더 확실하다. 어설프게 맞물린 기어들, 오일이 말라버린 축, 공기 사이로 녹이 들어간 이음새. 이건 누군가가 오래 들고 다닌 것이고, 자주 만졌고,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쓰인 물건이라면, 역할이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고치는 일은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견딘 걸 복원하는 일이다 수리를 한다는 건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이면서 어느 정도까지 복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회복이 아니라 재조립이다. 시계를 고치는 일도 마찬가지다. 손목을 떠난 지 오래된 기계는 처음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 남은 마모의 정도, 느슨해진 부품, 사라진 태엽 자국들을 다시 세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긴다. 정확한 시각을 되찾는 일보다, 계속 멈춰 있던 것에 다시 감각을 붙여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정밀한 기술보다, 얼마나 오래 보고 만졌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그 물건을 오래 쥐고 있던 사람을 잠깐 불러오는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더 붙여 쓴다 시계는 늘 시간보다 뒤처진다. 전지 교체가 늦거나, 태엽을 안 감았거나, 단 몇 초가 밀리거나. 그 작은 오차를 사람은 신경 쓰고, 또 용서해 왔다. 최신 기계들이 정확도를 자랑할수록, 오히려 수동 시계가 가진 불완전함이 다르게 보인다. 느리거나 빠른 바늘을 보며 시간을 대충 짐작하던 사람들의 손끝에는 규칙과는 다른 감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긋난 것을 바로잡는 기술보다, 어긋난 채로 두고도 쓰임을 만드는 감각. 시계는 늘 보완하면서 사용해왔다. 완벽이라는 말이 고정이 아니라 유연함에 가깝다는 걸, 이런 기계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시간이 조금 밀려 있어도, 돌아간다는 게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시간이 아니라 순간들을 고정하는 장치 정확하게 맞춘 시계도 결국은 하루에 몇 초씩 밀린다. 중요한 건 그 오차가 아니라, 그 시계를 보고 일어난 어떤 순간들이다. 그걸 착용했던 사람이 하루 중 몇 번이나 시선을 옮겼는지, 그날의 약속에 늦지는 않았는지, 분침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의 손목에서 오래 있었던 시계는 일종의 풍경이 된다. 시간이라는 건 숫자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의 리듬, 바쁜 걸음, 멍하니 있던 틈 같은 것들로 기억된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다 쓰고 남은 껍질에 가깝다. 그래서 다 닳아도 버리지 못하고, 멈췄어도 손에서 놓기 어렵다. 숫자는 지나가지만 물건은 남는다. 📖서평 요약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는 기계이지만, 어떤 시계는 그보다 더 많은 걸 담고 있다. 손에 쥐었던 감각, 멈춘 순간의 공기, 반복된 일상의 리듬. 그 안에 새겨진 흔적은 한 사람의 하루들이었다. 시계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기억하는 물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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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시계의 시간 by레베카 스트러더스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시간' 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그저 해와 달의 움직임을 보고 시간의 변화를 느낀다면, 인간들은 시간을 정확하게 계측하고 생활에 이용하기 위해 '시계' 를 발명하기 까지 했다. 여기에 일반인들과 다른 시선으로 시계와 시간을 보는 이가 있다.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심지어 2017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21세기 시계제작자인 저자의 눈으로 시계의 역사와 시간 자체의 역사를 볼 수 있다. 현재 고고학계에서 최초의 시간을 측정한 장치는 4만 4000년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후로도 시간을 측정하려는 기발한 장치들이 발명되어왔고, 초기 시계는 '버지 이스케이프먼트' 라는 장치로 100퍼센트 기계식 시계에서 시작하여 19세기 초까지 계속되었으며 최초의 교회 종탑시계도 탄생했다. 이후 천문학자들로 인해 시계의 정확도는 더 높여졌다. 그리고 드디어 18세기 중반, 토마스 머지는 현대 기계식 시계의 핵심인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를 고안해냈고 이후 거의 모든 기계식 시계와 손목시계에 채택되어 사용되었다. 시계의 발전과정은 신비롭다. 점점 작아지고 점점 정교해진다. 마치 인간이 하늘을 날기위해 수많은 시도를 한 것처럼, 시간에 대한 인간의 탐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초창기 발명가들의 실험과 발견, 시행착오,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순수한 기쁨을 함께 느낀다. 이는 저자 본인도 시계를 제작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감정에 몰입한 결과다. 세상의 변화로 수많은 종류의 시계가 나오고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정확하고 동일한 시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녀가 만드는 기계식 시계에는 더 큰 의미들이 담겨있다. 시계장인들이 오랜시간 공들여 만든 시계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그녀에게 시계는 작은 예술품이자 장인들이 갈고 닦은 시계의 발전역사가 담긴 창작물이며 과거, 현재, 미래를 품고 있는 공간 그 자체인 것 같다. 우리 세대는 태어났을 때, 이미 시계가 존재했고 시간을 보며 자라왔다. 그러다보니 시간을 공기처럼 늘 함께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의 흐름에 딸려가던 때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도구로 사용하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시계의 역사를 다루지만, 시계의 변화 만큼이나 인간이 느끼는 시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같이 느껴진다. 두루뭉실하던 시간개념이 세밀해질수록 인간이 보는 세상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시간은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tp.book #시계의시간 #레베카스트러더스 #생각의힘 #서평단 #도서협찬 < 생각의 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베스트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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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기계화되고 디지털화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자연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우리가 전혀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늘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거기에 더해 어떤일들은 시간이 가야 해결된다는 사실도. 📖 시계와 인간은 모두 맥락의 산물이다. 📖 시계는 시간을 측정할 뿐 아니라 시간을 구현한 것,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그 흐름을 인식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랐다. 시계 제작자이자 영국 최초 시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저자는 시계를 통해 인류의 시간 인식과 기술, 문화를 이야기한다. 고대 해시계부터 정밀한 현대 스마트 워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측정하고 다루어 왔는지 시계 복원 경험을 바탕으로 숨겨진 이야기와 기술자들의 열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시계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지식과 철학이 녹아든 문화유산으로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시화하려는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정교한 기술로 이어지는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