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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매이션 <빨강머리 앤>에서 내가 가장 탐낸 것은 앤의 다락방이었다. 다락방의 창문에 걸터 앉아 ,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바람에 날리던 벚꽃눈, 비오는 날의 우울, 하얗게 눈 내리는 풍경, 밤하늘의 무수히 찍혀 있는 별, 다이안과의 통신등 앤이 나에게 보여준 이 모든 것들은 다락방이 주는 환상 체험이었다. 그때,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던, 방 세칸짜리 좁은 단독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앤의 다락방은 부러움의 공간이자 상상의 세계에 머무는, 현실 불가능한 공간이기에 더욱더 간절하게 탐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다락방에 대한 미련은 아직도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여름에 덥고 겨울엔 추울 것이 분명한, 그 곳에 대한 갈망이 주책스럽기는 하지만, 다락방을 꿈꾸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어쩜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곳이 아닐까. 누군가는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은 피난처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험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장소로 말이다. |
|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렬한 바람에 날려 빗방울은 사선으로 떨어져 내리고 약한 가지가 부러져나가고 나뭇잎들은 사정없이 흔들리다 바람에 날려간다. 허리케인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바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거대한 바람과 비를 몰고 오는 태풍이 몇차례 상륙하곤 한다. "태풍"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엄마가 가끔 들려주시던, 59년에 몰아닥친 사라호 태풍이 생각나는데, 엄마가 말씀하시길 그 때는 동네 곳곳이 물에 잠기고 돼지 같은 가축들이 정말 냇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기도 했다고 한다.(참고로 사라호 태풍의 최대 중심 풍속은 초속 85m, 평균 초속 45m의 강풍을 동반했었음) 이 책에서 허리케인이 불어 닥쳐서 가족 모두 집안에 머물고 있던 중 동생이 형에게 바람이 고양이 한니발을 날릴 만큼 세게 불지 묻는다. 그러자 형이 "시속 몇 Km"라는 표현을 써서 대답해 주는데 솔직히 그것으로는 아이들이 바람의 세기를 확연히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시속80km 정도면 고양이가 날려갈 정도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같은 회오리바람의 한 종류인 토네이도(시속300~500km)라면 정말 날려가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풍속이 초속 30m정도면 건물이 부서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힌다고 한다니, 데이빗과 조지네 마당의 커다란 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마당에 널브러진 것도 그 정도로 강한 바람이 몰아닥쳐서인 모양이다. 정전 사태까지 일어나서 두 형제는 침대 위에서 비상등을 켜놓고 대화를 나누는데 그 모습을 보니 밤에 큰 손전등을 켜놓고 속닥거리곤 하는 우리 집 두 딸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 데이비드 위스너가 환상을 펼쳐 보일 공간으로 선택한 것은 뿌리째 뽑혀 쓰러져 버린 나무이다. "잠자는 거인" 같이 마당에 누워 있는 나무를 보며 데이빗은 정글놀이를 하자고 제안하고, 형제는 용감하게 정글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쓰러진 나무의 한 편에서는 고양이가 발을 핥고 있는 현실의 세계가 존재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형제가 만들어 낸 정글의 세계, 즉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와 무시무시한 표범이 등장하는 정글과 엄청난 크기의 문어와 해적이 등장하는 바다,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요상하게 생긴 외계인이 땅 속에서 솟아나오는 우주공간 등, 자신들이 구축한 상상의 세계에서 두 아이는 정말 신나게 논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 공간 속에서는 이들 형제가 무적인 것을!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무가 이웃집 마당으로 쓰러진 탓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은 치워져야 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상상을 펼쳐가며 즐겁게 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주던 나무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조각조각 잘려 나가버리다니,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얼마나 상심이 크겠는가... 전기톱으로 잘려져 한 쪽에 쌓인 나뭇조각들이 산산히 부서진 형제의 마음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이제 형제는 또 다른 폭풍이 불어 닥치기를, 그리고 하나 남은 큰 나무가 이번에는 자기 집 마당에 쓰러지기를 소망한다. 그들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더구나 작가는 고양이에게도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신기한 스쿨버스 7권인 <허리케인에 휘말리다>편에 허리케인의 바람 속도나 허리케인의 눈에 바람이 불지 않는지 등의 다양한 지식이 나와 있으니 이 책과 함께 곁들이면 좋을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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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의 소개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시간상자라는 책을 보고 이 작가의 책을 모조리 구입. 아기와 함께 읽고 있다.
초록색 눈보라와 유리창에 붙여둔 종이테이프. 괴물모양으로 아이들이 붙여둔 듯 싶다.
어릴 땐 이런 나무 하나가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나도 그러했듯이. 이 책을 보면 어릴 때 추억으로 아련히 빠져들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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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속에서도 빛나는 아이들의 상상력]
사람이 삶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것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즉, 어른이 되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조금은 해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이리저리 재고, 감성보다는 원칙과 원리로 따지기 시작하면서 우린 어른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아이들로써의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어떤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나에게 해가 되는지 득이 되는지를 떠나서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낯섬과 두려움에 대해 맞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어린이들의 힘이 아닌가 싶다.
어른이면서도 어린아이만큼의 기발한 상상력을 자기고 있는 유연한 작가라고 하면 1순위를 다투어 떠오르는 작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데이비드 위스너이다. 이미 [이상한 화요일]을 통해서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하늘을 나는 개구리를 탄생시킨 작가로 여겨진다. 정갈하고 조금은 딱딱한 그림 속에서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은 기발한 상상력과 위트가 그의 작품에는 넘쳐 흐른다.
집과 커다란 자동차까지 삼켜버릴 듯한 허리케인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어른들과는 달리 그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이들 역시 그의 작품 속에 있다. 마을에 닥칠 허리케인을 대비해서 집밖에 있던 고양이 한니발을 끌어안는 데이빗과 조지. 그 아이들은 허리케인의 한가운데서도 그 눈으로 들어가고 싶다거나 나부끼는 나뭇잎을 초록 눈보라라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허리케인이 지난 후 이웃집 마당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는...본격적인 상상의 나래를 편다. 바로 이 순간부터가 이 작품의 진가가 발휘되는게 아닌가 싶다.
마당에 쓰러진 거대한 나무 위에서 두 아이는 정글 속 탐험대도 되고 온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해양탐험가도 되고 우주 한가운데서 별과 외계인을 탐사하는 우주탐험대도 되어 본다. 과연 그 다음은 ?? 두 아이는 이 나무 위에서라면 어디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대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허리케인이 가져다 준 커다란 나무는 아이들에게는 허리케인의 선물이자 자신들의 모험의 아지트인 것이다. 그런 나무가 잘리고 치워지는 실망스러운 순간, 다시 한 번 허리케인이 다가온다는 반가운?^^소식이 들린다. 어른들에게는 무서운 허리케인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두려움이 아닌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모험과 상상의 대상이라는 걸 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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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다. 데이비드 위즈너하면 칼데콧 수상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그림책을 자세히 읽어 보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우연찮게도 아이가 들고 온 책이 데이비드 위즈너의 허리케인이었다. 대부분 그림없는 그림책만을 생각했는데,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한 책이었다.
허리케인은 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으로 우리나라 말로는 싹쓸바람이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하루는 아이가 묻는다. 엄마 허리케인이 뭐야? 나또한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 검색을 해 보니 이와 같이 나온다. 대부분은 소형 급이지만 어떤 것들은 태풍에 맞먹을 정도로 대형급이라고 한다. 태풍하고 같은거야? 하고 묻길래 태풍은 태평양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대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은 허리케인이라 부른다고 하니 발생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이었다. 인도양에서 발생한 것은 사이클론, 호주 북동부에서 발생한 것은 윌리윌리라고 한다. 아이를 통해 나또한 하나의 지식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림책 허리케인은 허리케인이 오기 전 형제의 모습과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뒤 쓰러진 나무에서 형제가 상상한 놀이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태풍 차바로 아이는 태풍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태풍으로 인해 휴교해서 집에 있었는데, 부는 바람과 비에 창문이 부서질 듯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태풍이 물러나고 해가 비칠 때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읽으니 이 그림책의 아이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허리케인으로인해 나무가 쓰러졌는데 어른들에게 골칫거리이지만 아이들은 그 나무가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어 온갖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무궁무진한 곳이 된다. 정글이 되어 탐험을 나서기도 하고 배가 되어 세계를 누비기도 하고 우주선이 되어 별과 우주를 여행하기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나무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커다란 나무가 조각조각 잘려 나가는 것을 보고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들의 비밀 장소이며 상상의 공간이 사라져 버리니 아쉬움이 한가득이겠지. 하지만 아이들은 또 하나의 느릅나무를 보며 폭풍이 몰아치니 어서 들어오라는 아빠의 말에 지긋이 웃음을 보이며 이 나무가 우리 집 마당에 쓰러질 것이라며 이야기를 나누며 끝을 맺는다. 마지막 그림에는 형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폭풍으로 인해 비가 내린 창문을 통해 물고기가 가득한 그림을 보여준다. 상상인지 아니면 폭풍으로 인해 홍수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위트는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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