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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짐, 짧은 소견으로 문학사적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지 이 소설의 독특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랄까, 이 소설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여객선의 선원이었던 짐은 배가 조난당하자 배를 버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배는 침몰의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구조되고 주위의 강요와 스스로의 자괴감에 점차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곳으로 도피한다. 그렇게 정착한 곳은 원주민들만이 살고 있는 동남아의 오지. 여기서 원주민들에게 '로드짐'이라 칭해지며 존경을 받으며 산다. 그 존경에 응답하려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두가지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나는 계속 언급했던 소설 자체의 독특함.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말로란 화자는 짐과 그 주위 사람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우리는 말로의 입을 통해 사건에 대해 듣고, 그 사건의 주인공들의 생각과 감정을 듣는다. 이야기를 읽은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다. 이 새로운 독서는 이 책을 소장목록에 올리게 되는 아주 지대한 이유이다. 다른 하나의 소설의 인상은 주인공 짐이라는 캐릭터이다. 짐에게서 나의 모습을 찾을수 있었다. 짐은 항상 영웅이 되고픈 마음을 갖고 있으나 정작 위기에선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이후 그의 고행은 시작된다. 벌을 받는 심정으로 원주민들을 리드했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까지...책읽기 내내 짐과 함께 생각하고, 움직이고, 호흡했다. 상당한 몰입력을 가지는 멋진 책이다. 즐거운, 새로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동안 지침없이 이야기를 들려준 말로에게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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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짐>은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을 건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말로를 통해 전해 듣게 된다. 그 자체가 상당히 기이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주인공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낯선 감정과 약간의 틈새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의 상황에 몰입하면서도 생겨나는 틈새가 이 책의 관전 포인트라고 하겠다. 주인공에 대해 얘기해보자. 주인공 짐은 보통의 청년이다. 성공과 명예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인생에 때이른 시련을 만났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고 만다. 영웅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도망을 쳤다는 그 부분이 청년을 짓누른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그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 갔으리라. 그리고 다시금 부딪힌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끝끝내 그가 운명과 겨루어 승리한 것인지, 아니면 아름다운 패배를 남긴 것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려웠다. 삶은 순간을 이어붙여 완성이 되고, 지나야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 짐의 죽음은 순교자적인 면도, 패배자적인 면도 모두 가지고 있다. 나는 다만 너무 일찍 날개가 꺽여버린 나비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삶이란 바다를 처음 겪게 되어 지친 날개를 이끌고 푸른 무밭으로로 되돌아온 나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