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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시사IN》을 즐겨 읽어온 나에게, 시사IN 편집국이 펴낸 『다시 만난 민주주의』는 출간 전부터 큰 기대를 안긴 책이었다. 《시사저널》에서 삼성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하며 독립한 기자들과 독자들이 함께 만든 매체라는 점에서, 이들이 전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신뢰가 갔다. 책은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부터 2025년 4월 4일 대통령 파면까지, 123일간 벌어진 대한민국 현대사의 드라마를 촘촘히 기록했다. 시사IN 기자들은 국회와 남태령, 광화문, 헌재, 한남동까지 직접 발로 뛰며 목격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시민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한 번 잃을 뻔한 민주주의를 다시 붙잡는 과정을 따라가며, 나 또한 자연스레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었다. 이 책은 12·3 사태의 전말을 백서 수준으로 정리한 방대한 기록물이자, 저널리즘이 어떻게 시대의 증언자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부터 시민사회의 시국선언, 국회의 해제 결의안, 헌재의 결정문까지 주요 문서와 장면이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경찰 저지선을 피해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했던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저자들이 취한 ‘명확한 태도’가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은 중립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않는다. 서문에서부터 “모호함을 이불처럼 덮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12·3 사태를 ‘쿠데타’로 명명한다. 시사IN은 사태 직후부터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정면으로 지적했고, 대통령 호칭조차 더는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이 진실을 목격하고 기록하며, 때로는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윤리에 충실했던 것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책은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계엄의 공포 속에서도 손을 맞잡고 거리로 나온 평범한 시민들의 용기, 서로를 믿고 촛불을 밝힌 공동체의 힘, 권력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국회와 기자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현장이었다. 『다시 만난 민주주의』는 분노와 절망 앞에서도 연대와 희망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기록이자, 우리가 함께 지켜낸 헌법의 역사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출판사 ‘아를’의 시도 또한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다시 다짐했다. 민주주의는 ‘겨우 지켜낸’ 것이기에 더 단단하게 지켜가야 할 가치라는 것을.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