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밀 흐라발은 밀란 쿤데라, 카렐 차페크, 야로슬라프 하셰크와 더불어 20세기 체코 대표 작가입니다. 제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밀란 쿤데라와 함께 거론되는 작가라는 점에서 호기심에 그의 소설집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체코는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라고 하시는 어렵지만, 소설을 접할때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그건 아마도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우리와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일상에 스며든 전쟁소설집에 실린 소설의 배경은 체코에 독일 군인들이 들어와 있는 시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는 1945년이라, 독일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총과 포탄이 난무하는 시기죠. 그래서 인물들의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가다가도 갑자기 폭음이 들리거나 하늘에서 전투기가 떨어집니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시작부터 이 떨어진 전투기가 등장하죠. 주인공 밀로시 흐르마는 기차역 배차원으로 소심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넉넉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신 역시 모두의 시선 아래 있다고 느끼죠. 이런 자의식은 그의 남성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마음이 통했던 여자친구 마샤와의 잠자리에 실패한 그는 스스로에게 생명력이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손목을 별 감흥도 없이 그어버리죠. 죽은 사람같이 된 그가 죽음을 선택하려고 한 배경이 이 생명력에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마지막 그의 모습은 이 생명력을 되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독일인의 앞을 가로막을 결단을 하고서야 이 생명력을 되찾게 되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생명력을 되찾자마자 그가 과거에 선택했던 그 죽음을 향해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죽음은 저번과는 다른 죽음이라는 걸 알았다. p.120라고 말합니다. 전에 죽었던 그와 지금 죽는 그는 다른 자아일테죠. 이후 이어지는 단편에서도 전쟁의 모습과 암울한 현실은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상이 있고, 그들의 고요함 속에 눕혀져 있지만 언제든 다시 세워질 것같은 날카로운 면도칼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읽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곱씹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또 매력적인 서술도 많고요. 낯설지만 익숙한 배경과 독특한 상상력과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