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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그렇지만 기꺼이 졸업식을 치러낸 유코. 우선 유코와 선생님에게 축하의 박수를, 짝짝짝!
유코의 졸업식을 보면서 내 중학교 졸업식을 떠올려 본다.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학생에게 졸업식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뭔가 상장이라도 하나쯤 챙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더구나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이라니? 뭔가 문제가 있거나 모자라는 아이라고 낙인찍힌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이 요구하는 속도로 달린다. 넘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학교와 친구들로부터 상처입고, 집으로 숨어 버렸던 유코. 유코는 자기만의 속도로 페달을 밟기를 원한다. 우리도 살다 보면 늘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를 강요받는 것들이 많다. 그럴 때면 유코처럼 숨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숨었던 곳에서 다시 나오지 못할까 봐 두려우니까.
유코는 가녀린 소녀이지만 어둡고 답답한 방에서 나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기만의 봄을 맞아 넓은 바다로 달려간다.
지금, 자기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위태롭게 달려가는 우리 아이들을 멈추고 자기만의 속도를 느낄 시간을 주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캄캄한 바다를 헤매고 다녔으니까 등대가 있다는 걸 알았던 거야.’ ‘내 마음 속에도 여러 개의 바다가 있어.’ 여러 개의 바다를 헤매면서 나는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밝은 바다와 캄캄한 바다, 거친 바다, 그리고 평화로운 바다. 여러 가지 바다를 나는 살아간다.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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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03 나만의 졸업식
요코사와 아키라 저/이경옥 역 | 생각과느낌 | 2005년 03월
‘유코’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이지만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학교와 관계된 것은 모두 유코에게 구토로 다가온다. 등교시간이었던 ‘8시 20분’조차도 유코는 편안히 넘기지 못하고 구토를 한다. 2학년이던 유코가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친구들은 편지를 보냈고, 담임선생님은 매일 찾아왔다. 엄마는 화도 내고 애원도 했다. 그러나 유코는 자신도 자기를 어쩌지 못했다. 학교에 가볼까 하는 순간, 발이 굳고 속이 뒤틀렸다.
그리고 이제 유코는 3학년이 되었고 고등학교 입시가 다가왔다 뭣 모르는 사람들은 ‘학교도 안 가는 주제에 고등학교 입시를 걱정하냐’고 비웃겠지만 유코는 자신이 영원히 중학생일까 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일까 봐, 외삼촌의 말처럼 인간쓰레기일까 봐, 걱정스러웠고 고통스러웠다.
그런 유코의 마음을 알아주는 크큿 선생님을 만나 드디어 유코는 외출도 하고 유코만의 졸업식을 하게 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등교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 나는 재작년에 등교를 하지 않는 학생의 담임을 맡기도 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왜 아이 스스로가 더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는지 답답했다. 아이에게 더 많은 의지와 노력을 요구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교감선생님처럼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얼마나 힘이 들고 걱정이 되고 고통스러웠을까. 자기 자신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과 패배감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게 했을까.
아이도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를 위해 꾹 참고 견디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도 고통을 참고 자신을 다스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고민과 고통은 가벼이 여겨온 것 같다. 어떤 아이들은 좀 느리고 천천히 돌고 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인간쓰레기의 길이 아니라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것, 그것도 정상이라는 것을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꼭’이라는 이 소설의 원제처럼 천천히 걸어서 언젠가는 꼭 자신의 삶을 발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인상깊은구절] [자신을 내보인 뒤 상처 받는 게 무서웠다. 둘레에 맞추고 있으면 안전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둘레에 맞추지 않으면 학교에서도 교실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발 디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 간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억누르며 친구들에게 맞추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도 더욱 비위를 맞추며 함께 있고 싶어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냥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속마음이 용서할 수 없어진 것 감다. 거짓을 연기해야만 하는 스스로를 자신의 마음이 용서할 수 없어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고통스러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는지도, 그 때문에 학교에 결석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여겼다.]140쪽 [“근데 말야. 왜 학교에 안 오는 거야?” 잠시 후 긴타가 물었다. 아까부터 쭉 묻고 싶었다는 듯 긴타는 유코를 보고 있었다. 유코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긴장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뭐라고 대신 말해주지 않을까하고 선생님을 보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못 들은 얼굴로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어쩌지…….’ 유코는 고민한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덥지도 않은데 이마에서 땀이 배어났다. “아 섬세하지 못했나, 미안해.” 긴타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긴타로서는 상당히 예의 바른 말투였다. 크큿 선생님이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유코 옆얼굴을 보았다. 그 눈을 보며 유코는 말을 해 볼까, 하고 순간 생각했다. 뭘 말할 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뭔가 말해 보기로 맘을 먹었다. “그냥 가기 싫어서.” 멋진 이유를 말하려 했는데 이런 대답이 고작이었다. 이 말밖에 안 했는데도 유코는 몸 전체가 떨렸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래……?” 긴타가 유코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굉장하구나.” 긴타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뭐? 하고 유코는 선생님 턱 아래에서 긴타를 쳐다보았다. “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도 가거든. 고등학교도 정말 가기 싫은데 가려고 해.” 긴타가 말했다. “야, 네가 어째 좀 부러운데.” 긴타가 선생님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유코는 깜짝 놀라 긴타를 보았다. 크큿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파도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전까지 들려왔다. 한참 후 선생님이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선생님이 내뿜음 연기가 길고 가늘게 흔들거리면서 바다 쪽으로 사라졌다. “학교에 가든 안 가든 굉장한 고통을 껴안고 살아가는구나…….”]159쪽 [‘내 마음 속에도 여러 개의 바다가 있어.’ 유코는 생각했다. 여러 개의 바다를 헤매면서 나는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밝은 바다와 캄캄한 바다, 거친 바다, 그리고 평화로운 바다. 여러 가지 바다를 나는 살아간다.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아직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지만 나는 나 자체로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나답게 살아가는 게 훨씬 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일인지도 모르니까.]20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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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연히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시리즈를 중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난 뒤 성장소설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상승했고,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어도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들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시리즈는 못 읽고 있었는데,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책을 발견하곤 지인을 졸라 구입했다. 책을 묵혀둘 겨를도 없이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펼쳐 밤이 늦도록 읽고는 따뜻해지는 마음을 한참동안 부여잡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거라며 책장에 꽂힌 다른 성장소설을 힐끔거리기도 했다.
성장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가 같은 10대로서 공감할 수 있을 때 이런 책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정작 내 마음을 울리는 책보다 어려운 세계문학과 국내문학을 주로 읽은 터라, 기억에 남는 성장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제야 성장소설을 열심히 읽는지도 모르겠으나 나의 유년시절에 대한 동경도 어느 정도 자리하는 것 같다.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고 거절하겠지만 10대의 고뇌와 풋풋함이 종종 그리울 때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유코도 자신에게 닥친 현실과 존재감 때문에 힘겨워 하고 있었다. 학교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고,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강박증이 심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교를 나가는 것이 두려워 집에서만 보내게 되었다. 그런 유코를 이해해 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 같아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가지 않는 유코를 보며 겁쟁이라고 놀렸을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은 지금도 실컷 피하면서 유코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힘겨운 시간을 모두가 다 거쳐 왔다는 자부심이라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유코의 고민을 진정으로 이해한 후에 학교를 나가지 않는 것도 나가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을 통해 나도 학교를 나가는 동안 힘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온통 유코의 내면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유코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민의 색깔이 다를 뿐 유코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펼쳐진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코가 학교에 나가지 않자 주변에서는 걱정스런 시선으로 인생을 망치고 말거라는 말만 해댔다. 유코의 진심은 묻지도 않은 채(말할 생각도 없었지만) 집에서 은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엄마랑 단 둘이 살고 있는 유코에게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라는 말들이 들려와도 유코는 도저히 학교에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두려움을 오랫동안 안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지 자신의 말을 누군가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은 유코에게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유코가 결석할 때도 유코를 회유하려 선생님이 찾아오긴 했으나 유코는 선생님과 마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온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좀 달랐다. 독특한 웃음 때문에 크큿 선생님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유코에게 왜 학교를 나오지 않느냐, 무엇이 고민이냐는 질문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교과서를 던져주면서 필요 없으면 재활용 하라는 둥, 배탈이 났다며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불쑥 찾아오는 둥, 선생님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는 행동만 하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유코는 조금씩 호기심이 일었다. 학교와 공부 얘기는 일체 꺼내지 않은 채 매주 화요일에 찾아와 엄마와 잠깐 이야기 하고 가는 선생님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분이라는 기대까지 한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자 유코는 크큿 선생님의 작은 배려로 인해 하나씩 자신을 깨치고 나온다. 어느새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같이 밤바다를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학교에서 받은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게 된다. 온통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크큿 선생님은 유코가 마음을 열게 만들어 주었고, 유코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픔을 공감할 줄 알았다.
유코는 여전히 학교에 나가지 않았지만, 크큿 선생님으로 인해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내 디딜 수 있었다. 유코 혼자 졸업식을 하던 날,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크큿 선생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 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지고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단출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조금씩 건강해지려는 유코를 보면서, 변화를 이끌어준 크큿 선생님과 묵묵히 기다려준 엄마, 또한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씩 내미는 유코가 보기 좋았다. 학교를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코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유코가 세상을 향해 건강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면서 유코의 내면을 낱낱이 봐와서인지 괜히 내가 다 뿌듯해졌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겁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한편으론 유코처럼 등교거부를 하며 내면과 싸우고 있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들을 모두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틀에 박힌 교육제도로 아이들을 가두지 않으며, 학교가 생존을 위한 전쟁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아이들이 출발선에서 조금 늦었다고 해서 결코 패배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진정 사랑할 때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유코처럼, 아이들에겐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