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에 나오는 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엄마의 머리는 빡빡머리였다. 엄마가 아픈 사람인가? 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다보면 머리가 빠져서 머리를 아예 밀었던 모습이 생각났다. 아픈 엄마 얘기냐구 물었다. 그랬더니 아는 후배가 아니라고 했다.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 하더라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파업하는 엄마의 얘기라고 했다. 출판사를 보니 ‘낮은산’이다. 낮은산에서 나오는 기존의 책들에서 받았던 주제와 느낌들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무조건 빌려 달라고 했다. 사실 방송을 통해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을 더러는 봤지만 아이들 책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 생소하고 어떻게 풀어 놓았을지 무척 궁금했다. 책은 먼저 그림이 특이했다. 얼른 앞뒤장을 뒤져 그린 사람의 얘기부터 읽어봤다. 작가 프로필은 나와 있지 않고 후기 글만 짧게 적혀 있었다. 춥고 고된 현실이지만 , 따뜻한 마음의 정민이와 식구들을 표현해 보고 싶어 천과 실로 표현해 봤노라고. 과연 그림은 천에다 재봉틀로 박기도 하고 손으로 한 땀씩 뜨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며 책 내용을 잘 표현하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그림 기법이 독특했다. 요즘, 어린이 책에서 일러스트를 다양하고 독특하게 하려는 시도를 더러는 봤지만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색 다른 느낌의 그림이었다. 책 내용은 5학년 여자아이가 직장 파업때문에 집을 비운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느라 애늙은이처럼 무척 힘들게 사는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간결한 문체로 여자 아이의 심리적 갈등과 변화가 섬세하게 들어났다. 엄마는 아빠가 공장에서 병을 얻어 앓다가 두 해 전에 죽은 뒤 두 남매와 홀시어머니를 모시는 가장 역할을 하며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엄마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꿔보겠다며 파업을 한단다. 물론 엄마는 나름의 신념을 갖고 하는 일이겠지만 아이는 집을 비우고 파업에 매달리는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고 잔뜩 못마땅하다. 철없이 또래랑 어울려 다녀야 할 5학년 여자아이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야 하고 병든 할머니와 정서불안 때문에 다섯 살인데도 밤낮으로 오줌을 싸는 동생도 돌봐야하니 얼마나 고단했겠는가? 아이는 아이 다와야 하는데 세상이, 현실이 그렇지 못하게 한다. 정민이는 똑 소리 나는 주부역할을 강요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비록 집안은 가난해도 똑똑하다고 소문난 아이가 반에서 사소한 것들을 잊어먹는 실수를 자주한다.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보니 주부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건망증 증세를 앓나보다. 친구 생일날 친구에게 선물할 돈도 없고 생일 파티에도 못가고 엄마 대신 동생 재롱잔치에 가야하는 아이는 엄마가 너무 원망스럽다. 어린이집에서 이웃 아줌마가 불쌍한 남매에게 자장면을 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 거절하고, 버스비는 포장마차에서 동생에게 어묵을 사 먹이느라 두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를 동생까지 업고 걸어오는 정민이 어깨는 너무 무겁다. 잔뜩 벼르다 엄마를 만나지만 맘에 담아뒀던 짜증과 원망도 못하고 울음만 터트리고 만다. 살벌한 파업 현장에서 날밤을 새고 투쟁을 위해 아빠가 반해서 결혼했다던 탐스러운 머리카락까지 밀고 시린 빡빡 머리를 한 엄마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맘이 전해졌다. 이 땅에 일하는 어머니와 아이들을 위해 바친다는 작가의 말처럼 가난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멍들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의 36.6%가 비정규직이라고 하니 안정되지 못한 직장에 다니는 가장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부모 밑에 사는 아이들의 미래가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아마 여성의 일자리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실제 수치보다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비정규직이니, 파업이니 하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를 가정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려보냈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정민이는 하얗다 못해 파리하게 빛나는 엄마의 머리가 추워 보여서 목도리를 벗어 엄마의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잇몸이 들어나도록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를 보며 ''엄마, 그러면 엄마가 집으로 돌아올 날이 더 멀어지는 거지’하고 속으로만 묻는 아이의 말로 결말을 짓는 책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우리의 현실이 행복한 결말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방송에서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금지를 위해 국회에 상정된 비정규직 법안 국회통과...”니, “비정규직 보호가 양극화 해소 출발점”이니 해도 사실 그렇게 실감나게 와 닿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화로 만나는 아이들과 아이들 부모 얘기는 그렇지 않았다. 더 호소력이 있었다. 이것이 책을 만드는 동기이고 아이에게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접근시키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며 아이의 늦은 귀가를 기다렸다. 창 밖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겨울채비를 위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땅에서 시린 겨울을 날 어린 친구들이 많지 않기를 바라며 곧 비라도 뿌릴 것 같은 우울한 하늘을 쳐다보는 맘이 편지 않는 오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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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빡빡머리를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엄마는 아빠가 병이 깊어지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욱 악착같이 이를 해야 했다. 아이 둘에 병든 시어머니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는 엄마는 손목이 붓고 시큰 거리도록 일을 했다.
엄마는 3개월 전부터 파업투쟁 중이다. 정민이와 동민이가 찾아간 그날 어마는 마지막 수단으로 다른 농성자들 몇몇과 머리를 깍은 것이다. 엄마의 머리는 유난히 탐스러웠다. 아빠도 엄마 머리에 반해 결혼했다고 했다. 그런 머리를 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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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과 그림을 보고 ‘아, 엄마가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이야기인가보다’하고 지래 짐작을 하였다. ‘아이가 아픈 엄마를 위한 감동적인 이야기이겠지..‘란 나의 건성한 추측은 엄마의 공장과 파업이란 말에 오래가지 못했다. 대신 책의 끝장을 덮으며 씁쓸함이 손끝에 내려앉았다.
정민의 엄마가 비록 백혈병을 앓지는 않지만 사회적 암을 앓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몸을 힘들게 하며 그래서 가족도 힘들어지고 결국 생명마저 잃게 하는 암덩어리가 비단 사람의 육체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 사회에서도 있음을, 그것들은 비정규직으로 이유 없이 고통 받아야만 하는 내 이웃들, 사회적 약자의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혹은 정규직인, 이젠 학부형이 된 나의 친구들에게, 그들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그들의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왜 어른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이상한 가름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나의 친구들은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그럴듯한 해답을 찾기 전, 아이들이 그런 현실을 암기처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사회적 백혈병같은 비정규직의 비해가 약자로부터 해독되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작가와 같은 어른들의 작은 속삭임이 큰 메아리가 될 것을...
[인상깊은구절] 엄마는 아빠처럼...살지않을 거야. ..비정규직 노동자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p19 |
| 우리 사회의 단면을 사실감 있게 그려 넣은 책이다. 요즘 우리의 아이들은 남보다 더 갖고 싶어하고, 때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투정도 부려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지도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정민이는 일찍 철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다. 또한 이땅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에게 박수와 위로를 보내고 싶다. 힘내세요! 당신은 위대한 엄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