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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저 <박헌영 트라우마>(2013 철수와영희)를 읽고 북한 및 박헌영과 관련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의 의견이 궁금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2001 창비)는 이미 읽었지만 한국사 중심이고 남한 중심이기 때문에 손석춘의 입장과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북한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김정일 코드>를 선택했다.
이 책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출간 이후의 한반도 역사를 커밍스 교수가 연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반도 북단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국인들에게 '북한'으로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어떤 나라인지, 지도자들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실험이 강화되고 마침내 핵보유 선언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싸드 배치와 한미일 전쟁연습훈련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이어지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동북아시아까지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핵과 평화체제’에 대한 커밍스 교수의 10년 전 분석과 혜안이 돋보인다.
커밍스 교수는 <김정일 코드>에서 북핵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 북미 양자 간 갈등의 근원을 구조적·역사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북한은 북미평화체제와 핵실험(핵무기)를 연계시켜 지난 10여 년 동안(책의 출판년도가
2005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20년으로 바꾸어도 무방할 듯..)
미국과 갈등 관계를 지속하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나라의 하나가 되었다. 다수의 미국인들은 북한을 비정상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비밀경찰 국가이며, 핵과 생화학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 가공할 무기들을 미 서부 연안으로 운반할 강력한 미사일 운반수단을 갖춘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밍스교수는 이러한 그의 논지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지역에 1백만 갈론이 넘는 네이팜탄을 투하하고,
20여 곳의 주요 도시를 초토화했으며, 한국군의 잔학한 행위를 방조하고, 심지어는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자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전쟁이 종결된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3만 7천여 명의 미군을 남한에 주둔시키면서 매년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미전쟁훈련을 지속하며 북한과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매듭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커밍스교수가 현 북한체제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본문의 첫머리에 커밍스는 북한을 현 지구상의 어느 국가보다도 병영국가(garrison
state), 즉 “폭력 전문가들이 그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국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혁명영도체제(세습제)’를 비롯한 서구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정치적 전통과 인권침해에 관해서도 본문의 곳곳에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이나 주류 언론, 주류 학계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는 역사적인 사실, 거의 제시하지 않는 실질적인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일 코드>를 관통하는 커밍스 교수의 논리는 민족주의와 실존이라는 현실인식의 범주에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항일 게릴라 투쟁 당시 중국 공산당에 의해 구금되고 스탈린식 인종차별정책 때문에 체포된 김일성이 주체노선을 택한 것은 당연하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화력을 경험했고 지금도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북한으로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일본이 준동하고, 북핵으로 한-미간의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미-중간에도 알력이 감지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나날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중심축인 북한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핵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은 2005년 출간 당시 한국인들에게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였다.
어쩌면 이 책이 출간될 시점의 집권세력, 즉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했고 그 결과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공존과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커밍스 교수의 결론과 맥락이 적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커밍스 교수의 결론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미국의 부시-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효과도 없는 대북정책들의 결과를 우리는 2016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취한 정략적인 대북 봉쇄/대립정책과 대화 회피정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북-중-러와 미-일-한의 정치군사적 대립이라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군작전권과 싸드 배치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 등 한국의 대외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책뿐 아니라 커밍스 교수의 한반도와 동북아 관련 저서는 독자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처음 <김정일 코드>를 읽게 된 이유, 즉 박헌영에 대한 사실관계와 손석춘과 다른 평가를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2016년 9월 18일 ] |
| 대표적 지한파 한국학자로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의 새로운 책을 접하는 일은 내게 참 즐거운 일이다. 그의 한국 현대사를 읽고난 후 난 그의 팬이 되었다. ''이념의 나라'' 한국이 처한 현 상황, 북한 핵문제와 앞으로 한반도 정세의 추이를 과연 그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것은 내게 몹시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인이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그의 한국에 대한 시선에서 어느 정도 애정이 느껴진다. 이 책의 전체적인 논조는 이렇다. 나름대로 거품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 한국 독립 운동의 주역이자 유능한 게릴라전 장군이었던 김일성은 소련과 중국에도 전혀 굴하지 않은 자주적이고 능력 있는 청년이었다. 크게 운이 작용하여 죽지 않고 해방을 맞이한 김일성은 스스로의 정체성 문제에는 남한 지도자들에 비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철저한 일본 보호 계획 아래 한반도 분단 정책은 기정 사실이 된다. 기회를 포착하여 전쟁을 일으켰으나 미국의 무차별적 공격에 분단이 고착화되었고 50년 간 미국은 북한의 불신과 적대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은 여전히 비록 냉정하고 능력은 있지만 게릴라 스타일의 지도자가 세습하고 있으며 미국은 역사적 배경은 외면한 채 감정적으로 북한을 증오한다. 여기서 그는 북한 지도자들이 미치광이가 아니라 나름대로 이성적이고 능력있는 자들임을 잘 설명한다. 코너에 몰려 있는 자주성이 강한 북한이 핵을 들고 나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이 아닌가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북한이 닫힌 나라, 전시 국가, 반인권 국가임에는 여지없이 철퇴를 내리는 듯하다. 6.25라는 민족의 비극에 대한 주 책임은 당연히 북한에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체제는 실패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보다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면 남북의 창이나 볼 것이 아니라 이 책 한번쯤 읽어보길 권유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