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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바닷가 마을이다. 두 면은 바다이고 두 면은 도시인 언덕 끝 마을. 메리골드 마을은 순수한 마법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손님들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지워주던 ‘마음 세탁소’ 사장 지은이 떠난 뒤 해인은 사랑하던 지은의 세탁소 안에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을 연다. 손님들에게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나 원하는 시점의 미래를 사진 찍어주는 곳이다. 일곱 개의 나무 계단을 올라 푸른 라일락이 핀 아치문을 통과하면 당도하는 그곳은 나의 행복을 마주하는 곳이고 그에 따라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거점이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에 여러 명이 차례차례 들어온다.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야채 트럭 장수 봉수 영미의 딸 셋이 찾아오고, 대기업 전략 기획 상무로 잘나가는 지수현이 찾아오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20대 청춘 범준이 오고, 일찍 결혼해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헌신해 온 상미가 찾아온다. 이들 하나하나가 다 사연 깊지만 범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들(사실은 친자식도 아니고, 범준을 낳은 엄마는 출가했다)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 범준 아빠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므로.
아빠는 범준이만 생각하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입학한 2년제 대학을 한 학기 다니다 휴학한 범준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집에 있기 시작한 뒤 3년이 흘렀다. 집에 종일 누워만 있던 녀석에게 답답해도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왠지 청년 시절의 자신에게도 필요했을 것 같은 시간들. 꼭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63쪽)
20대 범준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 20대 청춘만 그러할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나다울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에서는 다르다.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들이나 미래의 어떤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물론 메리골드 마을 사람들과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주인 해인은 깊은 호의가 배경으로 깔려 있어 가능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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